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메시지가 어떤 물리적 환경에서 가장 적합하게 적용되고 실현되는지 고민하지 않는 성서학자와 목회자들이 너무나 많다(Holmberg 1980; Scroggs 1986). 예수의 메시지는 가족 공동체에 가장 적합하게 적용되고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예수는 군중이 아닌 제자들과 더불어 공생애를 보내셨고, 제자 공동체에 맞는 메시지를 주셨다. 예수의 관심은 떼거리로 모여드는 무리가 아닌 ‘작은 무리’에 있었다(눅 12:32).
왜 예수는 작은 무리에 관심을 기울이셨고, 작은 무리의 운동을 시작하셨는가? 예수의 신원과 사명 자체가 ‘작은 것’에 있었다. 예수는 나사렛이다. 나사렛은 지명이 아닌 예수 자신의 신원과 사명을 나타내는 메시아적 칭호이다. 나사렛은 ‘가지’이다. 나무 둥치가 잘려 나가고, 그 줄기에서 나오는 가지이다(사 11:1). 예수의 사역과 예수 운동의 전개 과정을 성경적으로 살펴보면 그 특징은 ‘작은 것’에 있다. 예수 운동의 특징을 드러내는 핵심 개념은 ‘나사렛’과 ‘주변부 반란’과 ‘가치 혁명’이다. 이 세 가지 핵심 개념을 통해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대저 물이 바다를 덮음과 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온 세상에 충만하리라’(사 11:9)는 이사야의 비전을 성취하고 있다._19-20면, 〈들어가며―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대중 앞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첫 발언과 사역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누가에게 예수의 나사렛 선언은 하나님 나라 선포이다. 나사렛 선언은 하나님 나라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며, 하나님 나라 복음의 내용이다. 나사렛 예수는 자라나신 곳의 회당에서 하나님 아들로서의 첫 공식 발언으로 이사야서 61장 1-2절을 택하였다. 나사렛 선언은 하나님 아들로서 정체성과 사역을 밝히는 청사진이자 일종의 정강 정책이다. 따라서 나사렛 선언은 누가복음을 읽는 독자에게 앞으로 행하여질 나사렛 예수의 사역을 이 매니페스토에 맞추어서 평가하도록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나사렛 예수가 선포하는 하나님 나라는 이 나사렛 선언의 구체적인 실현을 통해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하나님의 통치를 1세기 유대 백성의 삶에 가시적으로 드러낸다.

_86면, 4장 〈예수의 나사렛 선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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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당시 유대 분파들의 하나님 나라는 그 방법이나 프로그램은 달랐지만, 하나님 통치를 이 땅에서 이루는 온전한 이스라엘의 회복이었다. 그들의 초점은 당시 제도의 쇄신 또는 변혁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예수의 하나님 나라는 달랐다. 제도가 아닌 가치의 변혁이었다. 하나님 나라로 대변되는 예수의 비전은 이스라엘의 전능하신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총체적인 신뢰와 의존이다. 이는 일종의 ‘가치 혁명’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가치 혁명의 신학적 기반은 희년 사상이다(레 25:8-17). 예수의 나사렛 선언은 이 이사야의 희년 사상(58:6; 61:1-3)을 실현하기 위한 선언이다.
왜 희년을 선포하는가? 레위기의 희년은 모든 것을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는 것이다. 이는 모든 매임과 억압에서의 ‘자유’이다. 자유는 풀어 주는 것이다. 노예가 해방되고, 땅이 원소유주로 돌아오고, 빚이 탕감된다. 그리고 땅을 1년 동안 묵혀 둔다. 희년은 하나님이 절대주권을 가지신 ‘주’임을 인정하는지 질문하는 기간이다. 하나님이 땅의 주인이고, 이스라엘은 단지 거류민일 뿐이며,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분이심을 신앙으로 고백하는 기간이다(레 25:23, Sloan 1977). 희년의 선포는 군림하며 억압하고 묶고 매는 모든 힘을 무력화시키고, 묶이고 눌린 자들을 풀어 주는 것이다.

_149-150면, 5장 〈왜 예수는 나사렛에서 사역을 시작했는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