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1일 타계한 시인 구상의 문학총서 일곱 번째,
《민주고발》출간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 낸
참여적 지식인의 비판적 고발과 고뇌!
“나는 기자로서 행세한다. 때로 신문기자를 직분(職分)하여 온 연유도 있지만 나는 최상급의 기자란 시인일 줄 믿는다. 나는 천주교 신자다. 구제원리(救濟原理)에 회의가 없는 나를 고민시키는 것은 생활양식의 문제다. 즉, 역사적 양심을 어찌 충족시켜 가느냐 하는 것이 나뿐이 아니라 현대지성들의 과제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실혁정감(現實革正感)에 나의 눈은 항시 충혈하여 있다. 기실 조국이란 나의 의식 속에서는 어머니보다도 더 비참하게 소중한 것으로 길리워 왔다.” -‘책머리에’에서
‘구상문학총서’는 구상(具常) 시인의 생전인 2002년, 자전 시문집인 제1권《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를 시작으로 현재 제7권까지 출간되었다. 이 총서는 원래 기획된 열 권 모두 저자의 최종 감수를 거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총서 작업이 시작되었던 때부터도 건강이 좋지 않았던 저자는 완간을 보지 못하고 제3권(연작시집《개똥밭》, 2004년) 출간 후, 그해 5월에 타계하였다. 따라서 후속 출간이 예정되어 있었던 나머지 원고들은 부득이 유고로 출간하게 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민주고발》은 구상문학총서의 일곱 번째 책으로, 권력에 영합하거나 현실을 회피하지 않았던 참여적 지식인 구상의 사회비평 글들을 모았다. 해방 후 한 치 앞도 제대로 보기 힘든 정치 상황 속에서, 해방 전 이 땅의 지식인들이 꿈꾸던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해 고뇌하며 몸부림친 흔적이 역력한 이 글들은 때로 강경한 반공 논조가 거북하다가도 그 안에 배어 있는 경험적인 아픔과 순수한 이상주의자로서의 맑은 면모가 문면 위로 곧 떠올라 오히려 가슴을 아리게 한다. 더구나 가난한 매춘 여성, 술 취한 미군 병사, 어린 구두닦이나 품팔이들, 앳된 소녀 공산군 등등 당시 사회의 일상적인 소시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이웃으로서 함께 느끼는 깊은 절규가 응어리져 있다. 시인이자 지식인으로 그리고 가톨릭 신자로서 그가 평생 감당해 내야 했던 사회적 책임감의 무게가 행간마다 절절히 실려 있는 이 오래된 글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참으로 숙연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