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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시 전집 6 – 《포옹무한(抱擁無限)》

21,600 24,000

박두진
2018. 11. 8.
각양장 / 200 Pages
9788936513153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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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소개하는《박두진 시 전집 6》

모순 극복을 향한내면의 편력과 방황의 고백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靑鹿派) 시인의 한 사람이며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대해 봤음직한 시들로 기억되어 있는 혜산(兮山) 박두진(1916~1998). 한국 시사(詩史)에서 ‘참시인 중의 참시인’으로 손꼽히는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와 4․19, 5․18 등 우리 근현대사의 격변의 시기를 함께해 오면서 시대의 암울한 고뇌 속에서 조국과 민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시어로 형상화했다. 그의 시는 자연을 소재로 한 것이 많지만, 그 시들에 담긴 자연의 이미지와 강한 생명력은 일상의 삶과 질서 그리고 현실 초극의 의지를 담아냈으며, 내면의 성찰을 보여 주는 신앙의 고백으로 향하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이 책은 시인 박두진 탄생 100주년을 맞아 홍성사가 출간하는 박두진 시 전집(전 12권) 가운데 여섯 째  권으로, 《포옹무한》(1980) 에 실린 42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들 시집이 실린《박두진 전집 6―詩Ⅲ》(범조사, 1984)를 토대로, 내용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판형과 표지·내지 디자인에 담았다. 오늘날 시집의 일반적 형태인 가로쓰기와 달리 원문의 맛과 분위기를 살린 세로쓰기로 조판했으며, 원문에 표기된 한자어 가운데 일부는 한글로 표기했고, 일부는 괄호 안에 독음을 표기했다.
거친 근현대사를 누구보다 치열하고 정직하게 살아간 구도자적 시인. ‘있는 그대로의 산’이라는 호[혜산兮山]처럼, 삶과 시가 이루어간 큰 산에 담긴 그의 체취와 음성은 척박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힘과 위안이 되어 준다.


이 책에 담긴 시들

포옹’과 ‘무한’. 박두진의 여느 시집에 비해 제목이 주는 느낌이 선뜻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는 이 시집에는 1970년대 후반에 쓴 42편의 연작시가 수록되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성장기를 거쳐 청소년기와 성인에 이르는 과정에서 겪은 일상의 체험들을 통해 절대자와 만남의 계기와 그 만남을 통한 실존의 자각과 고뇌, 방황, 그리고 그것을 승화하기 위한 몸부림의 자취가 정제된 시어로 형상화되어 있다. 여느 시집에 실린 시에 비해 모두 호흡이 길고, 내면의 고백을 듣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과 완전한 존재인 절대자의 만남 자체가 지닌 신비, 그것은 곧 ‘있음’의 신비인데, ‘완전한 있음’과 ‘불완전한 있음’의 대비를 통해 시인은 삶과 죽음, 유와 무를 비롯하여 존재하는 모든 대립항의 요소들이 신비 가운데 얽혀있음을 보여 준다. 이 시집에 실린 많은 시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모습들도 바로 그 신비로움의 결정체를 집약하여 보여 주는 프리즘이라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소재인 산과 강이 뼈와 살과 피의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그의 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그가 노래한 자연은 절대자의 섭리 곧 무한한 포옹 속에 깃든 작은 별이며, 그 자연 속의 인간은 지극히 미미한 존재이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절대자와 연결된다. 존재의 신비와 역설을 상징하는 ‘포옹무한’, 그 역설에 담긴 진실을 찾아가는 시인의 구도적 자세가 이 시집의 시 한 편 한 편에 아로새겨져 있다.

크기 150 × 233 mm

책속에서

당신은 나를 강으로 오라고 하셨어요.

푸른 강 물살 위에 글씨를 쓰라고 하셨어요.

시를 쓰라고 하셨어요.

혼자서 쓰라고 하셨어요.

그 글씨

그래서

더러는 한 자 한 자 꽃으로 피어서 떠내려갔어요.

더러는 한 자 한 자 별이 되어서 떠올라갔어요.

더러는 한 자 한 자 물새가 되어서 날아갔어요.

아니

더러는 한 자 한 자 불꽃이 되어서 타올라 가고,

더러는 한 자 한 자 구름이 되어서 피어올라 가고,

더러는 한 자 한 자 돌이 되어서 가라앉았어요.

아니 그 글씨

그 시는

눈물이 되어 한 자 한 자 눈물의 강으로 흘러갔어요.

핏방울 되어 한 자 한 자 강물의 피로 흘러갔어요.

더러는 안개

더러는 무지개

더러는 환희

더러는 꿈

더러는 기도가 되어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고,

더러는 여울이 되어

바다로 바다로 휩쓸려 갔어요.

해의 글자는 해가 되고,

별의 글자는 별이 되고,

바람의 글자는 바람,

바람이 되어서 불어갔어요.

당신은 나를 강으로 오라고 하셨어요.

푸른 그 강물살에 글씨를 쓰라고 하셨어요.

시를 쓰라고 하셨어요.

그러나 그 글씨

지금은

흔적도 안 남고 흘러갔어요.

아무도 아무도 외우는 이 없어요.

말없이 강물만 흘러가요.

_〈19. 강물에 쓰는 글씨〉

쫓겨서 벼랑에 홀로일 때

뿌리던 눈물의 푸르름

떨리던 풀잎의 치위를 누가 알까

땅바닥 맨발로 넌즛 돌아

수줍게 불러보는 만남의 가슴떨림

해갈의 물동이

눈길의 그 출렁임을 누가 알까

천 명 삼천 명의 모여드는 시장끼

영혼의 그 기갈소리 전신에 와 흐르는

어떡헐까 어떡헐까

빈 하늘 우러르는

홀로 그때 쓸쓸함을 누가 알까

하고 싶은 말

너무 높은 하늘의 말 땅에서는 모르고

너무 낮춘 땅의 말도

땅의 사람 모르고

이만치에 홀로 앉아 땅에 쓰는 글씨

그 땅의 글씨 하늘의 말을 누가 알까

모닥불 저만치 제자는 배반하고

조롱의 독설,

닭 울음 멀어가고

군중은 더 소리치고

다만 침묵

흔들리는 안의 깊이를 누가 알까

못으로 고정시켜

몸 하나 매달기에는 너무 튼튼하지만

비틀거리며

어깨에 메고 가기엔 너무 무거운

몸은 형틀에 끌려가고

형틀은 몸에 끌려가고

땅 모두 하늘 모두 친친 매달린

죄악 모두 죽음 모두

거기 매달린

나무 형틀 그 무게를 누가 알까

모두는 끝나고

패배의 마지막

태양 깨지고 산 웅웅 무너지고

강물들 역류하고

낮별의 우박 오고

뒤뚱대는 지축

피 흐르는 암반

마리아

그리고 막달레나 울음

모두는 돌아가고

적막

그때

당신의 그 울음소리를 누가 알까

_〈37. 聖孤獨(성고독)

차례

발간사
자서(自序)

《抱擁無限(포옹무한)》

自序(자서)
1. 그때
2. 어떻게 나를 빚으셨을까
3. 별의 나라 날개를 잃고
4. 죽음은 들어오고
5. 당신의 예정
6. 밤 안개 안개 밤
7. 땅에 내린 별
8. 너는 그때
9. 두 번째 낙원
10. 어린 異性(이성)
11. 식민지, 20년대 春窮(춘궁)
12. 머나먼 갈보리, 그 뜨겁고 진하고 아름다운 말씀의 핏방울
13. 방황 Ⅰ
14. 방황 Ⅱ
15. 뜨거운 상처
16. 강, 너
17. 붉은 나래 새
18. 하나만의 이름
19. 강물에 쓰는 글씨
20. 한 마리 당나귀로서
21. 한 마리 사슴으로서
22. 빛살 속의 너
23. 하늘의 별을 불러내라
24. 더 멀리 더 멀리에
25. 귀뚜라미의 노래
26. 꽃
27. 해의 맹서, 별의 맹서
28. 푸른 숲의 새
29. 바람 소리
30. 작은 짐승
31. 항해의 풀밭
32. 황홀
33. 동화
34. 地平歌(지평가)
35. 아침 날개
36. 劍法(검법)
37. 聖孤獨(성고독)
38. 蕩子恨(탕자한)
39. 虹美石(홍미석)
40. 聖內在(성내재)
41. 少年行(소년행)
42. 할렐루야

해설/ 포옹무한, 그 모순의 극복/ 이상섭
박두진 연보

저자

박두진(朴斗鎭, 1916~1998)

시인. 호는 혜산(兮山). 1916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으며, 1939년 정지용에 의해 〈향현〉, 〈묘지송〉 등이 《문장》에 추천되며 등단했다.
박목월, 조지훈과 더불어 ‘청록파’ 시인으로 불리는 그는 민족적 울분과 해방에 대한 소망을 자연과 신앙에서 구하는 시풍에서 출발하여, 현실에 대한 예언자적 고발과 영적 성숙을 위한 언어적 수행을 하나로 통합하는 시적 편력을 일관되게 보여 주었다.
연세대, 단국대, 추계예술대 등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아세아자유문학상, 서울특별시문화상, 3·1 문화상 예술상, 인촌상, 지용문학상, 외솔상, 동북아 기독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청록집》, 《해》, 《오도》, 《포옹무한》, 《수석열전》, 〈박두진 전집〉(전10권), 〈박두진 산문 전집〉(전7권) 등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이 있다.
그의 고향 안성에서는 그의 시 정신을 기리고 오늘에 되살리는 뜻에서 해마다 10월에 ‘혜산 박두진 문학제’가 열리며, 공모를 통해 ‘혜산 박두진 문학상’을 시상한다.(올해 제13회) 2018년 가을에는 안성시 보개면 복평리 296 안성맞춤랜드 내에 박두진문학관이 이전·개관할 예정이다.


해설/ 이상섭(1937~ )

문학평론가. 평양 출생. 연세대학교 영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에머리대학 대학원 영문과를 졸업했다.(문학박사) 미국 머레이주립대학 조교수, 연세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미국에서 현대문학의 이론을 익힌 그는 학문적인 수준으로 비평을 끌어올리고, 비평의 방법론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였다. 또한 문학의 독자성을 주장함으로써 문학비평의 여러 방법 가운데 사회윤리주의적 방법에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그는 문학이 정치의 도구화, 종교의 도구화되는 것에 특히 반대했다.
한글학회표창(1985), 연세학술상(연세대학교.1987), 대한민국문학상(문예진흥원.1988), 외솔상(1999), 제9회 연문인상(연세대 문과대학 동창회)(2009)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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