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발리스 풍의 영적 모험과 쥘 베른의 우주 모험의 세계!
판타지 속의 현실, 선과 악의 치열한 투쟁
1. 톨킨과 루이스의 우정에서 시작된 〈우주 3부작〉 시리즈 완간!
1936년 봄, 모들린 칼리지의 연구실. 루이스는 후에 《반지의 제왕》을 써서 세계적 작가가 된 친구 톨킨에게, 공간과 시간의 깊이를 전달하는 이야기, ‘회복’과 ‘탈출’을 제공하는 이야기를 써보자고 제안한다. 동전을 던진 결과 톨킨이 시간 여행을, 루이스가 공간 여행을 쓰기로 하고 각각 《실마릴리온》과 《침묵의 행성 밖에서》의 집필을 시작하게 된다. 장난처럼 시작된 이 사건은 후에 《반지의 제왕》과 〈우주 3부작〉으로 꽃을 피운다. 흔히 우주 3부작(The Cosmic Trilogy, Space Trilogy)이라 불리는 루이스의 우주여행 이야기는 화성, 금성, 지구에서의 선과 악의 투쟁을 다룬 소설로서,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작 《푸른 꽃》을 쓴 노발리스와, 근대 SF 문학의 선구자 쥘 베른을 연상시키는 시리즈로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 가끔 찾아오는 꿈과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2. 마법에 물든 과학자들, 그들의 음모에 맞선 유쾌한 무리들의 모험!
《그 가공할 힘》은 말라칸드라(화성, 《침묵의 행성 밖에서》)와 페렐란드라(금성, 《페렐란드라》)를 배경으로 한 1, 2권에 이어, 지구를 정복하려는 가공할 세력strength과 선한 무리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이 세 권 가운데 대중들의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그 가공할 힘》은 1943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출간되었는데 현대 건축, 철거반, 사디즘적 비밀경찰, 생체해부, 정신병자와 범죄자에 대한 실험 등에 대한 루이스의 비판과 통찰이 가득하다. 《1984》, 《동물 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은 《1984》를 쓰기 2년 전, 《그 가공할 힘》에 대해 “우리 시대 많은 사람들이 루이스가 국가공동실험연구소의 과학자들을 통해 보여 준 ‘괴물 같은 힘’을 갖기를 꿈꾼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꿈이 현실이 되는 때를 살고 있다”라고 논평했다.
특히 소설에서 악을 대변하는 무리로 묘사되는 국가공동실험연구소는 세계 지배의 음모를 꾸미는 곳으로, 과학기술의 영향력과 그 가공할 지배력을 상징하는 집단이다. 이 집단의 목적은 소수의 우월한 인간을 남기고 나머지 인간과 자연을 말살시키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인간의 정신은 뇌가 일으키는 화학 반응의 부산물이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루이스는 해박한 지식, 명민함, 글재주, 위트를 가미해 과학 기술주의가 가져올 인류의 미래를 내다본다. 그러나 연구소의 악에 맞서는 무리, 세인트 앤 장원은 선(善)과 지략으로 그들의 계획을 좌절시킨다. 페렐란드라에서 돌아온 랜섬을 대장으로 뭉친 이들은 연구소의 사악한 의도를 파악하고 그 배후에 매크로브라는 타락한 존재가 있음을 아는 유일한 집단이다. 이들은 거대한 악과 시종일관 진지하고도 가볍게, 두려워하면서도 유쾌하게 싸워 나간다.
3. 성인을 위한 현대 동화
루이스는 《그 가공할 힘》에 ‘성인을 위한 현대 동화’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는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이야기 세계에 잠김으로써 세상에 대한 참신한 느낌과 경이감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루이스는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의 세 가지 방법’이라는 글에서 “아이는 마법에 걸린 숲 이야기를 읽었다고 해서 진짜 숲을 경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독서는 아이가 모든 진짜 숲을 약간 마법이 깃든 곳으로 여기도록 만들어 준다”라고 했다.
《그 가공할 힘》에 나오는 브랙돈 숲에는 아서왕 시대의 ‘마법사’라고 불린 전설적인 인물 멀린이 잠들어 있다. 그가 수세기의 잠에서 깨어나 악한 세력에 붙느냐 선한 세력에 붙느냐에 따라 판세가 기울어진다. 〈나니아 연대기〉가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면 〈우주 3부작〉은 성인을 위한 동화다. 두 이야기 모두 마법적인 요소가 있고, 빛과 암흑 세력 간의 싸움이 있다. 〈나니아 연대기〉와 마찬가지로 재미와 감동을 주면서 ‘선이 이기는’ 메시지가 들어 있으며, 또한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루이스의 깊은 통찰과 사상들을 공감하는 즐거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