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훈,
그 사람은 가고 없는 이 자리에
아주 작은 여자와 더 작은 남자 아이가 남았습니다.
자기를 얘기하는 일에 그토록 서툴렀던 한 남자는
그 여자와 아이에게 드디어 깊은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스스로 골라 잡을 수 없는 인생의 행로를 지치도록 살아도
우리는 결코 후회할 수 없다는 여운과 함께…….
정의의 굶주림 끝에 만났던 공산주의,
자유의 목마름 끝에 만난 예수,
안식의 기달미 끝에 만난 여자,
김 훈을 만났고 그의 인생을 지켜 보았던 그의 여자,
이혜자.
아! 그때,
십자가 위에 예수가 정녕 기적을 외면해 버린 실망 때문에
답답함으로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삭여야 했던 제자들.
지금,
기적을 피해 죽어가는 수많은 이웃들의 죽음 앞에서
울고 있는 당신.
그러나, 예수는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기록되었습니다.
“다, 이루었다.”
김훈의 아내가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사별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놓았다. 간첩으로가 아닌, 한 인간으로 만나고 사랑한 그들의 이야기 속에 봄날 같은 따스함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