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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그해 겨울

7,920

발행일  2007.11.27
상세정보  무선 / 196page
ISBN  9788936507633

카테고리:

품절

어린이문화진흥회 선정 “좋은 어린이 책”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시기 열세 살,
성장통과 함께 찾아 온 6.25전쟁

《열세 살 그해 겨울》의 주인공, 전라도 만경의 시골 소녀 봉은이는 초등학교를 일 년 일찍 들어가서 열세 살이지만 벌써 중학생이다. 늘 생각 많고, 때로는 시니컬한 봉은이는 얼굴도 잘 모르는 사진으로 본 친엄마를 그리워하며 자신은 계모 밑에서 자란 불행한 소녀라고 생각한다. 아빠도 새엄마도 동생들도 아무도 봉은이를 미워하지 않지만 어린 동생들로 인해 늘 뒷전으로 밀려나기만 하는 자신을 외톨이라고 생각해, 학교와 집에서 티격태격 싸움을 일삼으며 외롭고도 고단한 사춘기를 겪는다.
그런 봉은이가 작은집이 있는 서울로 유학을 오게 되고 자녀가 없어 봉은이를 친딸처럼 예뻐해 주는 작은아빠, 작은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동네 싸움대장에서 상냥하고 생각 많은 평범한 중학교 1학년생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 세상이 어지럽던 1950년, 6.25가 발발하고, 봉은이는 작은집과 급작스럽게 이별해 잘 알지 못하는 고향 언니 가족과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전라도 만경까지 피란길을 떠나게 되는데…….

《열세 살 그해 겨울》은 점점 역사의식을 잃어 가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한국전쟁을 알리고, 당시 가슴 아픈 일을 겪었던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사연을 열세 살 봉은이의 눈을 통해 대신 전하는 초등 고학년을 위한 창작동화이다. 조숙하고 예민한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동화작가 김혜리의 탄탄한 글과 아비규환과 같은 피란 상황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명랑한 캐릭터로 풀어낸 그림 작가 이육남의 그림은 때로 보는 이의 가슴을 시리게도, ‘풋’ 하고 미소 짓게도 만든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열세 살 봉은이를 바로 앞에서 만나는 것 같다. 봉은이는 아이로서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무한정 받고 싶었지만, 교회 일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큰누나로서 집안 살림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 서울로 올라와 작은집의 수양딸로 즐겁게 지냈던 기간도 잠시, 갑작스럽게 인민군 의용군으로 끌려간 작은아빠와 헤어지고, 더 이상 작은집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고향 언니의 집에 무작정 맡겨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봉은이는 험난한 피란길에서 그 언니의 딸을 등에 업고 보따리를 진 채로,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언니를 끝까지 보호하고자 했다. 자신의 출생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되고 전쟁을 겪으면서 지독한 성장통을 앓는 열세 살 봉은이는 어느덧 어른보다 더 강하고 넓은 마음을 지닌 아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학원과 집을 오가며 학업과 미래에 대한 준비로 바쁜 지금의 아이들에게 작가 김혜리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단 하나다. 호되게 사춘기 성장통을 겪는 봉은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그 무엇보다 먼저 역사를 제대로 알고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바람이 무색하지 않게 많은 초등학생 친구들이 혹독한 열세 살의 겨울을 겪는 봉은이를 가슴 깊이 받아들이며 자신의 내면을 감성의 바다, 따스함의 바다로 이끌어 가는 2007년 겨울이 되기를 꿈꿔 본다.

무게 360 g
크기 148 × 210 mm

저자

김혜리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1996년 삼성문학상 장편동화부문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어린이책을 쓰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은빛 날개를 단 자전거》, 《크게 웃지 마 슬퍼하지도 마 1,2》, 《메아리가 되고 싶어요》, 《진희의 스케치북》, 《미루나무가 쓰는 편지》, 《빨간 우체통》, 《보보의 모험》, 《난 키다리 현주가 좋아》, 《열한 살 아름다운 시작 1,2》, 《바꿔 버린 성적표》, 《빠샤 천사》, 《방귀쟁이 촌티 택시》, 《작은 것도 소중해》, 《행복한 의자 주인》, 《독불장군 우리 엄마》 등 다수가 있다.

이육남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였고, 한국출판미술가협회 회원이다. 어린이책이 좋아 삽화가가 되었고, 동화책에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그림 작가이다.
그린 책으로는 《수궁가》, 《독불장군 우리 엄마》, 《얘들아 백두산 가자》 등이 있다.

 

차례

캄캄한 지하실
여자 깡패
빨간 방을 닮은 방
재봉틀로 채워진 교회 
성희 언니
새옹지마
달님 이모
달이 걸려 있는 방
고통이 닿아 있는 그리움
연애세대 
사라진 작은엄마
병원 지하실 사건
피난민 행렬
잃어버린 돈 띠
걷는 방법밖에 없어
삶과 죽음의 순간
교과서를 땔감으로
인연의 끈
달을 따라간 달님 이모
드디어 김제에 도착하다 
하늘 가는 밝은 길
가슴 속에 묻힌 사람들

저자 인터뷰

【작가의 말】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한국전쟁이 이 땅에서 휴전으로 종결된 지 어느덧 54년째예요. 어린이 여러분이나 나는 그 시대를 직접 겪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랍니다. 우리가 사는 오늘이 있게 된 것은 어떤 식으로든 과거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 과거의 한 페이지 안에 한국전쟁이 있어요. ……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책들은 서점에 많이 나와 있어요. 그런데도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화’를 쓴 것은 친정어머니의 경험 때문이었어요. 어머니가 겪은 피란 여정이 책 속에서나 있음직한 일들로 여겨졌거든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번은 꼭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생각뿐이었는데 요즘 들어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세요. 그 바람에 비로소 메모를 시작했고 그것을 이야기로 옮기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 모두가 사실만을 드러낸 것은 아니에요. 상당 부분 허구가 들어가 있음을 말하고 싶어요.

어린이 여러분, 통일을 말하며 남북한이 화해의 분위기로 가는 마당에, 어찌 보면 한국전쟁은 아주 먼 나라 이야기로 느껴질 거예요. 하지만 체감할 수 없다고 해서 우리의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랍니다. 뒤돌아보는 한국전쟁은,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지요.
-2007년 가을에 김혜리

 

*다음의 저자 인터뷰는 어린이 도서 전문 사이트 오픈키드(www.openkid.co.kr) 
2004년 5월호 웹진 <열린 어린이> 에 실린 ‘작가를 찾아서’를 발췌한 것입니다.

<작가를 찾아서> 

때를 아는, 외유내강의 작가 김혜리 

-산수유가 노랗습니다. 목련이 뽀얗습니다. 개나리도 흐드러졌습니다. 양지 바른 길가에 꽃잎을 연 벚꽃. 꽃샘 바람이 불고 황사가 몰려왔어도 꽃은 피었습니다. 화사한 꽃들이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봄기운을 느끼러 가는 사람들의 깃털같은 마음이 보이는 듯합니다. 그런 마음을 빌려 작가 한 분을 만났습니다. 『달려라! 미돌이』 『강물이 가져온 바이올린』 『미루나무가 쓰는 편지』 『보보의 모험』 『동물 고아원』 같은 동화를 쓴 김혜리 작가입니다. 상상력이 풍부했지만 몸이 약했던 까닭에 국문학과 글 쓰는 일을 포기한 채 나이 마흔이 넘어서 동화 작가가 된 분입니다. 꿈을 향한 열정과 노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가난한 시골 목사님이셨어요. 아버지는 사명감을 갖고 목회하셨지요. 이사도 많이 했는데 저는 심약해서 적응을 잘 못했지요. 부모님은 제 몸이 아프니까 글을 쓰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런데다가 한 철학과 대학생이 폐병에 걸려서 우리 동네로 내려오고 나니까 부모님은 아예 저를 국문학과에 못 들어가게 하셨어요. 대학에서 국문학을 했으면 미련이 없었을 텐데 글 쓰면서 늘 국문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하고 싶었던 국문학을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던 선생님에게 몇 년 전 기회가 왔습니다. 경희 사이버 대학 문창과 개강 소식이 눈에 딱 들어온 것입니다. 선생님은 이리저리 잴 것도 없이 입학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동화 작가임을 밝히지 않고 성적 장학금까지 받으며 학교 다니다가 졸업할 때에야 그 사실이 밝혀져 어쩌면 그렇게 시치미를 뗐냐고 학교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었답니다. 힘들어도 공부가 재미있어서 올해 또 중앙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문학 공부를 하고 계시답니다. 공부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작가가 될 소질 또한 다분하셨던 듯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글 쓰고 책 읽고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친정 엄마도 책을 좋아해서 아궁이에 불 땔 때 가마솥에 책 올려 놓고 읽다가 치마 타는 줄도 몰랐을 정도였대요. 책을 사다 주면 저는 책이 닳도록 읽었어요. 읽을 게 없으면 어른 책을 읽곤 했지요.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아이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은 못 받아들이는 것을 느껴요. 알고 있는 수준에서만 뽑아 기억하는 것 같아요.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걸 언제 다 읽어, 하는 게 아니라 책 속에 빠져들어 읽었어요.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 글 쓰는 대회에 나가면 특상이나 일등상을 받았어요.” 

-어린 시절에 책을 좋아하고 글 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았던 사람은 많지만 작가의 길을 걷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집에서 아이를 기르고 살림을 하며 안정된 생활을 누릴 즈음인 마흔 나이에 선생님은 어떻게 작가의 길을 새로이 걷게 되었던 걸까요? 

“결혼해서 책 읽으며 지내다가 한 번은 아이를 데리고 백일장에 나갔는데 나만 시로 당선이 되었어요. 그 때 내게 글 쓰는 자질이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필로 등단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나는 유달리 집중을 해서 글을 쓰는 타입인데 수필이나 시는 나하고 안 맞는 것 같았지요. 그러다가 내가 친구에게 동화를 쓰면 재밌다고 말했더니 그 친구가 어효선 선생님을 알고 있다고 작품 들고 가 보자고 했어요. 정말 내가 소질이 있나 알고 싶어서 선생님이 계신 교학사엘 갔었어요. 그 때 선생님이 ‘놓고 가라’고만 하셔서 괜히 왔구나, 민망해하면서 돌아왔지요. 그런데 두 주일쯤 지난 7월에 갑자기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너는 여태 어디서 뭐하고 있었나, 너는 뭘 해도 되겠다.’ 하고 자신감을 주셨어요. 그래서 11월까지 작품 여섯 편을 써서 신춘 문예에 냈죠. 남들 5년에 쏟을 열정을 저는 5개월 동안 쏟은 셈이에요.”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가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것을 잃어 버리지 않고 열정을 온전히 쏟아 자신의 길을 닦아 온 선생님이었습니다. 생각은 있어도 쉽게 실천하지 못할 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열을 쏟을 힘은 선생님의 아버지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글을 쓰고 싶어서만 쓴 게 아니었어요. 그 때 성남에 교회를 내셨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식물 인간이 되셨는데 우연히 서랍을 보니까 아버지가 ‘자동차 살 돈’이라고 써 놓으신 통장 하나가 있더라구요. 신학생이 찾아오면 돈 주고 금반지 다 빼 주고 그러셨으니 돌아가실 때까지 자동차를 못 사셨지요. 어머니 태우고 놀러 다니고 싶어하셨는데도요.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그걸 보니까 ‘하고자 하는 때가 바로 기회다’ 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야겠다 마음 먹었어요. 아버지께 뭔가 보여드리고 싶었지요. 그러던 때 한국일보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 소식을 듣고 식물 인간이시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셨다더군요.” 

-선생님은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고 하십니다. 고등학교 때는 아버지가 너무 기독교의 틀에 가두려 하시는 것 같아 일부러 남자 친구에게 편지도 보내고 아버지가 목사지 내가 목사냐고 반항하기도 했지만, 늘 선생님을 따뜻하게 잘 이끌어 주시던 아버지셨답니다. 삼성 문학상을 받은 동화 『은빛 날개를 단 자전거』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녹여 쓴 자전적 내용인데, 병상에 누워 계신 아버지를 위해 쓰신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쓰기 시작한 작품들이 열아홉 편입니다. 그 작품들에는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낭만적이고 시적인 구절들이 많이 나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남다른 눈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시를 좋아해요. 사람들도 제 작품에 시 쓴 흔적이 나와 있다고들 하지요. 지금도 좋은 시집은 사서 읽어요. 처음에 백일장에서 장원 입상한 것도 시로 했어요. 어릴 때 자연과 많이 접해 보아서 그런 것 같아요. 아프니까 학교를 일 년, 한 달, 일 주일씩 쉬는 일이 허다했고 그러다 보니 외톨이로 학교를 오가게 되니까 보았던 게 많았어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자연이 아마 그 때 보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선생님의 작품들에는 시적인 구절 말고도 몇 가지 특징이 엿보입니다. 그런 특징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작품에 개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어떻게 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신 것일까요? 

“개를 좋아했어요. 집에 해피라는 개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굉장히 귀여워하셨지요. 그런데 아버지 입원하고 나서 해피가 밥을 안 먹는 거예요. 고기국을 끓여 주어도 밥을 안 먹었어요. 아버지 신발 주위만 빙빙 돌면서 낑낑대고요. 병원에 계시던 엄마가 집에 와서 해피야, 하고 부르니까 제 집에 있다가 나오는데 눈꼽이 끼고 밥을 안 먹어서 다리도 자꾸 꺾여 휘청거리고 그랬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걸 동화로 썼어요.” 

-얼마나 해피라는 개를 아끼셨는지 그 말씀을 하시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십니다. 그런 마음 때문에서인지 개를 소재로 한 장편 동화와 단편들을 더 쓰셨습니다. 다른 동물들이 주인공이더라도 선생님의 작품에는 경험에서 우러난 삶의 이치가 자연스럽게 드러난 대목이 많습니다. 어떤 경험들이 그런 진중한 삶의 이야기를 하게 했던 걸까요? 

“어려운 사람을 많이 보고 자랐어요. 내가 어렸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끼니조차도 걱정하며 살 정도로 어려웠지요. 병이 나면 고쳐 보지도 못하고 죽는 일이 허다했고요. 그럴 때 찾는 곳이 교회였어요. 아버지가 의사이다가 목사가 되셨던 까닭에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았지요. 그리고 나 스스로도 몸이 아팠으니까 남들과 떠들며 생각을 발산하기보다 내 안으로 끌어들이게 되었어요. 그래서 동화 속에 그런 마음을 넣을 수 있나 보아요.” 

-어린 시절의 경험과 봉사 활동을 다니면서 겪었던 일로 인해서 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동물에 비추어 들려주셨던 것 같습니다. 이런 힘 없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동물들에 그치지 않습니다. 『진희의 스케치북』이나 『열한 살 아름다운 시작』처럼 고아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십니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은 나이 차이만 조금 나고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교회 신문 만드는 봉사를 할 때 실제로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걸 취재해서 썼지요. 『열한 살 아름다운 시작』의 전체 윤곽을 먼저 잡았어요. 그런데 출판사에서 내용이 너무 어려워 동화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그러길래 그걸 묵혀 두었더랬어요. 그러다 어느 날 내가 쓴 글을 읽어 봤는데 재미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학년 용으로 갈무리해 『진희의 스케치북』을 냈지요.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작품을 빛 보게 하고 싶어서 다시 펴 낸 겁니다.” 

-동물과 고아 이야기를 많이 다루시는 선생님은 이야기를 독특하게 끌어갑니다. 나중 일을 먼저 서술하고 뒤에 어떻게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회상하는 방식입니다. 그런 글의 구성 방식을 많이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구성법이 다른 거지요. 동화는 보통 시간 흐름에 따라 구성하지만 저는 끝과 앞을 연결시키기도 하고 다양하게 써요. 먼저 사건을 말하는 것, 작품 대부분이 주인공 시점으로 1인칭 서술 형식인 것 등이 내 글의 특성인 것 같아요. 그러면 감정 묘사가 3인칭보다 훨씬 적나라하게 나타나요. 제겐 1인칭이 편해요.” 

-동물에 대해서든지, 고아 문제든지, 재혼 가정 문제든지 어떤 이야기를 하든 선생님은 철저하게 취재를 거쳐서 글을 쓰신다고 합니다. 책꽂이에 가득한 취재 노트들이 선생님의 말씀을 뒷받침해 줍니다. 그런 선생님이시기에 동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서운함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개 이야기를 쓴다고 하면 책에서 개의 습성을 알아 보고 취재할 것 있으면 전화해서 취재 가서 어느 정도 자료가 모아지면 씁니다. 동화에 자료까지 필요하냐는 말을 들을 때는 속이 상하더군요. 애들 것일수록 자료가 필요하고 정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조절이 안 되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니까요. 취재 다 하고 쓴다니까 놀라는 이들에 대해 오히려 내가 더 놀라게 되더라구요.” 

-취재를 거쳐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담아 내 놓으신 선생님의 동화 작품에서는 따스한 세상살이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떠돌이 개를 돌봐 주는 식당 아저씨나 경찰관, 자기 자식이 있는데도 고아를 입양하는 엄마, 버려진 동물을 거두는 경비원 아저씨…….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그리는 데에는 까닭이 있다 하십니다. 

“다들 세상이 물질 만능이라고 하는데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나쁜 사람이 물론 많지만 좋은 사람이 더 많아서 세상이 굴러가는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에게 좋은 사람 얘기를 더 많이 해 주고 싶습니다. 맨날 뉴스 보면 사건 사고 소식만 나오는데 책에서나마 좋은 이야기를 읽었으면 합니다. 남 모르게 좋은 일 하는 사람도 참 많거든요.”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말씀을 선생님의 생활 모습에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몇십 년은 묵었을 책장이며 가구들이 선생님의 마음과 검소한 생활 방식을 보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이야기를 읽고 우리 아이들이 따스하고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이겠지요? 그 바람이 커서일까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들려줄 동화를 쓸 때면 이야기에 빠져 집중해서 작품을 쓴다고 합니다. 

“보통 밤에 글을 쓰는데 밤을 꼬박 새우고 써요. 그러니까 허리가 많이 아파요. 10년 동안 컴퓨터를 들여다보다 봐서 그런지 눈도 나빠졌어요. 재미로 끝나지 않고 깊이가 있는 동화를 쓰고 싶어요. 아이들을 위해 글을 잘 써야 되겠다 생각이 들어서 심리학 공부를 좀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글 쓰는 데 부족한 게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만하지 말자는 마음이에요. TV나 신문을 봐도 좋은 제재가 많아요. 자료가 모여지는 대로 쓸 작정입니다.” 

-밤새워 글을 쓰는 일이 이젠 버릇이 되어 버렸다는 말씀에 걱정이 와락 입니다. 병치레 하는 동안 혼자 지내는 일에 익숙해서 취미도 수영이나 클래식 음악 듣기같이 혼자 하는 것을 더 좋아하신다는데, 그 취미들을 즐길 시간도 더 많이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묵은 장에서 깊은 맛이 우러나듯이, 따스한 마음과 검소한 생활과 꿈을 향한 열정이 작품 속에 좋은 이야기로 우러나오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좋은 것들이 아이들 마음에 부드럽게 번져서 화사한 봄만큼 화사하게 꽃필 날을 그려 봅니다. 

글쓴이 
김원숙 / 오픈키드 도서 컨텐츠팀장. 대학에서 정치 외교학을 공부했지만 아이들과 놀기, 책 읽기를 좋아해서 어린이들과 더불어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오래 하였습니다. 지금은 오픈키드에서 도서 컨텐츠팀을 총괄하면서 어린이 책에 파묻혀 지냅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으며 행복하기를 바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