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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잔이 넘치나이다

7,650

발행일  1996.8.24
상세정보  무선 / 404page
ISBN  9788936501495

품절

부모 형제의 죽음과 6·25 참사, 인민군의 모진 고문, 거제리 수용소 포로생활을 거치면서 진정한 성자의 삶을 보여 준 실존 인물 맹의순의 삶을 형상화했다. 26세의 나이로 중공군 포로환자들을 돌보다 쓰러진 한 신학도의 삶이 소설가 정연희의 손끝을 통해 깊은 감동으로 되살아난다. 1983년 작을 1996년에 개정하여 출간했다.

저자

정연희
1936년 생으로 숙명여고 및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5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파류장'(波流狀)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신문기자와 이대 강사를 지낸기도 한 그는, 1979년 ‘막차요 막차’로 한국소설가협회상을, 1981년에는 ‘사람들의 도성’으로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약력
1936년  서울 출생
1957년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3학년 재학중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파류장(破流狀)〉
1958년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졸업
1968년  전작장편 《석녀(石女)》출간
1969년  장편 《목마른 나무들》출간
1970년  전작장편 《고죄(告罪)》출간
1977년  소설집 《꽃을 먹는 하얀소》출간
1979년  단편 《막차요 막차》로 한국 문학작가상 수상
1981년  단편 《사람들의 도성(都城)》으로 한국문학상 수상
1985년  장편 《난지도》출간 / 초기 선교사 관계자료 수집차 세계일주 / 장편 《양화진(揚花津》 완결
1986년  중편 《뿔》로 윤동주(尹東柱) 문학상 수상 / 장편 《양화진》출간 / 선교 다큐멘타리 〈길따라 믿음따라〉연재 시작
1987년  장편 《양화진》으로 유주현(柳周鉉) 문학상 수상
1988년  장편 《혼미의 강(江)》연재 / 에세이집 《안낮에 촛불을 켜고》출간
1990년  장편 《소리치는 땅》 출간 / 묵상시집 《외로우시리》출간 / 장편 《여섯째날 오후》개정판 출간
1991년  장편 《쓸개》 출간 / 소설집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출간
1992년  장편 《양화진》개정판 출간

차례

씨알 하나를 싹틔우며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어느 때까지니이까

내 잔(盞)이 넘치나이다

책속에서

“보셨지요? 저 분이 왜 저렇게까지 하고 나서야 하나요? 저렇게까지 현실을 무시해 버린 뒤에 저이에게 남는 것이 무엇일까요? 왜 스스로를 저렇게까지 묶어 가야만 하죠?” 나는 눈을 똑바로 떴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했다. “저것은 맹의순 그 사람이 찾은 자유입니다. 감히 누구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놀랍고 아름다운 자유입니다. 그가…… 그의 길을 가도록 하십시오. 그는 그의 길을 처음부터 가고 있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서평

“바른 종이 되게 하여 주소서”

-모든 영광 홀로 받으시기에 합당하신 하나님 아버지께,

제 모든 생활 속에서 아버지께서 주인이 되심을 잘 알면서도 잠시나마 인간의 일에 젖어 당신의 뜻을 저버린 부족한 딸이 회개하는 마음으로 주신 달란트를 받아 씁니다. 홀로 영광 받으시길…….

하나님! 며칠간이나 걸쳐 아버지의 흡족하신 아들 맹의순 선생님에 관한 글을 대했습니다. 세상에 매여서 하늘로 트인 공기를 외면한 채 살아오던 제게 맹의순 선생님에 관한 글은 자극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신앙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갈급하고 황량한 심령으로 당신 앞에서 못난 모습을 보여 드릴 수밖에 없는 부족한 저희들이 무엇이관대 아버지의 자녀 삼아 주시고 각자 맡겨진 분량대로 살아가게 하시는지, 다시 한 번 아버지의 깊으신 섭리를 깨닫게 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아버지, 사실 전 이 책의 제목을 대하면서 너무나도 편협한 생각을 했습니다. ‘아, 또 어느 한 사람이 하나님의 축복을 생애 가득 받아서 그 내용을 주제로 자서전을 썼구나’ 하고 말입니다. 무척이나 틀에 박힌 졸부의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아버지의 계획과 그 시행은 세상 어떤 권세에도 가려지지 아니하고 광활함을 간과하는 생각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제 그런 사고들은 깨져만 갔습니다. 아버지께로만 바로 매인 새로운 분, 맹의순 선생님에 관한 내용이 시선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온갖 부귀 영화를 누린 사람도 아니었고, 세상 중에서 뛰어날 만큼의 학식을 겸비한 사람도 아닌 지극히도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허나, 그는 하나님 아버지를 바로 알고 있었기에 그의 삶은 특별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로 그는 ‘세상의 사람’이라는 호칭을 벗어던짐과 동시에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세상 어떤 이름보다도 아름다운 이름을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의 삶은 달랐습니다. 맘의 사랑은 퇴색한 채로 입으로만 사랑을 외쳐대는 사람과도, 자기 이익에 급급해 물질 축적에 목말라하는 사람과도 달랐습니다. 또한 자신보다 낮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괄시하고 그들에게 무관심한 사람과도 달랐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올바른 종이었습니다. 그는 움 터서 꽃 피우는 사랑이었고, 못한 자들에의 희망이요 꿈이었습니다. 절제자였고, 진리와 정의의 수호자, 주님 주신 지혜의 소유자였습니다. 현대의 사람들은 그렇습니다. 입으로만 주님을 외쳐대면서 힘들 때는 못놓아 기도하고 엎드려 간구하고는 있지만 과연 얼마만큼이나 진실로 아버지를 의지하고 있는지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도 저희는 얼마만큼이나 세상에서 주의 뜻을 실행하고 있는지요……. 봄 여름 내 만방을 향취로 수놓던 꽃과 나무들이 언제부터인지도 모르는 바람에 씻기어 점차 소멸되어 가는 것처럼 불과 몇 해, 몇 개월 전만 해도 아버지만을 의지하며 주 향내만을 풍기겠다고 약속했던 가지들이 하나씩…… 둘씩 점차 꺾여만 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참으로 아버지만을 의지하고 주님 사랑을 실천할 이들을 너무나도 갈급히 찾고 계심을 너무도 잘 압니다. 아버지, 제가 하겠습니다. 맹의순 선생님처럼 지고 가는 십자가의 고통이 어떻든 간에, 제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주님 일을 행하고 그것만을 바라는 주바라기가 되게 하여 주세요.

맹의순 선생님께선 인내와 절제의 소유자셨습니다. 참기 힘든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아셨습니다. 그 인내와 절제는 결코 인간의 그 어떤 것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는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지 못하는 아버지의 세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 어떤 조롱 속에서도 참아낼 수 있었고 역한 고통을 당하면서도 입가의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너무나도 부족한 저는 언제쯤이면 맹의순 선생님처럼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종이 될 수 있을까 염려 섞인 근심을 해 보지만, 결국 이런 근심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버지의 자녀 된 이유이기에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또 맹의순 선생님께선 현실에 맞부딪쳐 그 안에서 아버지의 지혜와 힘을 간구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희들은 어떠합니까? 힘들고 역부족일지도 모를 고난의 길이 닥치게 되면 어디든지 도피하려는 인간 된 한계를 보여 드리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할 일을 완수한 후에 아버지의 결단을 기다리는 것이 바른 것임을 알면서도 최대의 노력은 기울이지 아니하고 요행이나 큰 성과를 바랐던 못난 저희들입니다…….

초겨울의 바람은 유난히도 살을 에입니다 숱하게 다가오는 겨울날을 예고라도 하듯이……. 저는 손발을 떨여 웅크리고 앉아 맹의순 선생님을 생각했습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공격해 오는 괴뢰군에게조차도 잠잠하셨던 분입니다. 세상의 어떤 시련, 시험, 눈물에도 무릎 꿇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 나라에 가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여기셨던 겁니다. 그러기에 더 모진 고통이 닥친다 할지라도 자책커나 누군가를 원망치 않으셨던 겁니다. 저는 몸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에도 몸을 양껏 움추리는 작은 제 모습이 부끄러워 삐죽이 웃어 보며 몸을 폈습니다. 한결이나 따스해진 체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해지는 사랑과 신뢰의 전율이 저를 무척이나 뿌듯하게 해 주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게 주신 숱한 축복들을 생각해 봅니다. 생명, 건강, 믿음, 사랑을 주신 것들은 물론이고 제게 주신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맹의순 선생님의 부친과 모친(나창석 권사님)처럼 제게도 믿음의 부모님이 계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밖에 계시질 않습니다. 그래도 전 아파하지 않으렵니다. 아버지 나라에서 더 크게 쓰임받고 계실 테니까요. 또한 언제나 주위에서 마음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저는 맹의순 선생님 곁의 장형진, 유정인…… 선생님을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일이 아니지만 힘쓰고, 아끼고, 함께해 주는 친구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저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아직 제 주위에는 아버지를 알지 못하고 불쌍한 길을 걸어가는 친구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들에게 몸소 사랑과 아버지의 뜻을 실천해서 그들도 살아 계신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달콤한 축복을 함께 나누고픈 마음 간절합니다. 맹의순 선생님은 수용소에서 중공군 포로 환자들을 돌보는 일들에 전심을 다하셨습니다. 배명준 목사님, 장현진, 유정인 선생님께서 발이 닳도록 사방에 알아보아 석방 기회를 만들어 두셨는데도 이를 마다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맹의순 선생님께 맡기신 사명을 아셨던 것인지 어쩌면 순교를 맘속에서부터 다져 각오하고 계셨는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말기 결핵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목숨을 내놓을 각오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인간이기에 생명이라는 것의 위기가 극에 달하면 자연히도 발을 빼는 것이 당연한 심사일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은 그렇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던 것처럼 섬기는 자세를 보았습니다 .

가만히 앉아서 책의 내용을 더듬어 봅니다. 하나님이 계시기에 자신의 죽음조차도 웃음지을 수 있었던 그분 앞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습니다. 아버지, 제게 내려 주신 너무나도 귀한 촉복들을 혼자만 갖는 이기적인 인간이 되지 않도록 인도해 주세요. 그리하여 아버지 나라에 부르실 때까지 주의 향기만을 만방에 풍기는 아버지의 바른 종이 되고픈 마음만이 간절합니다.

차고 넘치도록 부어 주신 잔을 베풀게 하소서.

-글/김은정(부산서여자고등학교),
-1996년 독후감 공모 중고등부 최우수작

추가정보

[저자의 글]
“내 잔이 넘치나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눈을 감는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가 출간된 지 13년. 나는 그 책의 저자로서가 아니라 그 책을 쓰도록 부름받은 자로서의 은혜를 간직하고 싶을 뿐이었다. 맹의순 선생님의 사랑과 고뇌를 내 가슴에 생생하게 간직한 삶을 살 수 있기만을 원했다. 더구나 그 책을 쓰기 5년 전, 나는 사망의 골짜기에서 건져졌고, 그렇게 새로 태어난 나에게 그 일이 맡겨졌다는 것을 기적으로 믿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맹의순 선생님은 실존 인물이었다.

내가 원한 것은 그 분의 성품이나 사건을 통한 행적(行蹟)을 알고자 한 것이었으나 만나본 사람들의 대답은 이상하리만치 한결같았다.

“에에… 그분은 성자(聖者)같은 분이었지요….”

“그러믄요, 그 분은 성자셨어요.”

그의 삶은 하나님의 말씀에 부단히 귀를 기울이며 그 말씀을 따라 말없이 순종했던 삶이었기에, 자신을 내세우거나 소리를 높였던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그분의 행적을 떠들썩한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직 하나님의 나라에서 그를 기념하시다가 그 사랑의 숨결을 우리에게 연결시켜 주시기 위하여 그가 이 땅을 떠난 지 30여 년 만에 그 분을 우리 앞에 세워주신 것은 아니었을까.

그의 살아 생전에 그 ‘이마에 찍힌 표(標)’를 알아 본 사람이 누구였을까.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기막힌 가증(可憎)함을 겪으며 그 영혼이 한없이 탄식하며 울다가, 스물여섯 젊은 나이게 세상을 떠난 그에게 하나님이 찍어주신 ‘이마의 표(標)’를 평범한 인간들이 어찌 알아볼 수 있었겠는가.

주님은 때가 급한 이때에, 맹 선생님을 만나 우리도 그가 받은 이마의 표적을 받으라시는 뜻으로 그를 우리에게 보내셨으리라 믿는다. 다만 두려운 것은, 그 분의 면모를,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살았던 그의 사랑을, 있었던 그대로 그려내었는지 알 수 없는 그것이다.

14년 전 부활절 즈음해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서 날아온 편지 한 통이 《내 잔이 넘치나이다》를 낳았고 13년 동안 많은 사람이 맹의순 선생님을 만나면서 각 심령에 그리스도를 심는 은혜가 넘쳤음은 오직 주님의 뜻이 이루어진 일로 믿어 감사감사할 뿐이다.

그 편지를 띄워주신 박재훈 목사님께서 이제는 은퇴 후에 작곡에 전념을 하고 계시니, 지금은 그 은혜의 열매를 기다리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배역(配役)과 하나님의 때는 얼마나 신비스러운지… 가슴이 설렌다.

출간 13년 만에 개정판(改訂版)을 내면서 다시금 주님 앞에, 그리고 맹 선생님 앞에 마음과 영혼과 옷깃을 여미고, 내 영혼을 정결케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심을 기도할 뿐이다.

시골집에서, 가뭄 끝에 단비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1996년 6월 18일 새벽에

-글/정연희(저자, 쿰회보 9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