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기독교는 오늘을 위한 것이다
-‘기독교가 오늘을 위한 것’임을 삶으로 증명한
대천덕 신부의 영감 있는 메시지
기도하며 노동하는 공동체 ‘예수원’ 설립자 대천덕 신부의 사상을 오롯이 맛볼 수 있는 책 《기독교는 오늘을 위한 것》이 출간되었다. 1960년대 성 미가엘 신학원(현 성공회대학교) 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강의한 내용이 중심이며, 대천덕 신부가 필생의 소원을 삼아 연구한 ‘성경적 경제 원리’, ‘토지와 경제문제’ 등이 함께 실려 있다.
예수원과 대천덕 신부
예수원은 대천덕 신부 가족과 성 미가엘 신학원 학생들, 그리고 항동교회 신자들, 건축노동자로 함께 일하던 형제자매들이 1965년 설립한 곳으로, 이들이 강원도 산골짜기에 예수원 공동체를 세운 목적은 “노동과 기도의 삶을 영위하며, 기도의 실제적인 능력을 시험해 보는 실험실을 제공하고, 신자 생활의 세 가지 실험, 즉 ‘기도’와 ‘코이노니아’(교통, 친교), ‘선교’를 연구”하기 위함이었다.
아내 현재인 사모가 머리말에서 밝힌바, 대천덕 신부는 “예수원이라는 실험실에서 기독교를 삶으로 살아 내고자” 평생을 바친 분이다. 그리고 그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이 이 책《기독교는 오늘을 위한 것》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그가 기도하던 많은 것들―기독교 대학의 설립, 평신도 운동, 예수원이 성경과 과학, 성경과 경제학, 성령론 등을 연구하는 곳이 되는 것 등―이 실현되었고, 그가 믿는 하나님의 실존하심이 예수원 공동체와 그의 저서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구성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살아 계신 하나님”에서는 하나님은 누구이신가, 사랑, 십자가, 성령, 하나님 나라, 인류와 종말 등 기독교인이면 꼭 알아야 할 기독교의 기본 진리를 설명하고, 2부 “다스리시는 하나님”에서는 과학과 기독교, 마르크시즘과 기독교, 성경적 경제 원리, 세계의 빈곤 문제, 그리스도의 경제윤리 등을 성경적 관점에서 제시한다. 3부 “일하시는 하나님”에서는 정의와 평화를 위한 기도 사역, 한국 교회가 해야 할 일, 성경과 토지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다룬다.
신앙은 보수주의자처럼 실천은 진보주의자처럼
대천덕 신부의 삶이 보여 주듯이 ‘신앙은 보수주의자처럼 실천은 진보주의자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 《기독교는 오늘을 위한 것》에 깔려 있는 중심 메시지다. 특히 개인이 구원을 얻어 천당에 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사회가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는 것이며, 개인 구원 못지않게 사회 정의를 위한 그리스도인의 노력이 중요함을 곳곳에서 역설한다.
“그러면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리스도인들은 각자 재능과 기회를 따라 공정한 질서와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사회적 관계성을 내포하지 않는 인간의 행위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은 최고 중요한 사명입니다.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은 인도주의적인 자유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것은 하나님이 명하시는 것입니다.” (34~35쪽, 1부 2장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만일 사회의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체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면 불의를 당한 자들이 신자들을 미워하게 될 것입니다. 성경은 ‘옷이 없고 먹을 것이 없는 사람을 무시해 버린 네가 무슨 사랑이 있느냐? 무슨 믿음이 있느냐?’고 아주 강하게 언급하는데, 이것은 다시 말하면 ‘너에게 무슨 의가 있느냐?’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진정으로 하나님의 의를 구하는 마음이 있는 자라면 어려운 이웃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적인 면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방법으로라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174~175쪽, 3부 1장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
“나는 한국의 기독교가 극단적인 탈속주의―세상은 산산조각 나고 있건만 전혀 항변하지 않고, 사회윤리에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 방치하면서 개인 구원만을 얻으려는 태도―로 굴러 떨어질 심각한 위험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한국 문화의 한 주류를 이루는 뿌리 깊고 광범위한 샤머니즘과 관련하여 한국의 은사주의 기독교는 위장된 샤머니즘의 한 형태로 변질될 우려가 있으며, 지엽적인 것, 호기심만을 충족하고자 하는 이적(異蹟)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이기적인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권능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기독교에서 권능은 자기희생적으로 사용되었고 그리스도의 권능은 십자가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십자가야말로 그리스도인들이 신령한 능력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이며 부활은 다만 십자가의 고난 뒤에 주어지는 것입니다.” (208~209쪽, 3부 4장 “한국 교회가 해야 할 일”)
“하나님은 실제로 살아 계시며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은 어느 시대든, 특히 적들이 사방에서 일하는 이 시대에도 모든 문제의 해결임을 말로만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해 내기 위해 온전히 헌신하며 기도하던 신앙인 대천덕 신부. 이 책은 예수를 따른다 하면서도 사회를 위한 고난의 십자가는 기피하는 이 시대 기독‘교인’들에게 예수 제자의 삶이 무엇인지를 결단케 하는 살아 있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