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Cart

장바구니에 상품이 없습니다.

세일!

구상문학총서(전10권)

165,600

구상
2010.2.19
4000쪽 | 152*223mm
9788936508173

카테고리:

품절

대한민국 현대 사상계 및 문학계의 가장 위대한 시인 구상
그의 혼을 담은 구상문학총서 전10권 완간!

구상 선생은 문인, 사상가, 예술가, 구도자, 신앙인 등 여러 호칭으로 불리나 가장 정확히 말하면 그는 시인이었다. 그에게 시인은 사제였으며, 시는 성전이자 제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담도 허락지 않고 세상 한복판에서 이웃들과 벗하였다. 시인으로서 모든 것을 살았다. 그리고 시로써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에 갔다는 찬사를 받으며, 오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남았다.

구상 시인은 한 시대의 사조나 유파에 편승하지 않고, 동서양의 철학과 형이상학을 융화시켜 독보적인 시 세계를 확립했다. 자기 안에 생명이 있는 동안, 그 생명처럼 맑고 새롭고 끈질기게 희망을 갈구하는 글을 품었다. 시대와 역사와 사회가 요동칠수록 곧은 정신과 존재를 지키고자 더 깊이 사유에 뿌리 내렸다. 그 사유가 해답과 맞닿을 때면 온갖 저항 속에서도 더욱 왕성히 글과 행동을 가지 뻗었다. 그 유정란有精卵의 함축적 언어는 그래서 오늘 새 생명을 부화시킨다. 숨이 붙어 있다고 살아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인에게 구상 시인의 전작全作이 전작으로서 가치를 지니는 이유다.

구상문학총서는 시, 수필, 비평, 논설, 논문, 희곡, TV드라마, 시나리오, 서간문, 동화, 신앙 묵상집까지 구상 시인의 모든 작품을 망라함은 물론 그의 언령言靈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01년 봄, 처음 작업을 기획하고 10년을 꼭 채운 결실이다. 스승의 사랑은 어버이 사랑만큼 크고 깊었다. 구상 시인의 제자인 장원상 선생은 그 사랑의 보답으로 처음 시 전집 발간을 제안하였고, 홍성사 설립자이자 전 대표인 이재철 목사와 구상 선생의 인연으로 전집 발간의 물꼬를 텄다.

이후 2002년 자전 시문집인 제1권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가 발간되었고, 2004년 2월 단시 전집인 제2권 《오늘 속의 영원, 영원 속의 오늘》과 연작시 전집인 제3권 《개똥밭》이 발간되어 시 정리는 끝냈으나, 지병인 폐질환이 악화되어 총서 완간을 보지 못한 채 2004년 5월 11일 타계하였다. 하지만 장원상 선생과 홍성사의 변함없는 의지로 그의 전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또한 구상선생기념사업회는 구상 선생 탄신 90주년과 선종 5주기를 맞은 2009년, 구상 시인의 숭고한 시 정신과 문학적 가치를 되새기며 앞으로 한국 문학의 디딤돌 역할을 해나갈 ‘구상문학상’을 영등포구청과 공동으로 제정하였다.

“우리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지금 우리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대한한국 문학사의 귀중한 자료인 구상문학총서는 불확정한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의 영혼에 큰 자양이 될 것이다. 또한 자칫 천박함과 기회주의와 타협하기 쉬운 문학계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 거대한 경종과 등불로 오래도록 자리할 것이다.

크기 152 × 223 mm

저자

구상
동서양의 철학이나 종교에 조예(造詣)가 깊어 존재론적ㆍ형이상학적 인식에 기반한 독보적인 시 세계를 이룩한 시인. 현대사의 고비마다 강렬한 역사의식으로 사회 현실에 문필로 대응, 남북에서 필화(筆禍)를 입고 옥고를 치르면서까지 지조를 지켜 온 현대 한국의 대표적인 전인적 지성이다.
1919년 서울 이화동에서 출생. 본명은 구상준(具常浚). 원산 근교 덕원의 성 베네딕도 수도원 부설 신학교 중등과 수료 후 일본으로 밀항, 1941년 일본 니혼 대학(日本大) 전문부 종교과 졸업. 1946년 원산에서 시집 《응향(凝香)》 필화사건으로 월남, <북선매일신문> 기자생활을 시작으로 20여 년 넘게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시와 사회평론을 씀. 영국, 프랑스, 스웨덴,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 시집 출간. 금성화랑무공훈장, 대한민국 문학상, 대한민국 예술원상, 국민훈장 동백장 등 수상. 2004년 5월 11일 작고, 금관 문화훈장이 추서됨.

 

차례

오늘로부터 영원을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구상문학총서
제1권 자전 시문집_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
구상 시인의 작품을 총정리하는 <구상문학총서>의 첫 권으로, 자전적 연작시 100편과 산문을 담았다. 태질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자 몸부림치며 추구한 것들, 그의 생활사, 정신사, 현대사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제2권 시_오늘 속의 영원, 영원 속의 오늘
구상 시인만의 언령言靈이 깃든 단시短詩 전집. <오늘> <홀로와 더불어> <인류의 맹점盲點에서>를 비롯해 이 시들은 늘 진리를 모색한 시인의 발자취이자 그 발견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제3권 연작시_개똥밭
구상 시인은 한국 문학계에서 연작시의 효시로, 한 제재를 거듭 응시함으로써 사물의 실재를 파악하고 관입실재觀入實在에 도달하고자 했다. 역사와 현실의 부조리를 딛고 인간 존재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연작시 전집.

제4권 희곡·TV드라마ㆍ시나리오_황진이
시적 표현의 세계를 넓혀 인간 실존에 내재된 인식을 형상화한 희곡, 시나리오 전집. 많은 이들이 황진이를 문학적으로 그려 냈지만 구상 시인의 희곡은 그 극적 구성과 대사의 시적 서정성에서 가장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다.

제5권 시론집_현대시창작입문
구상 시인이 대학에서 40년 동안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시론집. 일반적인 시문학 개론서나 작법 책과는 달리 시를 쓰려는 이들이 부딪히는 모호한 문제의식을 조명하고 그 형상화를 위해 구체적 사례와 실제적 방법을 제시한다.

제6권 에세이_시와 삶의 노트
그가 바라본 세상에는 시가 아닌 것이 정녕, 하나도 없었다. 시가 어떻게 우리 삶을 일깨우는 활력소가 되며, 우리가 왜 시를 떠나서는 참될 수가 없는지 갈파한, 시가 깃든 에세이 선집.

제7권 사회비평_민주고발
격동의 현대사를 겪으면서 역사적 양심을 잃지 않으려 했던 불굴의 의지, 올곧은 비판 정신, 참여적 지식인의 고뇌가 스민 사회비평 선집. 경험적인 아픔과 순수한 이상주의자의 면모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제8권 신앙 에세이 묵상집_그분이 홀로서 가듯
구상 시인은 가톨릭 신앙의 바탕 위에서 인간적 한계를 자각하고 그 초월 가능성을 모색했다. 문필 생활을 비롯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각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시인의 신앙 체험이 생생하게 드러난 에세이, 묵상집.

제9권 에세이_침언부어沈言浮語
각박한 세고世苦 속에서도 문사文士의 소임과 정념으로 필설하며 인간과 세상살이의 참모습을 담은 에세이 선집. 일상과 존재를 에워싼 신비에서 시인이 길어 올린 예지로 빛난다.

제10권 에세이 동화 서간집_삶의 보람과 기쁨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던 시인의 경험을 재미있게 투사한 동화 <우리집 털보>, 수신인은 막내 고명딸이지만 온 가족에게 향한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서간집 <딸 자명에게 보낸 글발>이 포함된 에세이 선집.




책속에서

은행銀杏

나 여기 서 있노라.
나를 바라고 틀림없이
거기 서 있는
너를 우러러
나 또한 여기 서 있노라.

이제사 달가운 꿈자리커녕
입맞춤도 간지러움도 모르는
이렇듯 넉넉한 사랑의 터전 속에다
크낙한 순명順命의 뿌리를 박고서
나 너와 마주 서 있노라.

일월日月은 우리의 연륜年輪을 묵혀 가고
철따라 잎새마다 꿈을 익혔다
뿌리건만

오직 너와 나와의
열매를 맺고서
종신終身토록 이렇게
마주 서 있노라. /


그리스도 폴의 강江 (65 중에서)

아롱진 동경憧憬에 지절대면서
지식의 바위숲을 헤쳐 나오다
천 길 벼랑을 내려 구울던
전락轉落의 상흔傷痕을 어루만지며

강이 흐른다……

트여진 대지 위에 백렬白熱하던 낭만과
늪 속에 잠겨 이루던 고독과 기도,
오오, 표박漂泊과 동결凍結의 신산辛酸한 기억들을
열망과 수치로 물들이면서

강이 흐른다……

이제 무심한 일월日月의 조응照應 속에서
품에는 어별권속魚鼈眷屬들의 자맥질과
등에는 생로生勞와 환락의 목주木舟를 얹고
선악과 애증이 교차하는 다리 밑으로
사랑의 밀어와 이별의 노래를 들으며
생사와 신음과 원귀의 곡성마저 들으며
일체 삶의 율조와 합주하면서

강이 흐른다……

샘에서 여울에서 폭포에서 시내에서
억만의 현존現存이 서로 맺고 엉키고 합해져서
낳고 죽어가며 푸른 바다로 흘러들어
새로운 생성의 바탕이 되어
곡절로 가득 찬 역사의 대단원을 지으려고

강이 흐른다…… /


시 작품은 두 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 무정란無精卵과 수정란受精卵으로―말재주만으로 씌어진 무정란의 시는 그 자체가 이미 생명력을 잃고 있지만, 정혼精魂을 기울여 쓴 수정란의 시는 우열은 차치하고라도 그 나름대로 독자들에게 새 새명을 부화孵化시켜 간다. /


대리석에 정을 치듯 피땀을 흘려가며 온 정신을 기울여 시를 써야 한다.

서평

존재의 큼과 전일성

구상 선생(이하 존칭 생략)은 ‘인간 구상’, ‘사상가․신앙가로서의 구상’, ‘예술가로서의 구상’, 이 셋이 이음매 없는 하나로 조화․융합되어 있다. 나는 전에 이런 특색을 ‘실존적 전일성全一性’이란 말로 표현한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일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싶을 정도다. 그리하여 구상의 생애와 존재는 문자 그대로 일세一世의 사표師表라 해도 조금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구상은 크고 따뜻한 이웃 사랑을 끝까지 실천하였다. 구상의 신앙은 물론 천주교가 주축이지만 불교와 그 밖의 종교적 상념도 폭넓게 수용하였다.
그러나 구상은 예술가로서도 드물게 보는 섬세한 감성과 동시에 우주적 포용력을 지녔고, 그의 이러한 예술적 재능은 문학 분야에서 전개되었다.
구상의 문학적 활동도 시, 비평, 희곡, 시나리오, 수필, 시사적 평문, 전통적 문화의 뿌리에 관한 연구, 서간문 등 거의 전방위적全方位的이다. 이러한 구상 문학 가운데서 시가 핵심 분야임은 여러 설명이 필요 없다.
시인으로서의 구상의 경우에도 여느 시인과는 확연히 다른 특색이 있으니, 그것이 곧 ‘언험일치言驗一致’라 함직한 그런 생각이다. 이것은 시의 언어 뒤에는 반드시 그 언어와 일치하는 경험적 진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며, 구상 외에 이러한 생각을 뚜렷이 표명한 시인을 나는 달리 알지 못한다. 이런 생각은 곧 시인의 윤리성을 강조하는 것이 되며, 이런 점에서도 구상은 심미가(예술가)와 실천을 전제로 하는 사상가를 겸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사상가로서의 구상의 존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여기서 그의 시적 업적의 평가에 다소의 불이익이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적확하고 선명한 표현, 과장 없는 진실의 표출, 동시에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메시지의 표명, 이런 점만 보더라도 구상은 시로써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에 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상의 예술(시)과 인간은 서로 상호보완적이어서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그의 인간상人間像은 그의 시를 조명하고, 또한 그의 시는 그의 인간상을 부각시킨다.
삶이 문학을 조명하며 문학이 삶을 부각시키는 구상의 경우야말로 남긴 글의 집대성이 어느 누구보다도 절실히 요청된다 하겠다. 홍성사에서 그동안 꾸준히 발간해 온 <구상문학총서>가 이번에 완간된다고 하니, 무엇보다 기쁜 소식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전집이 독자 여러분에게는 삶과 예술의 큰 자양이 될 것이며, 동시에 문화사적으로도 귀중한 자료가 될 것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찬경 (시인, 예술원 회원)

믿음과 삶과 시의 합일체

이번 홍성사의 <구상문학총서>(10권) 출간은 국내외 문학계뿐 아니라 사상계와 정치․경제계 등 사회 전반에 큰 화두를 던지는 희소식이다. 구상 시인은 어느 한 시대의 사조나 유파에 편승하지 않고, 동서양의 철학형이상학을 융화시켜 독보적인 시 세계를 확립한 문인․사상가․논객이며, 통섭과 융합의 선구자이기 때문이다.
구상 시인은 20세기 우리 현대사의 거센 파란 속에서도 자아 분열의 배리背理에 휘둘리지 않고 믿음과 삶과 시의 합일을 본보인 지성인의 귀감이다. 그는 자신의 시적 자아를 끊임없이 태질하여 참회의 시를 썼고, 존재의 본질 탐구에 정진한 구도자적 시인이다. 정치․사회의 부조리 앞에서는 정론正論․직필直筆로 맞섬으로써 북한은 물론 남쪽에 와서도 필화筆禍를 입고 옥고까지 치렀다. 특히 해방 직후 북한에서 박해받은 <여명도> 같은 시들은 그의 ‘깨어 있는 역사의식과 예언자적 지성’의 발로로서, 우리 문학사․지성사에 길이 기억되어야 할 문제작이다.
홍성사의 이 총서에는 시 538편, 극문학 작품(희곡․TV드라마․시나리오) 6편, 동화 1편과 에세이 271편, 평론․논문 30편과 논설류 144편이 실렸다. 시의 경우, 단시 538편에 연작시 156편이며, 구상 시인은 연작시 중심으로 그의 시를 줄기차게 개작하였다. 이는 존재와 사회와 역사에 대한 그의 현실 체험적, 형이상학적 사유思惟가 범상치 않았음을 입증한다. 그는 희곡 <황진이>, 시나리오 <단군>과 향가를 비롯한 우리 고전 문학론을 쓰고, 국내외의 대학에서 이를 강의하였다. 또한 가브리엘 마르셀, 프랑수아 모리악 등의 서양 철학과 문학 사상에도 심취하였으며, 가톨릭적 보편성으로 선불교를 수용하리만큼, 국량이 큰 문인이요 사상가임이 이 총서 전반에서 읽힌다.
구상 시인은 존재 일체를 영원의 투영으로 보며, 기교시를 멀리하고 주제와 표상에 등가량의 진실을 함축한 ‘유정란有精卵의 시’를 써서 독자들의 생명을 부화시키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의 《현대시 창작 입문》과 그의 시는 그러기에 독보적이다. 《민주 고발》을 비롯한 그의 사회 평론 역시 이 땅의 문학계와 국내외 독자 일반에 널리 읽힐 명문들이다.
그의 시가 영국․프랑스․스웨덴․독일․이탈리아 등 외국 여러 나라에서 번역․출간되고, 세계 주요 시인으로 뽑혀 노벨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을 만큼, 구상 시인은 세계적인 문인․사상가였다.
홍성사의 <구상문학총서>가 시인뿐 아니라 독서 애호가 모두에게 감수성 수련을 넘어 삶과 역사의 길잡이요 영혼의 양식이 될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봉군 (문학평론가,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순도 높은 영성의 온축

분단 후 우리 시대의 한 의인이자 스승이신 구상 시인의 <구상문학총서>전10권이 비로소 완간되었다. 주지하다시피 구상 시인은 함남 원산에서 태어나 해방 후 동인지 <응향>사건으로 월남하여 문학인으로서 한 생애를 보내면서 종교인, 사회 지도자로서 이 땅의 문화·사회·종교 발전에 폭넓게 이바지해 온 소중한 분이다.
그런 만큼 구상 선생은 세 가지 분야에서 업적을 남기신바, 이번 전집에 그 내용이 오롯이 담겼다.
첫째, 문인 특히 시인으로서 구상 선생의 활동은 자전 시문집《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제1권), 시집《오늘 속의 영원, 영원 속의 오늘》(제2권), 연작시집《개똥밭》(제3권) 및 시론집《현대시창작입문》(제5권)에 모두 수록되어 있다.
둘째, 사회비평가 내지 활동상은 에세이집《시와 삶의 노트》(제6권), 사회비평집 《민주고발》(제7권), 에세이집 《침언부어》(제9권)에 잘 드러나 있다.
셋째, 신앙인으로서의 모습은 평생 가톨릭 신도로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엮은 신앙 에세이 묵상집 《그분이 홀로서 가듯》(제8권) 및 문학서·희곡·TV드라마·시나리오 《황진이》(제4권), 에세이·동화·서간집《삶의 보람과 기쁨》(제10권)에 내밀하게 온축蘊蓄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구상 선생의 삶과 문학은 전인적全人的인 휴머니즘 구현을 한 목표로 하여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구상 문학, 특히 시는 대체로 강물과 나무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것이 특3징이다. 시집 《그리스도 폴의 江》의 경우에서 보듯이, 그리고“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라고 노래하는 시 <오늘>에서처럼 시인에게 강(물)은 상상력의 한 원천이자 역사·시간 의식의 등가물로서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가 상징하는 식물 상상력, 즉 나무의 시학은 구상 문학의 식물 핵인 건강한 생명 사상 또는 평화의 철학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구상 선생의 사상은 바람직한 의미의 역사의식과 비평정신이라는 한 축과 가톨릭신앙에 바탕을 둔 생명 사상, 즉 기독교 사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응향’사건이 그렇고‘민주고발’이 그러한 정신의 산물이며 평생에 걸친 돈독한 신앙생활 묵상집《그분이 홀로서 가듯》의 내용이 그 한 표상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장애인 문예지 <솟대문학> 20년 후원 및 솟대문학상 기금으로 자신의 전 재산 2억 원을 쾌척한 일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구상 선생은 아름다운 선행과 사회 봉사활동을 온몸으로 펼치며 휴머니즘 실현의 정신이 빛나는 인간애의 승리를 보여 준다.
이러한 인간애의 실천 정신은 그분의 순도 높은 영성의 시학과 더불어, 오늘날 불연속성과 불확정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구상문학총서>는 바로 이 시대에 빛과 소금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김재홍 (현대시박물관장, 경희대학교 교수)

 

추천글

■ “시와 인간이 일치된 큰 시인 구상.” 
-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

■ “구상 시의 의의는 정신의 실천으로 평가될 수 있는 시인적 가치성에 있다.” 
-하현식(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 “구상 시의 형식은 인간을 말하고 진정한 내면은 구도求道다. 그에게 구도는 영원한 세계이자 현실이었다.” 
-최경호(시인, 문학평론가)

■ “그의 목소리는 역사 속에서 역사를 넘어서 들려오는 예언자의 어조 그것이다. …역사 안에서의 울림과 역사 너머에서의 울림, 예언자적 지성과 존재론적․윤리적 아픔을 한몸에 버티고 있었던 것이 구상의 시적 소명이자 소업이었다.” 
-김윤식(평론가, 전 서울대학교 교수)

■ “구상 시인은 명징한 사고, 예민한 감각, 지성적 겸손을 갖춘 가톨릭 신앙의 수행자이고 지식인이라는 점에서 깊은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종교인․철학자․사상가라고 해도 아무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운룡(전 중부대학교 교수)

■ “우리가 구상 문학을 갖고 있는 가장 큰 행복은 불길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정신적 응전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 주는 데 있다.” 
-안수환(시인, 문학평론가)

■ “자칫 천박함과 기회주의 그리고 비속성과 타협하기 쉬운 문학세계에서 그의 작품이 빛나고 있음은 바로 그가 자기의 독자를 존경하고 마치 벗처럼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한 순간도 굴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의 시와 삶이 심오한 진정성의 표적을 지닌 데서 연유한다. …구상의 시 속에서, 세심히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원한 봄의 약속인 어린 꽃의 생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안선재(전 서강대학교 교수)

■ “그의 문학 역정歷程은 한 인간의 구도자적 자세로서의 인생이 얼마나 위대하며 가치 있는 일인지 상징한다. 또한 시인이 진실의 자세로서 시 창작이라는 고귀하고도 엄숙한 행위 앞에서 취해야 할 자세를 잘 말해 준다.” 
-김해성(시인, 전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 “구상은 난세亂世의 시인이다. 어쩌면 문명 사막에서 외쳐대는 선지자의 목소리 같기도 하였다.” 
-김광림(시인)

■ “문단 중심의 문학사나 유파나 그룹 활동 위주의 문학운동을 중심으로 문학사를 기술하는 입장에서는 구상과 같은 위대한 개별자를 소홀히 다루기 쉽다. 한국문학의 시대적 유행이나 문예사조상의 조류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었던 구상 문학은 개인의 실존적 자각과 영혼의 구원을 위한 윤리적 탐구의 진정성을 심화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시의 언어예술적 세련미나 기호학적 상징성을 외면하고 감각적 표현 대신에 관념적 사색의 언어를 사용한 그의 작품은 미학적 측면을 강조하는 문학사가의 입맛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문학의 직접적 현실참여를 전면에 내세우는 리얼리즘 비평가들은 현실로부터의 형이상학적 초월을 추구한 구상 문학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시에서 보기 드문 철학적 사색가의 정신적 궤적을 시를 통해 드러내고 지성적 교양을 바탕으로 시인의 역사적 책무를 문학을 통하여 구현한 점과 영혼의 구원을 완성하기 위한 사제적 수행자의 모습을 실천한 구상 문학의 특성은 우리 문학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는다. …<초토의 시>로 대표되는 휴머니즘 시로 1950년대 전후문학의 독자적 영역을 개척한 점, 역사적 자아의 책임을 각성하고 예언자적 지성으로 시대의 모순을 날카롭게 꾸짖은 점, 윤리적 절대선을 추구하며 형이상학적 사색의 과정을 거쳐 인간 실존의 본질을 성찰한 점, 한국시에서 소홀히 하는 종교적 신성성을 실현한 점과 연작시의 양식을 확립한 점이 구상 시의 문학사적 의의이다.” 
-조창환(시인, 아주대학교 교수)

추가정보

아름다운 인연들의 열매, 구상문학총서

“인연을 잘 살려야 한다.” 
아버지 구상 시인이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입니다. 그 말씀처럼 당신 생전에 맺은 어떤 인연들이 잘 살려져서, 지난 수년 동안 남모르게 꽃을 피워 올리더니 어느새 열매를 맺었습니다. 
(주)홍성사의 전 대표이셨던 이재철 목사님이 그 첫 인연의 씨를 받아 심으시고, 뒤이은 정애주 대표님이 그것을 정성으로 가꾸시어 열 개의 잘 영근 열매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구상문학총서> 열 권 완간은 이 고마운 님들이 임종을 앞둔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약속하셨던 것입니다. 그분들은 그동안 회사 운영상의 난관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도 그 어려운 약속을 끝내 지켜 내셨습니다. 젊은 시절 부자지간과 같은 정과 예禮로 아버지 구상 시인을 대하셨던 이재철 목사님에 이어 반려자이신 정애주 대표님이 그 인연을 극진히 받들어 아름다운 결실을 이뤄 내신 것입니다. 
유족으로서 두 분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 이루 다 전하지 못합니다. 아울러 그동안 애써 주신 홍성사 가족 모두께 큰 고마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또 한 분, 소중한 인연이 계십니다. 대학에서 아버지와 사제지간으로 맺어진 장원상 시인이 그분입니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첫 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본문 수렴, 정리 및 편집을 무보수로 도맡아 감당하신 그 의지와 헌신에 깊이 감동하며 경의를 표합니다. 
아버지께서 하늘나라에서 <구상문학총서>의 완간을 아시면 하실 말씀은 정해져 있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구나.”
자식으로서도 반갑고 고맙고 기쁘기야 말할 나위 없지만, 저는 그 아름다운 인연들과 감동적인 노고의 결실이 눈 밝고 뜻있는 독자들에게 깊숙이 가 닿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 총서를 접하는 어느 한 독자라도 그 안에 실린 작품들에서 ‘어느 산골짝 옹달샘’ 같은 인연의 발원發源을 만나 ‘아득한 푸른 바다’ 같은 영원으로 나아가는 큰 흐름의 세계에 눈뜨게 된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시인으로 살다 가신 저자께 그보다 큰 보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자명 (구상 시인의 딸, 작가)


스승의 사랑과 뜻을 기리며

안수환 시인은 <상황과 구원-구상 연작시 「까마귀」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구상 선생님을 아직까지 뵙지는 못했지만 선생님과 같은 시기에 살면서 같은 공기를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렇게 만나지도 못한 사람까지도 존경하는 선생님과 사제의 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는 큰 행운이다. 
시를 핑계로 선생님 댁을 자주 드나들었지만 사실, 시보다는 개인적인 고민 때문에 찾아뵌 적이 더 많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선생님과 대화하면 쉽게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고민도 해결해 주시고, 위로도 해 주셨다. 그리고 시로 등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무한히 베풀어 주시는 사랑을 그때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의 사랑이 어버이 사랑만큼이나 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보답하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겁도 없이 선생님의 시를 정리해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말씀드리지 않고서 시를 정리하고 워드 작업을 해나갔다. 2001년 봄, 선생님과 택시를 같이 타게 되었을 때 조심스럽게 시 전집 발간 이야기를 꺼냈다.
몇 달 후 선생님은 시 전집이 아닌 문학전집 발간으로, 출판사는 홍성사로 정했으니 수고해 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 과연 내가 이런 큰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을 했다. 그러나 무식은 나의 큰 힘이 되었다. 
2002년 자전 시문집인 구상문학총서 제1권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가 발간되었고, 2004년 2월에는 단시 전집인 제2권 《오늘 속의 영원, 영원 속의 오늘》과 연작시 전집인 제3권 《개똥밭》이 발간되었다. 선생님께서 총서 완간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아쉬움이 컸지만 시에 대한 정리가 끝난 것을 보신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시자 총서 발간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되었다. 홍성사는 기독교 서적을 전문으로 내는 곳이어서 총서를 판매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고, 그럼에도 금전적 부담을 계속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정애주 사장님께서 발간의 의지를 밝혀 주셔서 다시 힘을 내어 작품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동안 옥명호 실장님, 이현주 실장님, 최강미 씨, 송승호 편집장님, 김기민 대리님 등 홍성사 식구들이 도움을 준 덕분에 총서를 매년 1권씩 발간하여, 원고 정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완간의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삶의 모범을 보여 주신 선생님의 모습을 작업하는 동안 다시 만나 보는 기회가 되었고, 항상 초라하게만 느끼게 했던 나의 무식 덕분에 이런 영광된 일을 할 수 있어서 안 좋은 것도 때로는 쓸모가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장원상 (구상문학총서 편집자, 시인)


구상문학총서 완간을 축하하는 기쁜 날에

구상문학총서의 완간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호명되는 것조차 무척 송구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이야기를 세간에 알리고자 민망한 심정을 숨기고 이 자리를 물리지 않았습니다.
그중 하나입니다. 이 총서의 기획자는 구상 선생님이십니다. 저자도 본인이시고, 편집자로는 장원상 선생님을 직접 세우셨고, 제작자로는 홍성사를 부르셨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 총서에 선생님의 금석문金石文을 수록하지 못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구상 선생님께서는 생전에 많은 분들의 비석 글을 쓰셨습니다. 바라기는, 일정 분량 수집되면 총서에 추가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 대한민국의 국력이 이 일에 조금 일찍 집중할 수 있었다면 선생님께서는 노벨상을 수상하셨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저를 부르실 그 시기, 선생님께서는 노벨상 후보 추천을 받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상은 제가 여러분께 공적公的으로 알려 드려야 할 내용이었습니다.
다음은 저의 사적인 이야기 셋입니다.
제 남편은 홍성사를 설립하고 이제는 개신교 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이재철입니다. 결혼식 날, 저보다 10년 연상인 남편의 친구들 틈에 당당히 서 계셨던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사진의 제 친구들과 제 남편의 친구들 사이에는 40년의 시간이 실종된 현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뵈올 때마다 외경심을 품었습니다. 그 시대의 상식으론 어림도 없는 어른의 모습이셨습니다.
저희 집 거실에는 한동안 이길상 선생님의 글씨로 표구된 선생님의 <그분이 홀로서 가듯>이 걸려 있었습니다. 고단하고 먹먹한 삶의 회의가 진했던 그 시절, 벽을 가득 메운 선생님의 시구는 구절구절 잠언이었습니다. ‘진리가 귀찮고 슬프더라도’, ‘나 혼자의 무력에 지치고’, ‘병신스런 모습을 하고’, ‘영웅적 기색도 없이 그분이 십자가의 길을 홀로서 가듯’ 등등 시인 구상의 실존으로부터 들려지는 고백은 제 삶의 현장에 적확하고도 강렬한 지침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시는 호칭이 둘이었습니다. 하나는 저를 직접 부르는 호칭인데, ‘승훈 엄마’입니다. 또 하나는 저의 남편을 놀리듯이 저를 남편과 비교하여 불러 주시는 ‘성녀’라는 애칭입니다. 전 그 둘 다 참 좋았습니다. 여자로 사는 인생의 두 모습을 간결하게 정리해 주신 호칭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신부로서의 자리와 엄마의 자리입니다. 
어느 날, “승훈 엄마가 내 전집을 해야겠다”고 하시며 부르시고는 혹시 부담이 될까 봐 노심초사하시는 선생님의 마음 떨림을 전 알았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결코 수월치 않을 제작의 부담을 제가 꿀떡 삼키고 있음을 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님도 저도 그 떨림이 우리의 의지를 방해하지 못할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참 기쁜 날입니다. 이 기쁜 날, 선생님께서 제게 주신 인생의 지침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분이 홀로서 가듯

홀로서 가야만 한다.
저 2천 년 전 로마의 지배 아래
사두가이와 바리사이들의 수모를 받으며
그분이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악의 무성한 꽃밭 속에서
진리가 귀찮고 슬프더라도
나 혼자의 무력에 지치고 
번번이 패배의 쓴 잔을 마시더라도
제자들의 배반과 도피 속에서
백성들의 비웃음과 돌팔매를 맞으며
그분이 십자가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정의는 마침내 이기고 영원한 것이요,
달게 받는 고통은 값진 것이요,
우리의 바람과 사랑이 헛되지 않음을 믿고서

아무런 영웅적 기색도 없이
아니, 볼 꼴 없고 병신스런 모습을 하고
그분이 부활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정애주 (홍성사 대표, 2010년 3월 2일 구상문학총서 출간기념회 ‘완간기념 인사말’)


구상문학총서를 완간하기까지

2001년 봄, 구상 선생님의 제자이신 장원상 선생님께서 구상 선생님께 시 전집 발간을 제안 드리면서 <구상문학총서>의 싹이 트게 되었습니다. 어버이 사랑만큼 크고 깊은 스승의 사랑에 보답하려는 뜻으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이후 장원상 선생님은 구상 선생님의 방대한 시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뒤 구상 선생님께서는 홍성사에 시 전집이 아닌 문학 전집 출간을 맡아 줄 것을 부탁하셨습니다. 그것은 홍성사 설립자이자 전 대표이신 이재철 목사님과 구상 선생님의 특별한 친분과 인연에서 비롯한 것이었습니다.
문학 전문 출판사가 아닌 홍성사로서는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과분한 일이어서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버겁기도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뜻을 굽히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이미 건강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편집된 원고를 당신께서 최종 감수하여 마무리하면 힘이 좀 덜어지지 않겠느냐며 거듭 재촉하셨습니다. 이렇게 하여 시는 물론 수필, 비평, 논설, 논문, 희곡, TV드라마, 시나리오, 서간문, 동화, 신앙묵상집 등을 망라하는 <구상문학총서>의 밑그림이 그려졌습니다. 
그 후 2002년 10월, 자전적 시문집인 제1권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가 발간되어 <구상문학총서>의 첫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2004년 1월과 2월에는 단시 전집인 제2권《오늘 속의 영원, 영원 속의 오늘》과 연작시 전집인 제3권 《개똥밭》이 각각 발간되어 선생님의 방대한 시 작품들이 모두 정리되었습니다. 또 희곡․시나리오 모음집인 제4권《황진이》도 같은 해 4월에 발간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약속하신 대로 당신 손으로 일일이 원고를 검토하시며 작업을 마무리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지병의 악화로 선생님께서는 총서 완간을 보시지 못한 채 그해 5월 11일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후 한동안 작업이 지연되고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가 바뀌면서 후속 작업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 우려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큰 문제 없이 총서를 계속 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총서를 준비하고 또 그것을 기다리는 분들의 뜻과 의지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라 믿습니다. 그 믿음의 토대 위에서 2006년 7월에는 시론집인 제5권 《현대시창작입문》, 2007년 2월에 에세이 선집인 제6권 《시와 삶의 노트》을 발간했고, 2008년 3월에는 사회비평집인 제7권 《민주고발》, 같은 해 9월에 신앙 에세이․묵상집인 제8권 《그분이 홀로서 가듯》을 발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2월에 에세이 선집인 제9권 《침언부어》와 에세이․동화․서간문 모음집인 제10권 《삶의 보람과 기쁨》이 출간되어, 총서 완간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저희 모두가 이렇게 완간의 기쁨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은 <구상문학총서>가 지니는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대로 첫 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원고 정리를 도맡아 해주시고 편집 작업을 함께해주신 장원상 선생님의 열정과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 영광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희 홍성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두 가지 일을 더 계획하고 있습니다. 구상 선생님께서는 시인으로서 한편으로는 구도자적인 삶을 사셨고 다른 한편으론 끊임없이 사회 참여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홍성사에서는 구상 선생님의 신앙과 관련한 시와 산문을 모은 ‘신앙 시문집’과, 그 밖의 시들과 사진을 곁들인 ‘일반 시선집’ 이렇게 두 권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쉽고 가벼운 것이 판치는 세상, 어둠을 밝히는 등불과도 같은 구상 선생님의 주옥같은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게 되길 다시 한 번 간절히 바랍니다.

-송승호 (홍성사 편집장, 2010년 3월 2일 구상문학총서 출간기념회 ‘경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