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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비정한 도시

6,500

현길언
2015. 5. 22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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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그 42일간의 숨 가쁜 기록이 담긴 현길언 작가의 실화소설!

“누구도 생명을 말하지 않았다!”

비정한 우리 사회의 알몸을 목도했던 그해 여름…

그리고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 우리 시대의 ‘비정한 자화상’을 마주해야 할 이유!

기억하는가? 2007년 7월, 한여름 뙤약볕만큼이나 따갑고 맹렬했던 비정한 도시 사람들의 시선과 아우성을. 오랜 내전으로 신음하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돌보러 떠난 한국인 봉사단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포위되어 42일간 공포에 떨며 포위돼 있었던 그해 여름, 피랍된 23인의 목숨을 향한 사람들의 반응은 참으로 가혹했다. 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여전하다. 우리 모두는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되돌아보기 전에, 옳고 그름과 잘잘못을 가리며 저마다의 판단 기준으로 저울질하기 바쁘다.
이 소설은 8년 전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다루고 있으나, 비단 그 사건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수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도리어 한층 심화된 이 사회의 부조리와 비정한 인간 군상을 조명한다. 한편 세상 풍조와 여론에 휩쓸린 채 선한 양심으로 진리를 선포하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을 향한 자성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생명을 저당 잡혀 공포에 떨던 23인의 목숨 앞에 침묵했던 순간을. 이제, 끝내 ‘생명’을 말하지 않았던 우리의 비정한 자화상을 마주할 시간이다.

<일러두기>
1. 이 소설은 2007년 7월 19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향하던 23명(남자 5명, 여자 18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되었던 사건을 토대로 허구를 가미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2. 본문의 2, 5장 ‘민유현의 일기’와 7장 ‘윤 선생의 일기’는 봉사단에 참여했던 유경식 강도사(당시)가 《본질과현상》 12호(2008년 여름)에 발표한 〈아프간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아픔〉이란 글을 바탕으로 저자의 상상력을 덧붙여 쓴 것임을 밝힙니다.

<줄거리>
강 여사의 생일을 맞아 모처럼 한자리에 둘러앉은 현선 가족, 돌연히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알리는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하게 된다. 본래 현선은 절친한 대학 선배 민유현과 함께 아프간 봉사에 동행하기로 했었으나 논문 번역 일정으로 불가피하게 떠나지 못했다. 현선은 자신의 유익을 챙기느라 함께 봉사를 떠나지 못했다는 생각에 유현 언니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감에 시달리는 한편, 시종 비난의 칼을 휘두르는 언론과 대중의 반응을 목도하며 패닉 상태에 빠진다. 종교사회학자인 현선의 아버지는 여러 매체로부터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에 대해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방송에 출현하여 한국 기독교의 선교 정책 등에 관해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한다. 현선은 그리스도인인 아버지조차 여론몰이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에 크나큰 혼란을 느낀다. 생명에 대한 조금의 긍휼도 없이 그저 비판의 목소리만 높이는 ‘비정한 도시 사람들’ 속의 현선과 세상으로부터 돌 맞을까 두려워 침묵하는 그리스도인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죽이며 살얼음판의 나날을 보내는 민유현과 윤 선생의 기록이 교차된다. 그 긴박한 상황 속에 배 목사와 상민 형제는 결국 살해되고 마는데…. 실제 사건을 토대로 재구성한 42일간의 이야기가 긴박한 교차 서술로 입체 조명되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내었다.

말해지지 않은 것과 말해져야 할 것들
“한국 교회는 여전히 잠잠했다. 이번 사태로 세상이 교회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확인하였기에 섣불리 나설 용기가 없었다”(146면).

생사의 기로에 선 목숨 앞에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생의 본질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 나왔다. 시대의 균열을 메우는 작가 현길언의 실화소설이다. 이 소설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봉사단원 피랍 사태를 토대로 재구성되었다. 인간의 주변적 진실을 추구하는 소설 쓰기에 35년을 몰두해 온 그가 무려 8년 전의 이야기를 지금 다시 꺼내든 까닭은 무엇일까. 세월이 흐를수록 심화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 때문이다. 말해지지 않은 것은 여전히 그늘 속에 묻혀 있고, 말해져야 할 것들은 침묵의 영역 속에 갇혀 있는 이 현실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당시 입 가진 자들은 누구나 ‘선교’라는 이름으로 내전 지역에 들어간 봉사단을 비난하며 한국 교회를 질타했다. 심지어 일부 그리스도인은 여론을 한층 더 들끓게 하는 기폭제가 되어 기독교를 비판하는 데 앞장서기까지 했다. 내전으로 신음하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구제하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봉사를 떠난 이들의 선한 의도는 무연히 흩어져 버린 채 ‘부당한 출국’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그 와중에 한국 교회와 개개인의 그리스도인은 세상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기에 급급했다. 세상이 휘두른 가혹한 비난의 말들은 한국 교회를 깨어나게 하는 매운 회초리가 되기는커녕 겁먹은 쥐를 비좁은 구멍으로 숨어들게 하는 비겁한 도리깨질에 불과했다. 이념을 사수하기 위해 무고한 생명을 무차별하게 희생하는 야만적 폭력성과 집단 이기주의에 대해서는 누구도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던 그해 여름의 비정한 도시 사람들. 이 소설은 여전히 비정하고 비겁한 우리를 향해 묻는다. ‘진리’를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은 사회악과 시대의 부조리 앞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라고.

사소한 목숨은 없다
“들꽃은 땅이나 나라를 가리지 않고 피는구나. 전쟁터에도 피고, 평화로운 마을에도 피는구나.
나는 신들린 사람처럼 들꽃을 뜯었다”(174면).

밤낮 없이 테러와 납치가 횡행하는 그 땅에도 이름 모를 들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황폐한 전쟁터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피어난 들꽃처럼 그곳에도 인정과 온기를 간직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온몸을 폭탄으로 무장한 잔악무도한 탈레반에게도 ‘목숨’은 똑같이 소중하고 존귀했다. 그들 역시 개인적으로는 아프간 정부에 동지를 빼앗기고,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형을 잃은 불행한 자들이었으며, 폭격에 맞아 손가락 발가락이 잘려나간 약자에 불과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눠 보면 순수하고 투명한 영혼이 느껴졌다. 그러한 ‘사람들’을 만나고 보살피기 위해 위험을 불사하고 떠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봉사단원들은 그곳에서 생명의 숨소리를 듣고, 생생한 삶의 현장을 본다.
이 소설은 비난의 날을 세워 서로의 잘잘못을 물으며 책임 공방을 벌이는 비정한 도시 사람들의 그림자를 드리워 보이는 한편, 피랍자의 끼니와 세숫물을 챙기며 따뜻한 온정을 나누는 아프가니스탄 마을 사람들의 훈훈한 모습을 교차 전개함으로써 ‘인간’과 ‘생명’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가치관을 되돌아보고 성찰케 한다. 끝까지 하나님을 부인하지 않고 한 알의 밀알로서 신앙을 지킨 배형규 목사와 박상민 형제(실제 이름 박성민)의 숭고한 희생 또한 아프가니스탄 땅을 향한 순전한 사랑을 증명한다. 그들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면서까지 선포하려 했던 단 하나의 진리는 이 땅에 ‘사소한 목숨’이란 없다는 것이었다. 그해 여름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는 그렇게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성을 낱낱이 드러내는 거울 같은 사건으로 자리매김했다. IS 무장 단체의 관련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는 지금,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지켜내야 할 ‘생명’에 대해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책속에서

“교회와 싸우시겠다는 겁니까” 새로 합류한 이 기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싸우겠다는 게 아니라, 교회의 권위를 벗겨 내려는 거지. 그 권위는 조작된 것이기 때문일세. 지금 교회는 한국에서 가장 오만한 집단으로 권력화되고 있어요. 이대로 놔두면 이 사회를 온통 집어삼켜 버릴지도 몰라요. 교회는 표가 많고 돈도 많고 거기다가 하나님이라는 든든한 백까지 있어 오만 방자할 수밖에 없으니, 이번 기회에 그 가짜 권위를 벗겨 내려는 것이오.”
_64면, 1. 비정한 도시 사람들(1)

배형규 목사 시신이 동의부대에 도착하였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한 선교사의 죽음에 대해서 가해자 탈레반 측에 한마디 항의도 하지 못했다. 응당 죽을 사람이 죽은 것처럼, 살인자들의 화를 돋우어 더 심술부릴까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언론도 그 많은 교회도 인권과 시민의 권리를 입에 달고 다니는 인권단체와 시민단체들도, 한국의 양심과 지성으로 자처하는 성직자, 종교인, 지식인, 민족주의자들도 모두 입을 다물었다. 누리꾼들만이 더 활발하게 말들을 쏟아 내었다.
_148면, 4. 비정한 도시 사람들(2)

“이 꽃 참 곱지요.” 나는 그 꽃이 향기가 없을 줄 알면서도 그것을 내 코로 가져다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다시 탈레반의 코앞으로 내밀었다. 그가 얼굴을 활짝 펴고 웃으면서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냄새가 좋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그 꽃 냄새를 맡아 보았다. 향기가 없었다. 그러나 무슨 향기인지, 분명 좋은 냄새가 났다. 탈레반의 주위에 있는 여러 이름 모를 꽃들을 꺾었다. 손바닥 가득히 꽃을 따서 그것을 다시 그에게 보였다. 그는 꽃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고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물었다. 나는 꽃 한 송이를 내 머리에 꽂았다. 그가 손뼉을 쳤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구나 생각하니, 그가 이웃 마을 청년처럼 보였다.
_176면, 5. 민유현의 일기(2) 

모두들 몸을 사리고 있다. 자신들이 떳떳하다면 왜 나서서 아프간 봉사활동은 아름다운 일이며, 정치적인 비즈니스로 비정치적인 사람들을 납치하여 인질로 삼은 것은 비인도적인 행위라고 세계 종교계를 향해 호소하지 못하는가. 비겁자들은 따로 있는데, 왜 나를 비난해라고…. 한국의 기독교가 세계 교회에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일을 당하니 눈치만 보면서 허약한 모습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 비위에 거슬렸다. 그래서 이 기회에 비겁한 목회자들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두들겨 패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_227~228면, 6. 비겁한 사람들 

우리는 어떻게 일기를 기록할까 궁리했다. 어떤 자매는 조그만 종이 조각에 메모해서는 탈레반이 사다 준 치약 통 안에 숨겼다. 다른 자매는 마침 베이지색 계통의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바지를 걷어 올려 그 안쪽에 기록해 놓은 것을 보여 주었다. 각자 지혜를 모아 하루의 일들을 기록했다. 그전에 있었던 일들도 기억을 되살려 기록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이곳에서 생활하는 순간순간이 예전과는 다르게 생각되었다. 이곳 생활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생각하니 쓰는 일이 즐거웠다. 더구나 기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 일과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중에 키워드가 되는 말을 마음에 새겨 두기도 했다. 우리는 이렇게 기록할 것을 생각하는 동안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앞일에 대해서 두려움이나 걱정도 덜하게 되었다.
_292면, 7. 윤 선생의 일기

차례

• 프롤로그 _ 행복한 우리집

1. 비정한 도시 사람들 (1)
2. 민유현의 일기 (1)
3. 목사 배형규
4. 비정한 도시 사람들 (2)
5. 민유현의 일기 (2)
6. 비겁한 사람들
7. 윤 선생의 일기
8. 사람들이 사는 세상
9. 아름다운 도시 이야기

• 에필로그 _ 모두가 제 길을 간다
• 작가의 말

저자 인터뷰

<저자 인터뷰>
그것은 떨쳐 버릴 수 없는 ‘존재론적 문제’였습니다

1. 무려 8년 전의 사건(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을 소설로 다루셨습니다. 작품을 집필하게 되신 동기와 배경을 말씀해 주세요.
그 사건은 당시에도 충격적이었고, 지금도 그 충격의 여진은 여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탈레반 무장대에 정치적인 납치를 당했다는 점에서, 이 사태에 대한 국내 여론과 언론과 교회와 여러 단체들의 대응에 더욱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각자가 처한 입장과 집단 이기심에 의하여 사태에 대해 논평하고 대응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상황은 우리 사회와 개인의 이기적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그러한 집단적 이기주의와 본질을 외면하고 사태를 자의적으로 인식하는 사회 풍조가 개선되기는커녕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본질에 입각해서 현상을 인식하고 대처하기보다는 이해관계에 의해 주장하고 행동하는 그 경향은 여전합니다. 아마 이것은 인간으로서는 떨쳐 버릴 수 없는 존재론적인 문제가 아닐까요? 이 소설은 교회의 선교 문제나, 탈레반의 폭력성을 문제 삼기보다는 오히려 집단 이기주의의 폭력성과 반 인간성, 그것에 의해 매몰되는 우리 자화상을 탐구하고 성찰하려는 의미로 읽혀지기를 기대합니다.

2. 실제 인물의 진술과 기록을 토대로 작품을 쓰시면서 어떤 부분에 방점을 두셨는지요?
이 작품의 소재는 당시 사태의 진상과 그 사태에 대한 국내 여론을 말해 주는 신문기사, 그리고 봉사단원 중의 한 분이 쓴 피랍 기간 동안의 수기를 토대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소재에 불과합니다. 그 팩트(fact)를 작가가 해석하여, 그 속에서 찾아낸 인간의 진실과 세계의 실상을 형상화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건은 어디까지나 소재에 불과합니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은 모두 순수하고 선량한데, 그들에게 이념이 들어가면 집단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 폭력으로 변하고 맙니다. 이 사태에서 이러한 현상을 확인하면서 개인의 진실이 집단성에 의해 파괴되는 현상에 더 마음을 두었습니다.

3. 당시 희생된 두 분(배형규 목사, 박성민 형제)의 순교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순수한 행위는 영원한 시간 위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피상적으로는 한 개인의 희생이나 노력이 거대한 역사의 강물에 휩쓸려 흔적 없이 묻혀버릴 것 같으나, 하나님이 의도하시는 인류 구원의 역사를 위해 사용될 것입니다. 우리는 일의 성과를 성급하게 기대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욕심 때문입니다.

4. 8년이 지난 지금, 그날의 사건을 되새기며 이 책을 대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집단적 이기심, 사회 현상을 이념의 잣대로 인식하려는 정치의식, 허위의 언어의 파괴적인 위력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이러한 사회의 폭력에 맞설 수 있는 자생력을 기르고 그것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사유가 필요한 현실입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성찰과 세계의 현상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에서 가능합니다. 거대한 사회 여론이나 풍조를 거슬러 생각할 수 있는 ‘주체적인 자기’를 가꾸면서 살아가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 될 것입니다.

저자

현길언
제주에서 출생하여 제주대학과 한양대학에서 국문학 교수로 25년간 재직하다가 정년 퇴임하여 현재는 평화의문화연구소 소장으로 학술교양지 《본질과현상》의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일하면서, 소설을 쓰고 연구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성경과 제주설화의 토양 위에서 소설을 쓰고 연구해 온 작가는 인간의 주변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소설의 몫임을 확인하고, 여기에서 신앙과 문학과 생활이 만나는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198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후 《용마의 꿈》, 《우리들의 조부님》, 《무지개는 일곱색이어서 아름답다》, 《나의 집을 떠나며》, 《유리벽》 등 여러 권의 소설집과 《한라산》, 《투명한 어둠》, 《여자의 강》, 《사막으로 난 길》 등 장편소설 여러 편을 썼다. 또한 서사문학의 원형인 어린이 문학에 대한 관심에서 성장소설 3부작 《전쟁놀이》,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 《못자국》을 써서 어린이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였고, 성경에 대한 문학적 이해의 방법론을 탐색하여 성경의 의미를 보편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결과로 《문학과 성경》, 《인류역사와 인간탐구의 대서사-어떤 작가의 창세기 읽기》, 《솔로몬의 명상록》 그리고 기독교 문학론에 대한 글들을 여러 편 썼다. 이러한 작업을 인정받아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기독교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녹색문학상, 백남학술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