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가 될 준비를 한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가족이 되는 방법 결혼, 출산 그리고 입양
달력을 보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이어 입양의 날이 자리하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에 한 가정이 한 아동을 입양해(1+1) 새로운 가정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로 5월 11일로 정한 입양의 날은 기존의 혈연 중심 가족문화, 비밀입양 선호 등을 극복하고 우리 아이들이 국내 입양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새로운 정책의 시행과 사회 인식의 변화로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안겨 주었던 해외 입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지만, 여전히 가정의 품에서 자라나지 못하는 아동의 숫자는 상당하다.
입양을 하고 싶어도 아이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힘들어 하면 어쩌나, 주위 시선에 힘들지는 않을까, 낳은 아이와 입양한 아이에 대한 사랑의 크기가 다르면 어쩌나 등등 여러 고민으로 결정을 내리기 여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입양을 실천한 가족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가족 꽃이 피었습니다》에는 쉰여섯 입양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개성이 다르듯, 입양 가족들도 각 가정의 스타일대로 입양 스토리를 펼쳐 보인다. 프랑스로 입양되어 자란 남자가 모국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국에 왔다가 입양을 하여 아빠가 되고, ‘내 엄마’를 찾겠다는 아이의 속 얘기를 들어 주며 진짜 엄마가 되어 가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다 보면 어느새 깨닫게 된다. 입양은 특별한 사람들의 선행이나 희생이 아니라, 가족이 되는 또 하나의 방법임을.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모든 아동은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소명으로 아동 행복 중심의 입양복지사업을 해나가고 있는 홀트아동복지회에서는 입양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편한 시선이 건강한 관심으로 바뀌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입양 가족 사진 공모전이다. 이 책은 이 공모전에 출품된 사연과 사진을 토대로 엮어 낸 입양 에세이집이다. 입양 가족들이 기록한 생생한 사연과 함께 펼쳐지는 일상을 담은 사진 속 모습은 여느 가정의 모습처럼 좌충우돌 시끌벅적하다. “어쩌다 찍힌 그럴 듯한 사진이 아니라, 늘 그런 모습이기에 자연스럽게 사랑이 담겨 있는 사진들”이라는 사진작가 조세현의 평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록새록 와 닿는다.
입양 가족들이 한결같이 “입양=행복”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입양 후 날마다 웃을 일만 있어서는 아닐 것이다. 피를 나눈 가족 간에도 불신과 이기주의가 팽배한 이때에 가족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날마다 서로를 치열하게 겪어 낸 진한 사랑이 아닌지를 생각하게 한다. 미혼 출산, 빈곤, 실직, 학대 등 여러 이유로 가정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이 책에 소개된 입양 가정의 아이들처럼 밝은 얼굴로 자라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