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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13,050

발행일  2007.12.27
상세정보  양장 / 224page
ISBN  9788936507671

카테고리:

품절

세대를 초월한 통찰을 담은
빛나는 고전, 《천로역정》
천로역정, 친근한 우화

명실 공히 세기의 고전이 된 《천로역정》. 그러나 이 책은 서가에 장중히 모셔져 있을 귀족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버니언은 자신의 삶과 신앙을 투영한 심오한 메시지를 서민적인 우화 속에 담았고 아이들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름을 가진 등장인물들은 격의 없이 웅성거리며 책을 펼치는 바로 그 시간 속으로 몰려들어 온다.
그다지 모범적인(?) 인간이 아니다가 뒤늦게 회심한 존 버니언은 종교적인 이유로 두 번이나 투옥되어 십여 년간 수감 생활을 했고 출옥 이후에도 전도를 위해 계속 설교하러 다니던 중 비를 심하게 맞아 고열에 시달리다 숨을 거두었다. 생의 마지막까지 충실한 전도자로 살았던 버니언의 진솔한 열정이 담긴 이 책을 두고 찰스 스펄전은 성경 이후 최고의 걸작이라고 극찬했다. 스펄전 외에도 수많은 명인들이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고, 그들의 글 근저에는 《천로역정》의 영향이 깊이 배어 있다.

《천로역정》은 우리나라에서도 연원이 깊다. 존 버니언이 수감 생활을 모두 마친 후 1678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조선 후기인 1895년에 게일 선교사에 의해 최초로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되었다. 일본어 중역을 거치지 않은, 근대의 첫 번역소설인 셈이다. 원제인 ‘The Pilgrim’s Progress’를 ‘천로역정’(天路歷程)이라는 한자어 제목으로 번역해 이 책에 붙인 것도 게일 선교사이다.

생생한 고전에 날개를 달다
이번에 홍성사에서 출간한 《천로역정》은 순례길의 진지한 여정을 이 왁자지껄한 우화에 담은 저자의 의도를 실감나게 살려, 세대 간의 공감대를 이루며 현재의 삶과 신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원전의 내용을 그대로 담았지만 동화책 같은 모양에 읽기 편한 문장을 사용해 성인은 물론이고 아이들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삽화는 19세기 유명한 석판화가들의 작품으로 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눠 볼 수 있게 했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크리스천’의 순례길 지도를 그려 보며 이 모험담을 함께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모두가 순례길을 함께 걷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중심 주제에 대한 친절한 해설은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버니언의 삶이 배어 있는 실제 장소들과 그 시대의 배경도 책 말미에 간략히 담아 역사 속에 살아 있는 이 이야기의 숨결을 좀더 폭 넓게 느낄 수 있게 했다.

왜 다시 《천로역정》인가?
‘크리스천’으로 명명한 그리스도인 순례자의 여정을 한 편의 우화로 풀어 낸 이 책이 종교를 초월하여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인간의 속성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 때문일 것이다. 우화소설의 형식을 빌려 이름이 곧 그 존재를 대변하는 인물들은 얼핏 희극적으로 보이지만 막상 그들의 존재가 빚어내는 파장은 통렬하고 생생하다. 이 이야기 속에 펼쳐지는 순례의 길은 그리스도인은 물론이고 세대를 초월한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며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유효한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오래된 이야기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더욱 절실한 호소력을 가진다. 주인공이 밟아 나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은 떠밀리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점검하게 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나아가게 해 줄 것이다.

무게 668 g
크기 205 × 243 mm

저자

존 버니언
1628.11.28-1688. 8.31.
영국 베드퍼드셔의 엘스토우에서 태어났으며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정규교육은 조금밖에 받지 못했다. 스물한 살에 신앙심 깊은 여인과 결혼했는데, 아내는 결혼지참금 대신 아서 덴트의 《평범한 자가 하늘에 이르는 길》(The Plain Man’s Pathway to Heaven)과 루이스 베일리의 《경건의 실천》(The Practice of Piety)이란 책을 가져왔고, 버니언은 이 두 책에 이끌려 신앙 생활을 하게 되었다. 25세 되던 해에 세례를 받았고 1655년 전도사가 되어 설교 활동을 시작했다. 1660년, 영국국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예배를 집행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된 버니언은 같은 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서약을 거부하여 12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찰스 2세의 비국교도에 대한 관용선언 이후 석방되었다가 다시 시작된 박해로 인해 두 번째로 투옥되어 6개월 형을 살고 출소했다. 이후에도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전도를 했으며 설교하러 가던 중 비를 심하게 맞아 고열에 시달리다 숨을 거두었다.
저서로는 대표작 《천로역정》(1678)을 비롯하여 《죄인의 괴수에게 넘치는 은혜》(Grace Abounding to the Chief of Sinners, 1666), 《악인의 삶과 죽음》(The Life and Death of Mr. Badman, 1680), 《거룩한 전쟁》(The Holy War, 1682), 《속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 Second Part, 1684), 《소년 소녀를 위한 책》(A Book for Boys and Girls, 1686) 등이 있다.

김미정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같은 대학교 영문학과 번역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서른 살의 여자를 옹호함》(위즈덤하우스), 《인생을 바꾸는 마음의 발견》(영원), 《핀투 여행기 (하)》(노마드북스) 등이 있다.

차례

편집자의 말

이 책에 대한 작가의 변명
멸망의 도시/ 좁은 문/ 아름다움이라는 궁전/ 아볼루온/ 믿음/ 허영의 시장/ 절망의 거인/ 기쁨의 산/ 하늘의 성으로 가는 큰 길/ 하늘의 성
꿈 이야기를 마치며

존 버니언의 일생
버니언을 찾아 떠나는 여행
존 버니언 연표
자세히 알아보기
《천로역정》에 대한 명인들의 한마디
등장인물과 장소

책속에서

왜 이 수렁을 메우지 않는 겁니까? 멸망의 도시에서 좁은 문으로 가려면 반드시 여기를 통과해야 할 텐데요 ……이 진흙 수렁은 메울 수 없습니다. 이곳은 온갖 오물이 끊임없이 모여드는 곳이기 때문이죠. 이곳의 이름은 낙담의 수렁이랍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죄를 깨닫게 되면 공포와 의심, 절망과 걱정들이 생겨나고, 그 모든 것은 여기로 모여들어 고이게 되지요.(28쪽)

오르막길을 달려 올라가다 보니 언덕이 나왔다. 그 위에는 십자가가 서 있었고 바로 아래에는 작은 무덤이 하나 있었다. 내가 꿈에서 보니 크리스천은 그 십자가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순간, 그의 등에 매달려 있는 짐이 스스로 떨어져 나가더니 데굴데굴 굴러가 버렸다. 짐은 무덤 앞까지 굴러가더니 그 속으로 빠져 버린 후 영영 모습을 감추었다. 크리스천은 너무나 기뻐하며 벅찬 가슴으로 이렇게 말했다.
“주께서 고통을 당하심으로 내게 안식을 주시고, 죽음을 당하심으로 내게 생명을 주셨구나.”(53쪽)

지옥의 입구에서는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불길과 연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고, 섬뜩한 소리가 들려오면서 불똥이 튀어 올랐다. 아볼루온과 싸울 때처럼 칼로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칼을 집어넣고, ‘모든 기도’라는 또 다른 무기에 의지하였다. 그러고는 내 귀에 들릴 정도로 크게 외쳤다. “여호와여, 주께 구하노니 내 영혼을 건지소서!”(82쪽)

“저 사람들은 황소고집을 피우면서 날이 궂어도 순례를 서둘러 떠나야 한다고 그러더라고. 하지만 난 바람과 파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거든. ……저 사람들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지만, 난 시류를 타고 내 안위를 지켜 주는 범위 내에서 신앙을 갖지. 저들은 누더기를 걸치고 경멸을 받아도 신앙을 믿지만, 난 하나님이 햇살 아래 갈채를 받으며 은 신발을 신고 오실 때만 믿거든.”(129쪽)

【편집자 노트】

어느 날, 교정지를 검토해 주던 편집부 선배가 등장인물 중 ‘절망의 거인’ 아내 이름이 ‘주눅’인 것 괜찮겠냐고 물었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남편에게 주눅 들어 있는 인물인가 싶었는데 실상은 남편을 좌지우지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예전에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절망의 거인’이라는 이름에 대해 같은 의문을 가졌던 기억(절망에 빠진 무력한 거인이 아니었다)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 절망이 이런 거구나’ 하는 깨달음에 무릎을 쳤다. ‘절망’이란, 거인의 무지막지한 구타처럼 거기에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덤벼든다는 것, 그리고 절망을 부추기는 것은 무언가에 눌려 주눅 든 내 마음이라는 것. 주눅이 밤마다 자기 남편 절망의 거인에게 순례자들이 믿음을 잃고 자살하게 할 방법을 충고하는 것처럼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절망의 거인이 ‘화창한 날’이면 발작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나는 그날 절망의 속성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혼자 쿡쿡 웃었다. 책 만드는 내내 이미 일면식 있는 이 이야기를 다시 짚어 보며 그 절묘함과 깊이에 새롭게 감탄했다. “읽을 때마다 매번 새롭고 그 재미가 다르다”고 한 사무엘 콜리지의 말은 곱씹어 볼수록 참으로 적절하고 간결한 찬사다. 고전의 맛은 그런 것 같다. 파도 파도 고갈되지 않는 의미 있는 지혜의 풍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