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제25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신학 부문> 우수 도서 수상!
*‘만들어진 신’인가 ‘만들어진 사람’인가, 그 끝없는 논쟁
2007년 여름에 출간된 《만들어진 신》(원제 The God delusion ‘신에 관한 망상’)이 6개월도 채 지나기 전에 30쇄를 넘게 찍었다.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옥스퍼드 대학 교수ㆍ진화생물학자)는, “책을 펼칠 때 종교를 가졌던 독자들은 책을 덮을 때면 무신론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에서는 ‘훗날 내 자녀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이라며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다른 편에서는 도킨스의 주장에 반박하는 책과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06년 해외 출간 이후 지금까지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고, 좀처럼 베스트셀러가 쉽지 않은 국내 인문 서적에서까지, 600쪽이 넘는 이 종교/과학 서적이 뜨거운 논쟁거리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처럼 ‘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더불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근대 이후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과학에서 그 실마리를 찾고자 애썼지만, 과학의 혜택 없이는 살 수 없게 된 현재까지도 이 물음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없이, 치열한 논쟁만이 계속될 뿐이다.
*거대한 철학의 바다에서 변증의 최고봉을 이룩해 낸 루이스의 역작
그러나 여기 이 치열의 싸움 한복판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책 한 권이 있다. C. S. 루이스의 평생 역작인 《기적》이 바로 그것이다. 어린 시절 유아적 기독교를 박차고 나와 철저한 무신론자로 살았으며, 그러다가 또 한 번의 사상적 고비를 맞아 진정한 의미에서 유신론자로 돌아섰고, 기독교인이 되었던 루이스. 한평생 철학과 사상을 삶의 중심축으로 삼았던 완고한 무신론자가 기독교인이 되는 과정에서 겪었던 사상적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루이스가 회심 후 대중 전도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 《순전한 기독교》라면, 《기적》은 믿지 않는 자들, 특히 무신론 사상을 고수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향해 쓴 책이다. 그 자신이 먼저 철저한 무신론자였기에, 루이스는 무신론자들의 철학 기반이 무엇인지, 또 어떤 난점에 봉착해 있는지도 꿰뚫고 있다. 따라서 이미 ‘무신론을 전제’하거나 ‘유신론을 전제’하여 쓴 책들과는 달리, 루이스의 《기적》은 이 모든 사상의 전제가 되는 ‘자연주의’와 ‘초자연주의’ 즉 모든 사상의 근본이 되는 사상을 논증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자연주의자나 초자연주의자, 무신론자나 유신론자 모두에게 공평한 위치를 부여한다. 동일선상에서 시작하므로 어느 쪽에서나 불만은 없으며, 다만 치밀한 논증의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자연주의’의 허점에 자연주의자들과 무신론자들은 더 이상 그들의 주장을 펼칠 논점을 잃어버리게 될 뿐이다.
자연주의가 갖는 난제를 낱낱이 분석하여 오류를 밝혀내고, 초자연주의와 신의 존재 증명, 나아가 성경의 ‘성육신과 부활’이 한낱 신화나 전설이 아닌, 이 인류의 가장 중심축이 되는 사건임을 명쾌하게 밝혀낸 《기적》. 어째서 루이스에게 ‘우리 시대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라는 영광의 수식어가 붙게 되었는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사투를 건 글쓰기ㆍ정밀한 번역ㆍ철저한 감수의 결과물
● C. S. 루이스는 《기적》을 쓴 뒤,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이런 책을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 이 책을 저술했던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가장 왕성하게 저술활동과 강의를 하던 1940년대 중반, 루이스가 ‘소크라테스 클럽’이라는 철학 서클을 통해 발표한 《기적》은, 《고통의 문제》, 《인간 폐지》, 《순전한 기독교》와 더불어 ‘변증가 C. S. 루이스’의 가장 견고한 변증서로 인정받고 있다.
● 심오한 사상적 저술을 다른 언어로 번역한다는 것은 또 한 번의 창작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정본 C. S. 루이스 클래식’ 시리즈에서 《순전한 기독교》, 《고통의 문제》, 《시편 사색》, 《네 가지 사랑》, 《인간 폐지》 등 루이스의 변증서 번역에 탁월한 역량을 드러냈던 이종태 번역가가 이번 《기적》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기적》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기에, 2년여에 걸친 수고와 노력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지만, 그 긴 시간과 공이 들어간 만큼 《기적》은 루이스의 저술 의도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정밀하게 우리말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 철학과 신학에 정통할 뿐 아니라 C. S. 루이스 사상의 맥을 꿰뚫고 있는 서강대 철학과 강영안 교수가 철저한 감수를 통해 좀더 적확한 철학 용어를 제시하고, 문맥의 흐름을 또렷하게 잡아내었다. 깊은 철학과 신학 사상을 오가는 이 책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여 원문과 번역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잡아내는 감수자의 역할 역시, 《기적》이 우리말로 새롭게 탄생하는 데 크나큰 공헌을 하였다.
이렇듯 긴 시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정성과 노력으로 탄생한 한국어판 《기적》은 그간 출간을 고대하며 기다린 독자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치밀한 논증의 과정을 놓치지 않고 꼼꼼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듯 눈이 환하게 열리고, 이윽고 그렇게 바라던 ‘기적’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