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찬 기쁨과 설렘 가득한 결혼식 이후, 사람들은 꿈꾼다. 무지갯빛 행복으로 채색되는 일상, 달콤한 하루하루를….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결혼에 대한 이상이 크고 거창할수록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은 크다. 이에 저자는 결혼을 일컬어 ‘모험’이라고 말한다. 결혼이 모험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매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생의 변수를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 변수는 뜻밖의 선물일 수도 있지만, 차마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일 수도 있다. 저자는 후자의 경우다. 결혼 후 꿈같은 신혼 기간 5개월이 지날 즈음 아내의 암 선고와 함께 임신 3주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그의 아내는 임산부의 몸으로 11개월간 치열하게 암과 사투를 벌이다 결국 딸을 출산하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사별이라는 잔인한 현실 앞에 서게 된 저자는 하루하루 절망의 늪을 걸으며 사랑, 결혼, 생명, 죽음에 대해 곱씹어 묵상한다. 이 책은 씻어도 씻기지 않는 자신의 상처를 핥으며 써내려 간 한 남자의 절박한 자기 치유 일기다. 사랑과 이별, 행복과 슬픔이 공평하게 동행하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애잔하게 담겨 있다.
상실, 지울 수 없는 사랑의 흔적
“이 속에는 믿음도 있고 불순물도 있습니다. 기적도 있고 실패도 있습니다.
소설이 아닙니다. 제 인생입니다.” 0년 0개월, 그는 그녀에게 반했다. 1년 3개월, 그들은 결혼했다. 1년 8개월, 그녀가 암에 걸렸고 아이를 가졌다. 2년 5개월, 딸이 태어났다. 2년 6개월, 그들은 이별했다. 4년 4개월, 그는 아이와 놀이터에 간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고, 그래서 결혼했고, 결혼을 통해 하나 됨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그는 기쁨 뒤에 숨겨진 고통을 미처 알지 못했다. 기쁨과 함께 찾아든 시련을 받아들이기에 그는 철저히 무방비 상태였다. ‘결혼’에 뼈아픈 ‘울음’이 동반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해 본 그였다. 이 책은 사랑의 결실은 결혼이며, 결혼의 결실은 행복이라 믿는 이들에게 엄중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결혼, 나아가서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으며 사랑과 결혼의 참 의미를 짚어 가는 한편,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결혼이라는 ‘모험’에 대해, 그리고 그 모험을 통해 얻거나 또는 잃게 될 모든 ‘가능성’에 대해,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버거울 수 있는 인생의 숱한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지울 수 없는 사랑의 흔적에 아파하고 있는 그이기에,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도정에 서 있는 그이기에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이별’이라는 인생의 숙명 앞에서 ‘상실’이라는 사랑의 흔적을 어루만지는 누군가를 향해 보내는 절박하고 애절한 신음이 담겨 있다.
“저는 아직도 ‘나아가는’ 중입니다”
“아직도 저는 내면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고, 그분과 동행하며 사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곁에서 따스한 숨결을 전해 주던 사랑하는 이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 기도하고 또 기도하면 반드시 살려 주시리라 확신했던 믿음이 삽시간에 처절히 무너졌다. 그녀가 이 땅을 떠난 뒤에도 모든 것은 여전했다. 함께 걷던 길, 단둘이 나눴던 대화, 추억 담긴 사물들은 시도 때도 없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럴 때면 그는 또다시 ‘짐승 같은’ 울음을 토하며 현실과 추억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했다. 그 일련의 과정을 온몸으로 맞닥뜨리며 그는 하나님 앞에서 철저히 ‘훈련’되어 갔다. 이 책에는 연인을 넘어 진정한 ‘부부’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의 결혼의 일상 그리고 짧지만 강렬한 기억을 남긴 ‘신혼의 추억’(1부)과 “2014년 8월 14일 새벽 5시” 끝내 죽음을 맞은 아내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2부), 아내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뼈저린 고통을 감내해 가는 ‘회복의 여정’(3부)이 아련하게 직조되어 있다. 사랑을 ‘앓으며’ 사랑을 ‘알게’ 된 그는 오늘도 조금씩 그분께로 ‘나아가고’ 있다. 암 투병 중에도 복중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인 아내의 숭고한 사랑을 기억하며….
무게
302 g
크기
138 × 202 mm
저자
송인경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와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M.Div를 졸업했다. 현재 NLM(www.newlifeministry.kr)에서 협력 전도사로 섬기고 있다.
차례
Part 1 결혼이라는 모험 돌아갈 수 없어요 / 모험으로의 초대 / 설마 오빠도 포르노를 본 적이 있어요? / 소년의 성교육 / 도와주세요 / 아내의 로맨스 vs 남편의 로맨스 / 아내의 10단계와 남편의 3단계 / 정원 가꾸기 / 행복이라는 케이크의 12조각 / 사랑의 안전 고리들 / 임신과 출산 / 사랑으로의 초대
Part 2 울다 아내가 떠났습니다 / 살려주세요 / 울다 / 어릴 적 꿈 / 내가 죽인 걸까요? / 돌아가고 싶어요 / 집으로 / 이사하는 날 / 자동차를 보내며 / 고통의 문제
Part 3 바라봅니다 믿음 있는 사람 / 상담과 내적 치유 / 취미가 필요해 / 함께함 / 말씀 묵상과 내적 치유 / 야곱의 일생 / 슬픔이라는 호수 / 삶의 한계 / 도움과 의존 / 선물
맺는말
책속에서
“공주님, 왜 그래요? 무슨 문제 있어요?” (저는 항상 아내를 ‘공주님’이라는 애칭으로 불렀습니다.) 순식간에 온갖 종류의 걱정이 몰려왔습니다. 무슨 큰 일이 일어난 걸까? 내가 어떤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나? 혹시 나랑 결혼한 걸 후회하는 건 아닐까? 저는 아내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의 울음소리는 한참이나 지속되었습니다. 저는 가만히 앉아서 아내를 기다려 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한참을 울던 아내는 마침내 울음을 그치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정말 행복한 삶이었는데, 이제 다시는 그 삶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울먹이며 힘겹게 고백한 아내의 몇 마디는 제 마음에 지울 수 없는 교훈을 새겨 주었습니다. ‘다시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_12~13면, Part 1_ / 결혼이라는 모험
제가 아무리 되살리는 상상을 해도 아내는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고 한 가지 상상을 더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는 강박적 생각들이었습니다. 저는 2014년 8월 14일 이전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했습니다. 적어도 제 마음속에서 시간은 멈추어 있었습니다. 저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상상 속에서는 1년, 2년 전으로 돌아가 아내를 껴안고 있었습니다. 가끔씩 저는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시간을 돌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바보 같은 짓이었지만 그때는 그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_107면, Part 2_ / 돌아가고 싶어요
조급해한다고 해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정직한 사람에게 복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말씀을 기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포기하지 않고 정직하게 제 마음을 털어놓았고, 언제부터인가 저의 슬픔은 아주 조금씩 해소가 되었습니다. 용기 내어 마음속에 있는 슬픔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고통은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슬픔은 나눌수록 줄어든다는 말이 제 삶에서도 성취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이것 자체가 기적이었습니다. 고통, 슬픔, 죄, 의심, 분노, 욕구, 욕심, 두려움, 공포와 같은 감정의 보따리들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고, 우리의 대화를 도와주시는 예수님께서 제 마음을 조금씩 치료해 주셨습니다. _139면, Part 3_ /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