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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시 전집 2

21,600

박두진
2018.3.5
양장 / 236 Pages
9788936512781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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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기도하는 구도자의 노래,
현실에 맞서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아내다!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靑鹿派) 시인의 한 사람이며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대해 봤음직한 시들로 기억되어 있는 혜산(兮山) 박두진(1916~1998). 한국 시사(詩史)에서 ‘참시인 중의 참시인’으로 손꼽히는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와 4․19, 5․18 등 우리 근현대사의 격변의 시기를 함께해 오면서 시대의 암울한 고뇌 속에서 조국과 민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시어로 형상화했다. 그의 시는 자연을 소재로 한 것이 많지만, 그 시들에 담긴 자연의 이미지와 강한 생명력은 일상의 삶과 질서 그리고 현실 초극의 의지를 담아냈으며, 내면의 성찰을 보여 주는 신앙의 고백으로 향하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이 책은 시인 박두진 탄생 100주년을 맞아 홍성사가 출간하는 박두진 시 전집(전 12권) 가운데 둘째 권으로, 《거미와 성좌》(1962) 에 실린 49편의 시 및 그 이전 시집들의 연대에 해당하는 미수록된 시 33편이 실려 있다. 이들 시집이 실린《박두진 전집 2―詩Ⅱ》(범조사, 1982)를 토대로, 내용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판형과 표지·내지 디자인에 담았다. 오늘날 시집의 일반적 형태인 가로쓰기와 달리 원문의 맛과 분위기를 살린 세로쓰기로 조판했으며, 원문에 표기된 한자어 가운데 일부는 한글로 표기했고, 일부는 괄호 안에 독음을 표기했다.
거친 근현대사를 누구보다 치열하고 정직하게 살아간 구도자적 시인. ‘있는 그대로의 산’이라는 호[혜산兮山]처럼, 삶과 시가 이루어간 큰 산에 담긴 그의 체취와 음성은 척박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힘과 위안이 되어 준다.

이 책에 담긴 시들
《거미와 성좌》에는 6․25, 4․19와 5․16에 이르는 약 10년 동안 우리 민족이 겪은 시련과 역사적인 변혁기를 배경으로 한 시들이 실려 있다. ‘해’를 비롯한 자연물을 소재로 천상적(天上的)이고 초월적인 시세계를 담은 초기 시에 비해 지상적(地上的)이고 현실에 밀착된 시세계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시인의 말대로 ‘어둡고 악에 차고 모순투성이고 죄에 찬 생생한 오늘의 세계로 내려와서’ 현실과 정면대결하고 부조리를 비판하며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표출되어 있으며, 어조도 이전에 비해 격정, 분노, 항변으로 바뀌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대표작 <거미와 성좌>는 거미의 생태를 통해 고통스런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집요한 삶의 의지를 그려 낸 것으로, 이러한 시인의 의식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이 시집에는 신앙고백시라 할 수 있는 시들도 있는데, 죄인인 인간의 한계를 고백하며 속죄와 구원을 갈구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반성과 자기부인, 신에 대한 갈망과 온전한 맡김 등을 통해 삶과 죽음을 비롯한 인간 세계의 모순과 대립, 갈등과 고통을 승화시키려는 바람이 담겨 있다. 각 시집 연대 미수록 시는 《청록집》(1946), 《해》(1949), 《午禱(오도)》(1953), 《거미와 성좌》(1962)의 출간 연대를 전후하여 신문, 동인지, 잡지를 비롯한 매체에 발표되었으나 시집으로 엮어지지 않은 작품들이다. 특히 일제 말기 대표적인 문학지인 《문장》에 실렸던 시들은 데뷔 직후인 20대 중반의 시세계를 보여 주며, 그 외의 시들은―이 시 전집 1권에서 보았듯이―자연을 노래하는 가운데 진솔하고 소박한 내면을 담백한 시어로 담담하게 들려준다.

무게 354 g
크기 150 × 233 mm

저자

박두진
[혜산(兮山) 박두진(朴斗鎭)]

1916년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했으며, 1939년 정지용에 의해 ‘향현’, ‘묘지송’ 등이 《문장》지에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박목월, 조지훈과 더불어 ‘청록파’ 시인으로 불리는 그는 민족적 울분과 해방에의 소망을 자연과 신앙 속에서 구하는 시풍에서 출발하여, 현실에 대한 예언자적 고발과 영적 성숙을 위한 언어적 수행을 하나로 통합하는 시적 편력을 일관되게 보여 주었다. 《청록집》, 《해》, 《오도》, 《포옹무한》, 《수석열전》 등의 시집과 다수의 산문집, 《박두진 전집》(전10권), 《박두진 산문전집》 (전7권)이 있다. 31 문화상 예술상, 인촌상, 지용문학상, 외솔문학상, 동북아기독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연세대에서 정년퇴임한 후, 단국대와 추계예술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해 오다가 1998년 타계했다.

차례

발간사
自序(자서)

시집 《거미와 성좌》
序(서)

I
돌의 노래/ 산맥을 간다/ 볼을 댄다/ 어느 벌판에서/ 산이 좋다/ 바다의 靈歌(영가)/ 氷原行(빙원행)/ 거미와 성좌

II
어둠 속에서/ 봄에의 檄(격)
팔월/ 항거설/ 이리를 몰고 간다/ 바다가 바라뵈는 언덕의 풀밭/ 꽃과 항구/ 젊은 죽음들에게/ 우리는 보았다/ 우리들의 기빨을 내린 것이 아니다/ 강 II

III
갈보리의 노래 I/ 禱願(도원)/ 갈보리의 노래 II/ 내게도 다시 삶을/ 갈보리의 노래 III/ 날개

IV
바다와 아기/ 비둘기와 종/ 나무숲 땅 속에는/ 아이를 재운다/ 빛을 밟고/ 꽃/ 사상/ 전율의 수목

V
아내를 위한 자장가/ 바다와 무덤/ 시인공화국/ 새해에 드리는 기도/ 올해에도 또/ 망각의 강가에서/ 다시 부르는 1월의 노래/ 우리들의 기빨을 새것으로 달자/ 경고 · 통곡 · 결의/ 강 1

VI
항아리/ 바다와 장미/ 4월/ 廢(폐)화분/ 갈대 / 눈썹


각 시집 연대 미수록 시 

《청록집》 시대
蟻(의)/ 들국화/ 나의 하늘은 푸른 대로 두시라/ 꽃구름 속에/ 연륜/ 폭포 앞에서/ 용마석/ 陽峽(양협)/ 산과 산들을 일으키며/ 배암/ 기도/ 異鄕(이향)/ 綠陰詩抄(녹음시초) 1/ 녹음시초 2/ 녹음시초 3/ 녹음시초 4

《해》 시대
霜朝(상조)/ 마을 / 바람

《오도》 시대
바다와 淑(숙)/ 바다와 황소/ 말에게/ 어느 구릉에서/ 별은 지고

《거미와 성좌》 시대
푸르름을 마신다/ 愚禱(우도)/ 어머님에의 헌시/ 深淵頌(심연송)/ 학/ 고향에 부치는 편지/ 오월 · 모국 · 하늘 · 숲/ 아침에 피는 꽃/冬日(동일)

해설
박두진 연보

책속에서

습습하고 어두운/ 지옥으로부터의 너희들의 탈출은/ 또 한 번 징그러운 흑갈색 음모/ 지옥에서 지상에의 유배였고나.
추녀 밑 낡은 후미진 틈새에서/ 털 솟은 숭숭한 얼룽이진 몸둥아리/ 종일을 움츠리고 묵주 뇌이를 한다.
거미, 거무,/ 거미, 거뮈!…·/ 蜘蛛(지주), 지주!… 지주, 거믜!/ 거미, 지주!… 지주,/ 거뮈!……

―일몰…/ 어디쯤 바다에서 밀물소리 잦아 오고/ 산에서, 들에서는,/ 밤새가 왜가리가 뜸북새가 울고 오고/ 이리는 너구리를/ 너구리는 다람쥐를, 구렁이는 개구리를, 개구리는 쉬파리를,/ 먹으며 먹히우며 처절한 정적……./

거미는―,새까만 내장,/ 새까만 내장을 겹겹이 열어 피 묻은 일몰을 빨아 먹고,/ 새까만 내장을 겹겹이 열어 피 묻은 후광을 빨아 먹고,/ 새까만 내장을 겹겹이 열어 피 묻은 노을을 빨아 먹고는,/ 그리고는 황혼,/ 唐香墨(당향묵)처럼/ 선명한/ 까만 황혼을 뿜어낸다. 서서히/ 거미는/ 이제야 실현해 볼 회심의 음모/ 오늘의 짙은 황혼을 위한/ 피 묻은 계략을 펴는 것이다.발톱을 들어 몸내를 풍겨 숫거미들을 蠱惑(고혹)한다./ 여덟 개의 발끝으로 하는 여덟 차례의 간음/ 맞달겨드는 숫거미들은/ 전율해 오는 결사의 情夫(정부)/ 여덟 번의 간음과 더불어 오는 여덟 마리의 정부를/ 황홀해 하며 아찔해 하며/ 咬殺(교살)해 먹어버리는 쾌적!

이윽고 거미는 이번에는/ 소리를 내어 낭랑하게 주문을 다시 외이다가/ 늴―늴 늬나이 나이나,/ 신이 올라서 궁둥일 저어/ 獨舞(독무)를 추며 휘돌아 가면/ 슬, 슬, 슬, 저녁 산바람이 / 목줄을 와서 간지른다.거미는 다시 이 때/ 또 하나의 푸른 공간/ 추녀 끝 캄캄한 데서 뻦나무 높은 가지 끝까지/ 粘着性(점착성)/ 가장 질긴 밑줄을 뽑아/ 새로운 捕網(포망)의/ 얽애를 친다.

산뜻하고 열렬한/ 이때야 말로 거미는 일사불란의 用意(용의)/ 아슬아슬한 공중작업에/ 혼신의 정력을 소모한다.

끈끈하고 섬세하고 純美(순미)로운 선―/ 이것은 곧 탈출/ 이것은 곧 유배/ 이것은 고독/ 이것은 절망/ 이것은 허무/ 이것은 또 일몰/ 이것은 후광/ 이것은 노을 / 이것은 바닷소리/ 이것은 갈댓소리/ 이것은 황혼/ 이것은 嗚咽(오열)/ 이것은 默呪(묵주)/ 이것은 陰謀(음모)/ 이것은 간음/ 이것은 황홀/ 이것은 숫거미/ 이것은 肉汁(육즙)/ 이것은 교살/ 이것은 쾌적의/ 그러한 것이 짓이겨져서 거미줄 줄이 된 것이다./ 그러한 것의 精粹(정수)가 엉겨 끈끈한 줄이 된 것이다./ 눈이 부신, 차라리,/ 얽어 나가는 蜘蛛(지주)의 捕網(포망)은/ 승화된 순색의 희뽀오얀 혈맥!/ 그 그물 같은,/ 하늘로의 포망에는 / 하나씩의 칸살마다/ 하나씩의 하늘/ 하나씩의 하늘마다 하나씩의 황혼/ 하나씩의 황혼마다 하나씩의 성좌가/ 꽃밭처럼 허트러진, 꽃밭 같은 성좌가/ 먼, 먼, 무한궤도를 전설을 밟고 돌아가고/ 잴그렁거리는 별소리 속에/ 銀(은)소리 속에 매어달린다./ 또 한 번의 포만을 위해/ 거미의 자세가 긴장한다.

풍뎅이가 하나 날아와 걸린다 쭈루루 달려 나가서 휘감아 버린다./ 왕파리가 하나 날아와 걸린다 쭈루루 달려 나가서 휘감아 버린다./ 고추쨍아가 왕퉁이가 호박벌이 와 걸린다./ 말모기가 개똥벌레가 딱장벌레가 와 걸린다./ 걸리는 족족 휘감아 싸서 몽뚱그려서 죽이면/ 까만 잇발로 모조리 짓씹어 입맛을 다시며 먹어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밤―,/ 어디선가 풀섶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풀벌레들의 울음에 섞여 어머니 없는 아이가 울고/ 밤이 울고 어둠이 울고 바람이 울고 풀숲이 울어/ 울어 예는 萬籟(만뢰) 속에 밤이 깊으면/ 밤이 오면 언제나 우는 사람들/ 울음 속에 여위어 가는 눈이 맑은 사람들의 / 울음 울며 뒤착이며 여위는 소리…….

아, 거미도 이런 밤엔 오열을 한다./ 디룽 디룽 매어달려/ 먼 그런 울음소리에 귀를 기우려/ 흔들리는 실줄을 잡고 눈물짓는다./ 지르지르 지르르르…… 지질 지질 지르르르……/ 바로 발밑/ 시궁창 울밑에서 이제야 겨우 우는/ 지질히도 못생긴/ 지렁이의 측은함에 연민을 준다. 

그는― 눈을 든다./ 다시 한 번 바라보는 먼 恒河沙(항하사)/ 성좌와 성좌들의 어찔어찔한/ 대 우주―,/ 오오래인 理法(이법)들을 궁글려 보며/ 묵묵하니 눈을 감고 철학하다가,/ 호접(蝴蝶)! 오, 호접!/ 문득 그는,/ 밤이 다한 아침, 어쩌면 다시 오는 해밝이 녘에/ 극채색 눈이 부신 네 겹 날개의/ 南國種(남국종) 크다란 범나비가 한 마리/ 추방되어 내려오는 천사의 그것/ 찬란하게 펄럭이는 자유의 나라의 旗幅(기폭)처럼/ 훨훨훨 날아들어 펄럭일지도 모른다는/ 부풀어 오르는 보람에 싸여/ 황홀해하는 것이었다. 
_〈거미와 성좌〉 


마지막 내려 덮는 바위 같은 어둠을 어떻게 당신은 버틸 수가 있었는가? 뜨물 같은 치욕을, 불붙는 분노를, 에여내는 비애를, 물새 같은 고독을, 어떻게 당신은 견딜 수가 있었는가? 꽝꽝 쳐 못을 박고, 창끝으로 겨누고, 채찍질해 때리고, 입 맞추어 배반하고, 매어 달아 죽이려는, 어떻게 그 원수들을 사랑할 수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강할 수가 있었는가? 파도같이 밀려오는 승리에의 욕망을 어떻게 당신은 버릴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패할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약할 수가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은 이길 수가 있었는가? 방울 방울 땅에 젖는 스스로의 血滴(혈적)으로, 어떻게 만민들이 살아 날 줄 알았는가? 어떻게 스스로가 신인 줄을 믿었는가? 크다랗게 벌리워진 당신의 두 팔에 누구가 달려들어 안길 줄을 알았는가? 엘리…… 엘리…… 엘리…… 엘리…… 스스로의 목숨을 스스로가 매어달아, 어떻게 당신은 죽을 수가 있었는가? 신이여! 어떻게 당신은 인간일 수 있었는가? 인간이여! 어떻게 당신은 신일 수가 있었는가? 아!… 방울 방울 떨구어지는 핏방울은 잦는데, 바람도 죽고 없고 마리아는 우는데, 마리아는 우는데, 人子(인자)여! 인자여! 마즈막 쏟아지는 폭포 같은 빛줄기를 어떻게 당신은 주체할 수 있었는가? 
_〈갈보리의 노래 Ⅱ〉 


시인들의 나라에는 피흘림과 살인,/ 시인들의 나라에는 학살이 없다./ 시인들의 나라에는 강제수용소가 없다./ 시인들의 나라에는 공포가 없다./ 시인들의 나라에는 집 없는 아이가 없다./ 시인들의 나라에는 굶주림이 없다./ 시인들의 나라에는 헐벗음이 없다./ 시인들의 나라에는 거짓말이 없다./ 시인들의 나라에는 음란이 없다./ 그리하여 아, 절대의 평화, 절대의 평등,/ 절대의 자유와 절대의 사랑./ 사랑으로 스스로가 스스로를 다스리고,/ 사랑으로 이웃을 이웃들을 받드는,/ 시인들의 나라는 시인들의 悲願(비원)/ 오랜 오랜 기다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인, 어쩌면,/ 이 세상엘 시인들은 잘 못 내려온 것일까?/ 어디나 이 세상은 시의 나라가 아니다./ 아무데도 이 땅 위엔 시인들의 나라일 곳이 없다./ 눈물과 고독과 쓰라림과 아픔,/ 사랑과 연민과 기다림과 기도의,/ 시인들의 마음은 시인들만이 아는,/ 시인들이 이룩하는 시인공화국,/ 이 땅 위는 어디나 시인들의 나라이어야 한다. 
_〈시인공화국〉 마지막 2연


당신의 옷깃을 만지게 하십시요/ 내 마음 어디가 상하였습니까

당신은 왜 그리 멀리만 게십니까/ 당신은 왜 내게 默(묵)하십니까

당신은 왜 나를 안 보십니까/ 당신은 왜 나를 버리십니까

내가 갖인 사랑을 끊게 하여 주십시요/ 내가 나를 버리게 해 주십시요

이 세상을 미워함을 말게 하여 주십시요/ 이 세상을 사랑함을 말게 하여 주십시요
(1942. 9. 22) 
_〈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