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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시 전집 5 – 《속·수석열전(水石列傳)》

21,600 24,000

박두진
2018. 11. 8
각양장 / 224Pages
9788936513146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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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소개하는 《박두진 시 전집 5》

근원적인 세계를 집약한 수석(水石),
자연과 예술이 하나가 되다!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靑鹿派) 시인의 한 사람이며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대해 봤음직한 시들로 기억되어 있는 혜산(兮山) 박두진(1916~1998). 한국 시사(詩史)에서 ‘참시인 중의 참시인’으로 손꼽히는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와 4․19, 5․18 등 우리 근현대사의 격변의 시기를 함께해 오면서 시대의 암울한 고뇌 속에서 조국과 민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시어로 형상화했다. 그의 시는 자연을 소재로 한 것이 많지만, 그 시들에 담긴 자연의 이미지와 강한 생명력은 일상의 삶과 질서 그리고 현실 초극의 의지를 담아냈으며, 내면의 성찰을 보여 주는 신앙의 고백으로 향하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이 책은 시인 박두진 탄생 100주년을 맞아 홍성사가 출간하는 박두진 시 전집(전 12권) 가운데 다섯째 권으로, 《속·수석열전》(1976) 에 실린 10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들 시집이 실린《박두진 전집 4―詩Ⅳ》(범조사, 1984)를 토대로, 내용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판형과 표지·내지 디자인에 담았다. 오늘날 시집의 일반적 형태인 가로쓰기와 달리 원문의 맛과 분위기를 살린 세로쓰기로 조판했으며, 원문에 표기된 한자어 가운데 일부는 한글로 표기했고, 일부는 괄호 안에 독음을 표기했다.
거친 근현대사를 누구보다 치열하고 정직하게 살아간 구도자적 시인. ‘있는 그대로의 산’이라는 호[혜산兮山]처럼, 삶과 시가 이루어간 큰 산에 담긴 그의 체취와 음성은 척박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힘과 위안이 되어 준다.

이 책에 담긴 시들
《속·수석열전》에는 1974~1976년 문학잡지에 연재했던 수석시 100편이 실려 있다. 《수석열전》을 소개할 때도 언급했듯이 저자에게 수석은 삼라만상 가운데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존재이며, 그 존재와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다다르고자 한 세계가 무엇인지를 그의 수석시들은 여실히 보여 준다.
저자의 시세계에서 수석의 의미는 각별하다. ‘신의 작품’이기도 한 수석 하나하나에는 근원적인 세계가 집약되어 있으며, 그러한 수석과의 만남을 통해 저자는 수석에 일치하려는 노력을 보이는데, 이는 인간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와도 맥락이 닿아 있다. 시 쓰는 일을 통해 ‘신 앞에 가장 인간다운 인간으로 서기를’ 희구했던 저자의 일관된 자세를 다시금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상징과 계시와 예술의 힘이 있고 근원적인 세계가 집약되어 있는 수석. 바로 이 수석을 노래한 시들을 통해 우리는 자연과 예술이 하나 됨을 보며,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의 표상인 신의 세계에 다가가려는 지난한 몸짓을 추체험한다. 수석시의 핵심은 바로 이 점에 있다.
박두진의 수석시에서 그의 시세계를 특징짓는 ‘자연, 인간, 신’의 관계는 여느 시와는 다른 차원과 깊이를 지니며, 그의 시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별하다. 300여 편에 이르는 그의 수석시는 홍성사에서 간행될 제10권 《수석연가》에서도 만날 수 있다.

크기 150 × 233 mm

책속에서

돌과 돌돌이 굴러가다가 나를 두들기고,
모래와 모래가 쓸려가다가 나를 두들기고,
물결과 물결이 굽이쳐가다가 나를 두들기고,

너무도 기나긴 억겁의 세월,

햇살과 햇살이 나를 두들기고,
달빛이 나를 두들기고,
깜깜한 밤들이 나를 두들기고,
별빛과 별빛이 나를 두들기고,

아, 훌훌한 낙화가
꽃잎이 나를 두들기고,
바람이 나를 두들기고,
가랑비 소낙비 진눈깨비가 나를 두들기고,
싸락눈 함박눈 눈보라가 나를 두들기고,
우박이 나를 두들기고,

그, 분노가 나를 두들기고,
회의와 불안,
고독이 나를 두들기고,
절망이 나를 두들기고,

아니, 사랑이 나를 두들기고,
끝없는 뉘우침
끝없는 기다림
갈망이 나를 두들기고,

양심과 정의, 지성이 나를 두들기고,
진리와 평화
자유가 나를 두들기고,
겨레가 나를 두들기고,

끝없는 아름다움
예술이 나를 두들기고,

나사렛 예수
주 그리스도와 하느님,
말씀이 나를 두들기고.
_〈129. 자화상〉

너는 그때 물에서 솟아서 올라왔네.
전신을 번쩍이는 물에 젖은 달빛
커다랗게 나를 보며 눈물 젖었네.

아무 말도 내게 너는 말이 없었네.
초록으로 얼룽이진 희디하얀 알몸
먼 옛날 天女(천녀)처럼 오들오들 떨었네.
나도 그때 아무 말도 네게 안했네.
신에게도 어떤 때는 감춰두고 싶은
안에 깊이 간직해온 하나만의 말,

우리는 서로 달빛 젖어 말이 없었네.
언젠가는 같이 건널 먼 은하 꿈
오래오래 서로 안고 흐느꼈었네.
_〈159. 姮娥精(항아정)〉
달이 하나 강 속에 빠져 있다.
달 속에 가을강의 여울소리 들린다.

어느 하늘
누가 여기에 달을 빠쳤을까.
어느 아기가 달을 놀다 떨어뜨렸을까.

떨어질 때 부딪친 달모서리 상처
가슴에는 화살자죽
상처에서 곱디고운 피가 흐르고.

눈을 가린 쌍둥말이 달의 수레 끈다
피어오르는 달의 둘레 칠색 무지개
가을강을 삐걱이며 달의 수레 간다.
_〈172. 달〉

모래펄을 타박타박 걸어가면서
바다 저쪽 멀리멀리 바라보면서
못 견디게 그리운 이 생각하면서
너여 너여 나의 너여 이름 외우면서
겨울바다 울음 속에 휩쓸리면서
가던 이 길 다시는 안 온다면서
휘정휘정 바닷벌판 홀로 간다네.
_〈184. 해변길〉

차례

발간사
自序(자서)

《속․수석열전》

自序(자서)

속․수석열전 Ⅰ
101. 白磁鐵畫山水文屛(백자철화산수문병) 102. 槍(창) 103. 살별 104. 靜(정) 105. 群龍昇天圖(군룡승천도)

속․수석열전 Ⅱ
106. 여러 마리의 토끼 107. 가을 內海(내해) 108. 怒(노) 109. 거리 110. 돌구름

속․수석열전 Ⅲ
111. 너의 隆起(융기) 112. 가을숲 113. 驪江(여강) 고독 114. 黑鳥(흑조) 115. 鬪(투)

속․수석열전 Ⅳ
116. 한탄강의 코 117. 集仙峰(집선봉) 118. 浦灘里(포탄리) 출토 백자항아리 119. 안중근 의사의 손 120. 銀漢圖(은한도)

속․수석열전 Ⅴ
121. 石坐翁(석좌옹) 122. 愛蓮說(애련설) 123. 무인도 124. 암피둘기 125. 降雪期(강설기)

속․수석열전 Ⅵ
126. 결투의 거북 127. 석굴암 128. 바다 속의 산 129. 자화상 130. 마리아상

속․수석열전 Ⅶ
131. 天馬蹄(천마제) 132. 호랑이 발자국 133. 靑魚(청어) 134. 戀女人(연여인) 135. 黑曜石(흑요석) 잠언

속․수석열전 Ⅷ
136. 月嶽神殿(월악신전) 137. 異敎神話(이교신화) 138. 전설의 섬 139. 巡禮女(순례녀) 140. 驪江(여강)에서

속․수석열전 Ⅸ
141. 靑磁象嵌花卉文(청자상감화훼문) 陶板(도판) 142. 금요일 또는 失意(실의)의 그리스도 143. 마이요르의 「지중해」 특히 그 臀部(둔부)의 추상 144. 敔(오) 145. 天桃說(천도설)

속․수석열전 Ⅹ
146. 無聊(무료)한 立像(입상) 147. 龜趺坐(귀부좌) 148. 女精(여정) 149. 一點雲(일점운) 150. 猛禽(맹금)

속․수석열전 Ⅺ
151. 암록색 피라밋형 높디높은 하늘산 152. 刻(각) 153. 積卷雲(적권운) 154. 軍神(군신) 마아즈 155. 嶺(영)

속․수석열전 Ⅻ
156. 長恨歌(장한가) 聖女(성녀) 157. 山雪月(산설월) 158. 잃어버린 이름의 광야 159. 姮娥精(항아정) 160. 사도들의 행진

속․수석열전 ⅩⅢ
161. 올라갈 수도 없이 높은 산의 하늘마당 162. 熊女(웅녀) 163. 陽(양) 164. 45도쯤 먼 하늘의 光角(광각)을 우러르며 울음 우는 어느 북극권 짐승의 넋두리 165. 예감의 가을 산

속․수석열전 ⅩⅣ
166. 黑半月(흑반월) 167. 너에게 안겨주고 싶은 충청북도 내륙의 희뽀얀 황토산 168. 彈琴臺(탄금대) 申砬(신립) 169. 돌아기 170.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거대한 立像(입상) 먹돌의 추상

속․수석열전 ⅩⅤ
171. 비둘기 또는 비너스 또는 젬마의 앞가슴 172. 달 173. 滿潮(만조) 174. 初潮(초조) 175. 黑抽象(흑추상) 遠山(원산)

속․수석열전 ⅩⅥ
176. 강의 비밀 177. 속의 불 178. 겨울새 179. 너의 혼자 180. 戀(연) 無常(무상)

속․수석열전 ⅩⅦ
181. 王子嘆(왕자탄) 182. 飛龍圖(비룡도) 183. 母子像(모자상) 雪日(설일) 184. 해변길 185. 稜線(능선) 無限(무한)

속․수석열전 ⅩⅧ
186. 水墨圖(수묵도) 추상 187. 杜鵑花石(두견화석) 188. 氷原(빙원)의 아브라함 189. 하늘만 바라보는 새 190. 깨달음의 돌

속․수석열전 ⅩⅨ
191. 他畫像(타화상) 192. 잠 193. 黑兎(흑토) 194. 새들의 자유 195. 손 또는 하얀 돌의 無文碑(무문비)

속․수석열전 XX
196. 은하가 있는 하늘 풍경 197. 古墳壁畵贊(고분벽화찬) 高句麗條(고구려조) 198. 기다림의 숲 199. 聖處女(성처녀) 200. 天山巖(천산암)

해설/ 인간과 무한한계 /신대철
박두진 연보

저자

박두진(朴斗鎭,  1916~1998)
시인. 호는 혜산(兮山). 1916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으며, 1939년 정지용에 의해 〈향현〉, 〈묘지송〉 등이 《문장》에 추천되며 등단했다.
박목월, 조지훈과 더불어 ‘청록파’ 시인으로 불리는 그는 민족적 울분과 해방에 대한 소망을
자연과 신앙에서 구하는 시풍에서 출발하여, 현실에 대한 예언자적 고발과 영적 성숙을 위한 언어적 수행을 하나로 통합하는 시적 편력을 일관되게 보여 주었다.
연세대, 단국대, 추계예술대 등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아세아자유문학상, 서울특별시문화상, 3·1 문화상 예술상, 인촌상, 지용문학상, 외솔상, 동북아 기독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청록집》, 《해》, 《오도》, 《포옹무한》, 《수석열전》, 〈박두진 전집〉(전10권), 〈박두진 산문 전집〉(전7권) 등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이 있다.
그의 고향 안성에서는 그의 시 정신을 기리고 오늘에 되살리는 뜻에서 해마다 10월에 ‘혜산 박두진 문학제’가 열리며, 공모를 통해 ‘혜산 박두진 문학상’을 시상한다.(올해 제13회)  2018년 가을에는 안성시 보개면 복평리 296 안성맞춤랜드 내에 박두진문학관이 이전·개관할 예정이다.

해설/ 신대철(申大澈, 1945~ )
시인.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6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2년 제4회 백석문학상, 2006년 제1회 박두진문학상, 2008년 제19회 김달진문학상, 제8회 지훈상(문학부문)을 수상했다. 저서로 시집《무인도를 위하여》(1977),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2000),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2005), 《바이칼 키스》(2007)와 산문집 《나무 위의 동네》(1989)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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