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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시 전집 3

21,600

박두진
2018. 4. 10
각양장 / 196 Pages 
9788936512811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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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기도하는 구도자의 노래,
자연 인식을 통해 삶의 본질을 형상화하다!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靑鹿派) 시인의 한 사람이며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대해 봤음직한 시들로 기억되어 있는 혜산(兮山) 박두진(1916~1998). 한국 시사(詩史)에서 ‘참시인 중의 참시인’으로 손꼽히는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와 4․19, 5․18 등 우리 근현대사의 격변의 시기를 함께해 오면서 시대의 암울한 고뇌 속에서 조국과 민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시어로 형상화했다. 그의 시는 자연을 소재로 한 것이 많지만, 그 시들에 담긴 자연의 이미지와 강한 생명력은 일상의 삶과 질서 그리고 현실 초극의 의지를 담아냈으며, 내면의 성찰을 보여 주는 신앙의 고백으로 향하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이 책은 시인 박두진 탄생 100주년을 맞아 홍성사가 출간하는 박두진 시 전집(전 12권) 가운데 셋째 권으로, 《하얀 날개》(1967) 에 실린 47편의 시 및 《고산식물》(1973)에 실린 시 45편이 실려 있다. 이들 시집이 실린《박두진 전집 3―詩Ⅲ》(범조사, 1983)를 토대로, 내용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판형과 표지·내지 디자인에 담았다. 오늘날 시집의 일반적 형태인 가로쓰기와 달리 원문의 맛과 분위기를 살린 세로쓰기로 조판했으며, 원문에 표기된 한자어 가운데 일부는 한글로 표기했고, 일부는 괄호 안에 독음을 표기했다. 거친 근현대사를 누구보다 치열하고 정직하게 살아간 구도자적 시인. ‘있는 그대로의 산’이라는 호[혜산兮山]처럼, 삶과 시가 이루어간 큰 산에 담긴 그의 체취와 음성은 척박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힘과 위안이 되어 준다.

이 책에 담긴 시들
여느 시집에 비해 이 시집에는 소재로 다루어진 자연에 좀더 밀착해 있으면서 그 자연에 빗대어 부조화와 무질서와 모순으로 점철되는 인간 세상의 실상을 드러내고 그것을 초극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작품들이 많다.
분량이 그리 길지 않거나 정형화된 시형식을 갖춘 시들 가운데는 곡을 붙여 노래 불러도 좋을 법한 것들도 여러 편이 있는데, 단아하고 정련된 시어로 형상화된 이들 시에 담긴 자연과 인간의 이미지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맑고 청아한 기운에 젖게 하며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하얀 날개》에서 시인은, 기대하거나 희망하는 것과 심히 어긋나 있는 현실세계를 직시하며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며, 절대한 어떤 힘에 의지하여 그 부정적인 세계가 바로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노래하기도 한다. 1권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언급되기도 했던 해를 비롯한 일부 소재들은, 강인한 의지와 지속적인 정열이 시적 요소로 자리함을 느끼게 한다.
《고산식물》에서도 시인은 앞의 시집에서 보이는 모순과 대립, 질곡과 어려움을 넘어서려는 ‘상승적 지향, 곧 날아오르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자연과의 교감에서 시대의 분노를 읽어내는 한편, 풍성한 자연 인식을 통해 삶의 본질을 형상화하는 시인의 내면을 통해 우리는 이상적인 가치 질서를 꿈꾸는 ‘시인의 사명’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박두진 시 전집
홍성사에서는 박두진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60여 년에 걸친 그의 방대한 시세계를 한데 엮었습니다.
전 12권으로 간행될 박두진 시 전집은 다음과 같습니다.

1권 《해》, 《오도(午禱)》, 《인간밀림》
2권 《거미와 성좌》, 각 시집 연대 미수록 시

3권 《하얀 날개》, 《고산식물》
4권 《수석열전(水石列傳)》

5권 《속·수석열전》
6권 《포옹무한》

7권 《별과 조개》, 《사도행전》
8권 《하늘까지 닿는 소리》, 《야생대》

9권 《아, 민족》, 《기(旗)의 윤리》
10권 《수석연가》

11권 동시집 《해야 솟아라》
12권 유고 시집 《당신의 사랑 앞에》

저자

박두진(朴斗鎭, 1916~1998)
시인. 호는 혜산(兮山). 1916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으며, 1939년 정지용에 의해 〈향현〉, 〈묘지송〉 등이 《문장》에 추천되며 등단했다.
박목월, 조지훈과 더불어 ‘청록파’ 시인으로 불리는 그는 민족적 울분과 해방에 대한 소망을 자연과 신앙에서 구하는 시풍에서 출발하여, 현실에 대한 예언자적 고발과 영적 성숙을 위한 언어적 수행을 하나로 통합하는 시적 편력을 일관되게 보여 주었다.
연세대, 단국대, 추계예술대 등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아세아자유문학상, 서울특별시문화상, 3·1 문화상 예술상, 인촌상, 지용문학상, 외솔상, 동북아 기독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청록집》, 《해》, 《오도》, 《포옹무한》, 《수석열전》, 〈박두진 전집〉(전10권), 〈박두진 산문 전집〉(전7권) 등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이 있다.
그의 고향 안성에서는 그의 시 정신을 기리고 오늘에 되살리는 뜻에서 해마다 10월에 ‘혜산 박두진 문학제’가 열리며, 공모를 통해 ‘혜산 박두진 문학상’을 시상한다.(올해 제13회) 2018년 가을에는 안성시 보개면 복평리 296 안성맞춤랜드 내에 박두진문학관이 이전·개관할 예정이다.

해설/ 신동욱(1932~)
문학평론가, 국문학자. 충남 보령 출생. 서울대학교 국문과 및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계명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1960년 〈현대문학〉에 “마법과 미의 영역”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한국 현대문학론》(1972), 《한국 현대 비평사》(1975), 《한국 현대문학사》(1991), 《1930년대 한국 소설 연구》(1994), 《한국문학과 시대의식》(2014)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연세대학술상과 조연현문학상(1982), 월탄문학상(1989), 현대문학상(1994) 등을 수상했다.

차례

발간사
自序(자서)

시집 《하얀 날개》

自序(자서)

Ⅰ. 왜 당신은 노래를 부르시지 않어요
비로소 당신 앞에/ 산에서 만난 너/ 강/ 장미Ⅰ/ 장미Ⅱ/ 장미Ⅲ/ 장미Ⅳ/ 장미Ⅴ/ 장미Ⅵ/ 장미Ⅶ/ 7월의 편지/ 섭리

Ⅱ. 海碑銘(해비명)
절정/ 고와라 이 無人(무인) 邊境(변경)/ 海碑銘(해비명)/ 龍飛御天歌(용비어천가)/ 밤바다 回歸(회귀)/ 蝴蝶(호접)/ 신생대 제3기면 6천만 년 전/ 바다에서 만난 너

Ⅲ. 하늘 겹겹 땅 겹겹
잔내비/ 벌레/ 넋을 팔아/ 蕭條(소조)/ 牛耳洞(우이동)에서/ 新古事(신고사)/ 벽/ 나무/ 산신령의 간/ 曠野行(광야행)/ 겨냥/ 할렐루야/ 터럭이 하얀 양이 울 때/ 除夜(제야)에

Ⅳ. 아가야
김윤경 선생/ 아가야/ 종아리/ 옛 벗/ 그대여 어찌 나를 아니 재우시나이까

Ⅴ. 부활
예레미야는/ 첫 번째 기도/ 天路歷程(천로역정)/ 新綠懺悔(신록참회)/ 귀 기울이소서/ 깃발에 말한다/ 14행 8월/ 부활

시집 《고산식물》

自序(자서)

고산식물 Ⅰ
고산식물/ 변증법/ 예루살렘의 나귀/ 背叛圖(배반도)/ 林間學校(임간학교)/ 해안선/ 親和力抽象(친화력추상)/ 出陣圖(출진도)/ 邊山內海(변산내해) 雨天(우천)/ 동해 鏡浦海(경포해) 逸事(일사)/ 가을에/ 寓話(우화)/ 조용한/ 기를 단다/ 소라

고산식물 Ⅱ
너의 잠/ 날아가버린 새/ 4월/ 고백/ 아이들 소리/ 山水圖(산수도)/ 손/ 휩쓸려가는 것은 바람이다/ 그 강가/ 炎熱行(염열행)/ 자장가/ 凱旋(개선)/ 언덕의 바다/ 城(성)/ 인간적 인간적/ 戰碑文(전비문)/ 靑磁象嵌雲鶴紋梅甁(청자상감운학문매병) 緣起(연기)/ 혼자서 부르는 연가// 소리/ 다시 밤에/ 뒷날의 기억을 위한 되풀이/ 아침 한때

고산식물 Ⅲ
향가/ 4월, 젊음, 내일/ 별밭에 누워/ 나비의 죽음/ 가장 어질고 착한 이들의 눈에조차/ 蘭(난)에게/ 가을 산/ 예레미야의 노래/ 불사조의 노래

해설/ 날아오름과 버팀의 의지 /신동욱
박두진 연보

책속에서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 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
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며 오는,
소금냄새의 깃발, 콩밭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

7월의 바다의 저 출렁거리는 波面(파면)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

7월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_〈7월의 편지〉

 

그 녀석 어디 지금 있을 것이다.
천 구백 삼십 년대 어둡던 일월
우리 같이 시 배워 시인 되자던
언짢을 땐 굵은 목청
콧노래 하고
작은 키 커다란 눈에 위산 과닷증
괴타리 언제나 손으로 잡고 춧석거리던
어디 지금 그 녀석 있을 것이다.
갇힌 하늘 꽝꽝 얼은
북녘 아니면
능선 계곡 벌판 어디를 쫓겨 가다가
그랬다가 지금은 희디 흰 백골
바람에 그 달빛 속에 햇살 속에 울어
남 북녘 하늘 끊긴
우리들의 조국
혼령이나 왔다 갔다 있을 것이다.
그 풀밭 고향 뚝 어린 시절에
우리 같이 서울 가서 공부 하자고
풀베개 오래 누워 하늘 바라던
그 녀석 지금 어디 있을 것이다.
_〈옛 벗〉

 

돌아가야 하는 것을. 이제야 혼자 나는 돌아가야 하는 것을. 후두겨 흩날려 떨어지는 가을, 노오랗게 골짜기에 낙엽 쌓이는.

가라앉혀야 하는 것을. 언제는 부풀리어 드설레던 가슴, 언제는 흐느끼어 전율하던 전신을. 가지마다 끝에 뿜던 열한 불길을. 이제는 찰랑이는 파아란 깊이, 그 흐름 가을 강에 가라앉혀야 하는 것을.

되돌아다보지도 말아야 하는 것을. 산까마귀 희살지어 떼로 날며 우는, 한 잎 두 잎 땅에 지는 아픈 뉘우침, 현란한 꿈의 잎새를 가을 강에 띄워. 먼 아래 손짓하는 노을 저녁때. 떨리며 와 귀에 닿는 금빛 종소리.

되돌아가야 하는 것을. 가을. 후두겨 훌훌 떨군 스스로의 裸木(나목), 얼굴을 그 높은 키를 가을 강에 비껴.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을. 손 흔들어야 하는 것을. 영글어 저 떨어지는 산골짝의 열매, 강의 끝 저 바다로 오는 새론 내일에.
_〈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