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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가 흐르는 강

11,700

정종성
2008. 2. 27.

무선 / 368page
9788936507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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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가라면 텍스트인 성경을 어떻게 오늘의 청중에게 근접한 언어로 전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백석대학교에서 신약학을 가르치고 있는 정종성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성경 같은 고대 텍스트를 현대 청중이 이해하고 삶의 현장에서 의미를 발견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실험적인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실험작 《그리스인 조르바가 읽는 누가 여행 이야기》(IVP)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문제작 《그리스인 조르바》의 시각으로 누가복음을 읽어 나가는 시도를 감행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위대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를 성경 해석의 도구로 제시했다. 누가복음 15장의 ‘잃은 아들을 찾는 아버지 비유’(일명 탕자의 비유)와 16장의 ‘지혜로운 청지기 비유’를 현대 언어로 풀어내기 위한 시도이다.

《모차르트가 흐르는 강》은 ‘해석소설’이다. 텍스트가 청중들의 삶과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를 갖게 되는지, 우리 삶으로의 재현을 향한 퍼포먼스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고민하여 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이 소설을 어떻게 읽어 줄 것인가? 해석소설이기에 해석자의 눈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양하게 짚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는 전적으로 작품의 줄거리에 집중하여 읽어 볼 수 있겠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윤리적으로 살아가는 양 행동하는 큰아들 김현준. 동생 김현석의 독특성은 인정하지 않고 어릴 때나 성인이 된 뒤에나 여전히 그를 미숙한 ‘동생’으로 여긴다. 마흔이 넘도록 완벽주의자로 잘난 체하며 살아온 그에게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들려온 “너는 사생아야”라는 한마디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밝혀지는 또 다른 비밀들…….
둘째로는 모차르트의 일생과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읽어 볼 수 있다. 주인공 김현준과 살리에리, 동생 김현석과 모차르트 간의 절묘한 매칭이 모차르트의 주요 작품들과 조화를 이루어 현장감 있게 살아난다. 모차르트의 주요 음악들―피아노 협주곡 KV 466, 467, 488,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KV 299 등―을 들으며 소설을 읽을 때 김현준의 가족사와 모차르트의 작품세계가 오버랩 되면서 한 편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셋째로는 누가복음의 비유를 어떻게 현대어로 풀어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며 읽는 것이다. 집 나갔다 돌아온 동생을 위해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베풀어 준 아버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큰아들. 그 큰아들은 주인공 김현준이요, 곧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다. 아버지는 사생아이든 아니든 개의치 않고 모두 당신의 사랑하는 자식으로 두 형제를 인정하고 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그네들은 아버지를 사랑한다 하면서도 아버지 없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실험적인 이 소설이 ‘실험’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독자들의 적극적인 해석과 비평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이 글에서 독자들에게 원하는 바는 “아름다운 화해 공동체를 꿈꾸는 아버지[하나님]의 미소”를 보게 되는 것이다. 한 가족이, 나아가 교회 공동체가, 대한민국과 세계가 하나님의 미소를 볼 날을 기대한다.

무게 406 g
크기 148 × 210 mm

저자

정종성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교수. 충남대 영문과,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원, 미국 풀러 신학원, 영국 셰필드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비유해석). 《그리스인 조르바가 읽는 누가 여행 이야기》(IVP), 《설교와 해석》(UCN)과 《A Dialogic Reading of the Steward Parable》(Peter Lang) 외에 다수의 책과 논문을 저술했다.

차례

1 서둘러 떠난 여행, 레퀴엠
2 전갈처럼 몸부림치는 자, 아마데우스
3 생명과 죽음의 소용돌이, 돈 조반니
4 대지 최고의 언어, 피가로의 결혼과 마술피리
5 대지로 돌아오는 신들의 여행, 후궁탈출

서평

【저자가 말하는 이 책】

《모차르트가 흐르는 강》은 우리가 열심히 살아감에도 왜 행복하지 않은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우리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우리의 삶을 들여다본 하나의 사건을 묘사한 것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고집스럽게 독선의 길을 가는 삶은 모든 일을 옳고 그름, 나 중심의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보게 한다. 그러나 그 당당함의 이면에는 오히려 존재에 대한 고독과 상처가 더 깊어져만 간다. 행복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온갖 노력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오히려 더욱 우리를 불행하고 추하게 만드는 것이다. 
삶의 행복과 아름다움은 결국 끊임없는 진리에 대한 물음에서 벗어나, 모든 인간이 나와 동등한 자리에 서 있는, 하늘같은 존재임을 인정할 때 가능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손잡고 더불어 사는 모듬살이 식구들임을 발견하면서, 우리의 미숙함과 실수는 낙오와 도태의 구실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나은 행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도록 하는 귀중한 선물이 된다. 왜 그리고 어떻게 머리를 맞대야 하는지의 처방적 이야기(prescriptional narrative)가 곧 나의 글이다. 
《모차르트가 흐르는 강》은 특히 이 땅의 신학(神學)이 얼마나 다른 인문 분야(예컨대 문학이나 음악과 같은 영역)과의 연계를 필요로 하고 있는지를 알게 한다. 아니, 그러한 영역들이 이 땅에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서로를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발견하도록 해 준다. 왜냐하면 순수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학문이란 사실상 사상누각(砂上樓閣)이며 인간세계에 무용지물(無用之物)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모든 영역도 마찬가지다. 
문학과 음악에 문외한인 나에게 용기를 준 것은 오로지 삶이란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믿음뿐이다. 학문은 때로 인간을 도탄에 빠지도록 만들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이란 끝까지 부둥켜안고 달려갈 만한 감동적인 장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