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학’의 범위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겠지만, 기독교 신앙을 모든 작품의 주제로 삼고 있으며 많은 기독교인들을 고정 독자로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김성일은 단연 기독교계의 대표적 작가이다. 《땅끝에서 오다》를 비롯하여 기독교 신앙을 소재로 한 탄탄한 추리적 구성의 작품들을 선보였던 그는 지금까지 30권에 가까운 소설을 썼다. 이번에 출간한 《동방》(전5권)은 기독교계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대하 역사소설이다.
작가는 1990년에 낸 소설 《홍수 이후》에서 노아 홍수 이후 동쪽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경로를 추적하면서 한민족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거니와, 《동방》은 그 이후의 역사를 작가의 독특한 사관과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낸 후속편이라 할 만하다.
가야 시대 때 아유타국의 공주를 통해 기독교가 이미 유입되었다는 것은 심심치 않게 지면에 오르내리는 설(說)이다. 작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가야를 동방 기독교 신앙의 맹주로 보면서 삼국 시대의 역사를 신앙적 갈등의 문제로 풀어 나간다. 기독교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사관을 설득력있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는 방대한 사료와 치밀한 연대기적 구성, 미스테리의 긴장 등을 동원하여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