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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문학총서 제7권 사회비평 민주고발

18,000

구상
2008. 3. 20
양장 / 416page
9788936507749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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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11일 타계한 시인 구상의 문학총서 일곱 번째,
《민주고발》출간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 낸

참여적 지식인의 비판적 고발과 고뇌!
“나는 기자로서 행세한다. 때로 신문기자를 직분(職分)하여 온 연유도 있지만 나는 최상급의 기자란 시인일 줄 믿는다. 나는 천주교 신자다. 구제원리(救濟原理)에 회의가 없는 나를 고민시키는 것은 생활양식의 문제다. 즉, 역사적 양심을 어찌 충족시켜 가느냐 하는 것이 나뿐이 아니라 현대지성들의 과제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실혁정감(現實革正感)에 나의 눈은 항시 충혈하여 있다. 기실 조국이란 나의 의식 속에서는 어머니보다도 더 비참하게 소중한 것으로 길리워 왔다.” -‘책머리에’에서
 ‘구상문학총서’는 구상(具常) 시인의 생전인 2002년, 자전 시문집인 제1권《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를 시작으로 현재 제7권까지 출간되었다. 이 총서는 원래 기획된 열 권 모두 저자의 최종 감수를 거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총서 작업이 시작되었던 때부터도 건강이 좋지 않았던 저자는 완간을 보지 못하고 제3권(연작시집《개똥밭》, 2004년) 출간 후, 그해 5월에 타계하였다. 따라서 후속 출간이 예정되어 있었던 나머지 원고들은 부득이 유고로 출간하게 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민주고발》은 구상문학총서의 일곱 번째 책으로, 권력에 영합하거나 현실을 회피하지 않았던 참여적 지식인 구상의 사회비평 글들을 모았다. 해방 후 한 치 앞도 제대로 보기 힘든 정치 상황 속에서, 해방 전 이 땅의 지식인들이 꿈꾸던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해 고뇌하며 몸부림친 흔적이 역력한 이 글들은 때로 강경한 반공 논조가 거북하다가도 그 안에 배어 있는 경험적인 아픔과 순수한 이상주의자로서의 맑은 면모가 문면 위로 곧 떠올라 오히려 가슴을 아리게 한다. 더구나 가난한 매춘 여성, 술 취한 미군 병사, 어린 구두닦이나 품팔이들, 앳된 소녀 공산군 등등 당시 사회의 일상적인 소시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이웃으로서 함께 느끼는 깊은 절규가 응어리져 있다. 시인이자 지식인으로 그리고 가톨릭 신자로서 그가 평생 감당해 내야 했던 사회적 책임감의 무게가 행간마다 절절히 실려 있는 이 오래된 글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참으로 숙연하게 만든다.

 

크기 153 × 224 mm

저자

구상
동서양의 철학이나 종교에 조예(造詣)가 깊어 존재론적ㆍ형이상학적 인식에 기반한 독보적인 시 세계를 이룩한 시인. 현대사의 고비마다 강렬한 역사의식으로 사회 현실에 문필로 대응, 남북에서 필화(筆禍)를 입고 옥고를 치르면서까지 지조를 지켜 온 현대 한국의 대표적인 전인적 지성이다.
1919년 서울 이화동에서 출생. 본명은 구상준(具常浚). 원산 근교 덕원의 성 베네딕도 수도원 부설 신학교 중등과 수료 후 일본으로 밀항, 1941년 일본 니혼 대학(日本大) 전문부 종교과 졸업. 1946년 원산에서 시집 《응향(凝香)》 필화사건으로 월남, <북선매일신문> 기자생활을 시작으로 20여 년 넘게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시와 사회평론을 씀. 영국, 프랑스, 스웨덴,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 시집 출간. 금성화랑무공훈장, 대한민국 문학상, 대한민국 예술원상, 국민훈장 동백장 등 수상. 2004년 5월 11일 작고, 금관 문화훈장이 추서됨.

차례

책머리에

제1부 민주고발

고현잡화/ 종신형제/ 문둥이 쌀/ 민주고발/ 민의소재/ 유령후보/ 낙동강까지 또 와야/ 병존론/ 전쟁희망자/ 양창입구/ 생존경쟁자/ 참호생활/ 공비선정/ 우이송경/ 언론인의 협심증 교수완비/ 근사/ 왜기여문/ 자유의 꼽추/ 곰의 다리/ 인류의 맹점에서/ 생활문답/ 상이독성/ 불시검문/ 자유의 실고/ 죄짓는 목구멍/ 생각하는 갈대/ 정당소고/ 승어호랑/ 은인 ‘놈’/ 올 스톱/ 제후지병/ 봉사의 자유/ 민족의 금도/ 송영무감/ 고민의 과대망상/ 한자제한론/ 종군작가의 변/ 토비후문/ 정화여난/ 대통령 선거일/ 인심2태/ 휴전과 종전/ 비평의 맹점/ 조국의 뿌리

제2부 대화와 독백

죽일 놈 살릴 놈/ 정부를 사랑하고 싶다/ 견월망지/ 대화와 독백/ 노두수첩/ 만우절교서 관사시비/ 삼인칭/ 소탐제상/ 감투보험/ 필요악/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민주창망/ 불가침조약 고려?/ 주택소고/ 또 통일기구상설을 촉한다/ 혁명투사와 현실/ ‘혁명재판’ 방청기/ 친화의 묘리/ 대화의 요체/ 고운말 쓰기/ 단순화의 일면성/ 법의 혼효/ 4색의 징후/ 약자의 변/ 긴박감 패배의식/ 양곡 출하금지/ 국토애/ 절망을 안 주는 신문/ 선량과 의범/ 초인간적 능력/ 일본 수상의 내한/ 어느 추억/ 등전 만리심/ 케네디 대통령의 흉사/ 민주통일의 특공부대/ 시류여성 소고/ 보이지 않는 필수품/ 기술과 정신/ 노사의 인간존중/ 무직인생

제3부 성급과 나태

맹목의 삶/ 인간왜소화/ 알다가도 모를 생태/ 박애 교육/ 푸른 노인네들/ 기예와 선/ 도로변의 광고판/ 국책의 인문 과학기구/ 카터의 대한자세/ 프레이저 발언/ 문인생활의 고경/ 출판인들에게 바란다/ 성급과 나태/ 참된 휴머니즘/ 일면성의 위험/ 소크라테스의 국가관/ 법의 새 인식/ 힘과 정의/ 선량의 선행 요건/ 대통령 못지않게/ 질책과 격려/ 언령/ 서비스업의 낙후/ 기술자의 타성/ 정신적 고려장/ 장식 소고/ 여성의 매력/ 정치발전의 요체/ 정치가의 용기/ 9대 대통령에게 바란다/ 주간 뉴스를 보고/ 예술 창작가로서의 백서/ 소유의 행·불행

제4부 뿌리의 공덕

고민의 과대망상증/ 식자우환의 세상/ 보라, 자기 눈의 대들보를/ 인간의 감정 이야기/ 개체와 전체의 평형/ 여성을 위한 인생론/ 인간의 수치심/ 마음의 두 가지 컨트롤/ 한국인의 인정/ 뿌리의 공덕/ 기성세대의 성찰/ 젊은 세대들에게/ 한 푼 벌고 열 푼 쓰는 삶/ 인격적 성인사회/ 우리의 시비와 대화/ 경제인들의 정신적 자세/ 참된 ‘자유’ 교육/ 사회악을 퇴치하려면/ TV 방송 질적 향상 있어야/ 나의 인문적 치세 방안/ 남북 겨레가 어울려 살려면 전 북한 고관의 술회 음미/ 재소 한인 교수를 만나 보고/ 6·25의 현실적 인식/ 일제 낙인 총독부 청사를 헐자

저작연보
일반경력

 

책속에서

다방(茶房)에 앉았다가 구두가 하두 망측하게 더러웠길래 마침 와서 닦으라고 졸라 대는 꼬마에게 신발을 내 맡기노라니 마주 앉았던 H시인(詩人)이,
“한 쪽씩만 가지고 가 닦아라.”
하고 가로 말렸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는 참인데 꼬마가 H씨(氏)를 향해,
“원 아저씨두! 가지고 달아나면 개자식이에요.”
…… 그 다음날부터 나는 신발을 한 쪽씩만 들고 가는 구두닦이나 잔돈을 거슬러 오라면 신문 왼뭉치를 놓고 가는 꼬마 신문 장수들을 대할 때마다 내가 도리어 개자식 취급(取扱)을 그들에게 받는 것 같아 심정이 영 고약해진다.(121쪽)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그 현 실태란 그 시대를 짊어진 세대들의 지적, 정서적, 의지적 능력의 총량으로써 결정됩니다. 물론 거기에는 역사적, 타력적(他力的) 요소가 없지 않지만 그것에 대한 요리 능력 역시 그 세대들의 저러한 지정의(知情意)의 총량이 좌우하는 것입니다.(255-256쪽)

한 집단이 가장 폭력화될 때가 어느 때인고 하니 저렇듯 바로 그들의 이해를 집단적 힘에다 일치시키고 그것을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이거나 정의라고 주장할 때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얼마든지 경험한 바로서 그 예를 들면 자유당 정권의 애국독점, 공화당 정권의 안보 독선의식 등으로 그들은 자기들의 집단적 힘을 폭력화하면서도 이를 정의를 위해서라고 정당화하려 들었던 것입니다.(266-267쪽)

인간은 홀로서도 잘 살 줄 알아야 하고 또한 남과 더불어서도 잘 살 줄 알아야 하며, 특히 이 두 면의 평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이 평형이 유지되지 않고서는 그것이 개인적인 삶이거나 집단적인 삶이거나 파탄을 가져온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인류의 생각의 흐름, 즉 사조(思潮)라는 것이 유감스럽게도 그 어느 한쪽만이 강조되어 균형을 잃어 온 경향이 있다. 다 알다시피 이제까지의 사상이나 이념이라는 것들이 인간의 개체적인 면만에 치우치는가 하면, 또 전체적인 면만에 치우쳐서 나아가서는 이것이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가 저러한 사상적 이념적 모순과 그 병폐현상에서 벗어나고 통일을 이루고 세계의 새로운 질서에 기여하려면, 먼저 저러한 인간의 본질적 여건에 대한 명확한 자기 인식에서 출발하여 개체적인 삶과 전체적인 삶의 균형이 중화를 이루는 자생철학(自生哲學)이 각 부문에서 창출되어야 하리라고 본다.(335-3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