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반대 세력 양 측 모두에 의해 왜곡된 한미 FTA의 진실!
먼저 피하는 쪽이 지는 치킨 게임의 최전방에서 국익을 위한 충심만으로 내달려 온 김현종,
그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정직하게 입을 연다
0. 발행인의 변
이 책은 2008년, 유엔대사 김현종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참여정부 국가통상 정책의 수장을 지낸 그에게서 몇 가지 에피소드를 들으며 무감각했던 ‘애국심’에 생기가 돌았다. 그래서 간청했다. 이 땅과 이 땅을 뿌리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콘셉트)은 “김현종에게 한미 FTA를 듣다”가 맞다. 녹음하고 녹취 풀고, 저자가 집필한 글을 다시 받아 구성하고, 수도 없이 사실 확인을 하며 편집하기를 2년 7개월 남짓 씨름하여 이제 세상에 내놓는다. 부디, 대한민국을 위해 최전방에 설 젊은이들이 먼저 걸어간 이들의 중심을 읽고 그 치열함에 지혜가 더하기를 바란다.
1.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왜 한미 FTA를 추진했나
흔히, 참여정부는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며 비판을 받는다. 노 대통령은 왜 지지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한미 FTA를 추진했을까. 김대중 정부 시절, 우리는 먼저 일본과 FTA를 추진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수석대표로 한일 FTA를 진행하면서, 일본이 우리의 첫 상대국이 되어선 안 됨을 알아차린다. ≪손자병법≫의 원교근공, 즉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한다는 이치대로 일본과 중국은 우리의 우선 협상 대상국이 아니었다. 매일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며 동시다발적 FTA를 구상한 저자는 미국, EU, 아세안 등 큰 경제권과의 FTA를 중국, 일본보다 먼저 개시하고 타결함으로써 우리의 이익을 최대화시키는 전략을 내놓았다. 특히 가장 큰 논란에 휩싸인 미국과의 협상은 자존심을 넘어서 국익을 우선시하는 혜안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큰 틀에서의 한미 FTA 논의는 사라지고 한미 FTA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이 논리보다 앞선 결과 우리는 한미 FTA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없었다.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는 한미 FTA, 그리고 세계통상의 흐름을 짚어 보면서 우리가 취한 이익은 무엇이고, 앞으로 그 이익을 어떻게 극대화해 나갈 것인지를 차분히 계산해 보자는 기획이다.
2. 한미 FTA 협상 총 감독 김현종, 그가 쓴 대한민국 외교통상 대전환의 역사
협상의 큰 흐름을 놓치고 있던 한국
저자가 WTO에서 동양인 최초·최연소 수석변호사로 일하던 시절, 대통령직 인수를 준비하던 노무현 당선자 측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통상 현황에 대해 당선자에게 가장 정확하게 보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은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과의 만남에서, 다자 체제가 아니라 양자 체제로 세계 통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브리핑했고, 이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자리를 제안받으면서 정부에서 일하게 된다. 통상 현장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가운데 있는데 한국은 세계 통상의 큰 흐름을 놓치고 다자 체제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양자 FTA는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고, 중국이 아세안과 FTA를 타결하고 일본은 한창 협상 중일 때도 우리는 FTA를 거론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시 짜는 FTA 로드맵
이에 FTA가 국익을 위해 얼마나 절박한 사안인지 절감한 저자는 FTA 로드맵을 큰 틀에서 다시 잡기 시작한다. 큰 경제권과의 협상을 체결하기에 앞서 동쪽으로는 캐나다와 먼저 FTA를 출범시키고, 서쪽으로는 EU에 가입하지 않은 EFTA와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해 각각 미국과 EU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그것이었다. 또한 남쪽으로는 아세안과의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싱가포르와, 북쪽으로는 러시아와 미리 공동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중국·일본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드맵을 시행하는 초기에는 EFTA나 남미공동시장MERCOSUR 같은 변방 국가만 두드린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 책은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참여정부가 시행한 통상 정책을 큰 틀에서 볼 수 있는 안목이 제시되어 있다.
‘인맥’ 없이 헤쳐온 길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살았던 저자는 일본에서는 한국인으로, 미국에서는 동양계 소수민족으로서 살아야 했다. 한국으로 온 이후에도 아무런 인맥 없이 혼자 헤쳐 나가야 했고, 외교통상부 내에서는 비외무고시 출신으로서 소외감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고군분투한 경험과 유창한 영어 실력, 2%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믿음과 강단으로 고비 고비를 넘어 왔다. 그동안 대사(大事)를 치르고도 제대로 된 기록이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저자는 기억이 생생할 때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물이 이 책이다. 한미 FTA 협상에 얽힌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 교훈, 당부의 말 등이 여기에 담겨 있다.
3. 세계는 서울과 평양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 시절 추진되었던 한일 FTA는 우리에게는 개방을 요구하고 자신의 시장은 열지 않으려 했던 일본 측의 태도와 일본의 비관세 무역장벽 고수로 중단되었다. 한미 FTA 협상 출범 직전, 한국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고 정직하지 못하다며 미국과의 FTA를 막으려고 일본이 시도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일본의 관심은 동아시아에서 경제적으로 한국을 자신들에게 계속 의존하도록 묶어두는 것이다. 이에 일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예측을 벗어난 대응을 통해 우리의 이익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배정한 240만 속의 김 수출 쿼터를 WTO 제소라는 강수를 두면서 1,200만 속까지 끌어올린 저자의 뚝심과 치밀한 전략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외교의 한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다. 참여정부 FTA 로드맵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남북 FTA는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과제였다.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운명이 결정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역사를 돌아볼 때,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패권에 관심 있는 주변 열강국들의 동향을 날카롭게 주시하면서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외교정책을 세워야 한다. 세계는 서울과 평양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현실 감각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이 되어 동북아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는지, 남북 FTA의 효용과 가능성은 무엇인지 타진해 볼 수 있다.
4. 대한민국의 미래,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당부
2%의 가능성을 위한 도전
이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자신이 정말 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뇌하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개인적인 경험을 들려준다. 저자는 월가의 대형 로펌에서 M&A 변호사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지만 변호사 일에 점차 회의를 느끼고, WTO에 들어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 상대적으로 낮은 P3급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신 후, 법률지 50종을 구독하고 컬럼비아 로스쿨 도서관에서 수백 편의 논문을 숙지하는 과정을 통해 시니어Senior급인 P5급 합격에 성공한다. 동양인이라고는 인도 사람 한 명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동양인 최연소·최초 수석변호사가 되고, 비인간적인 처사를 일삼던 상사에게 소송을 제기한 일화는 사람만 좋은 동양인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후배들에게 주는 교훈
저자가 참여정부 최장수 각료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사심 없이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신념으로 국익을 추구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미국에서의 변호사 생활을 접고 귀국한 후 투자금융 쪽에서 일했더라면 WTO에서 일하지 못했을 것이고,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일할 기회는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저자가 20대에게 보내는 세 가지 의미심장한 교훈은 자신에게 적용한 엄격한 원칙이면서, 후배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충고이기도 하다. (교훈 하나, ‘남이 기대하는 인생을 살지 말고 본인에게 의미 있는 일을 찾아 하라.’ 교훈 둘,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교훈 셋, ‘사심 없이 소신껏 하라.’)
사)한국경제교육협회 ‘2011 경제교육추천도서’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