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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제의 크레파스

16,200

이인응
2026.07.01.
무선
292쪽
130*180 
ISBN 9788936520021(0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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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만원 이상 주문 시 배송비 무료

“슬픔이 새겨진 그들의 얼굴을 그리는 동안
새로운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

EBS 지식채널 e ⟨크레파스⟩,
기독교 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 방영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맺은
서른다섯 해의 이야기

예술의 꿈을 품고 떠난 독일 유학 시절, 그는 뜻밖의 만남들을 통해 화가에서 선교사로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아내와 어린 두 자녀를 이끌고 아프리카라는 험지에 들어선 그는, 기니비사우를 향한 짧은 여행에서 내전의 참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무심코 챙겨 간 성경책을 간절히 구하는 한 사람을 만나면서, 기니비사우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신하게 된다.
마침내 소명의 땅에 들어선 기쁨도 잠시, 그곳에는 수많은 시험과 생사를 넘나드는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빗발치는 포격, 개미 떼처럼 이어진 피난 행렬, 모슬렘들의 공격과 협박, 끝없는 질병과의 싸움……. 여기에 생계의 어려움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해야 하는 막막한 현실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그는 거친 땅 한가운데 기적처럼 얻은 터에 교회를 세우고, 사람들과 함께 예배하며 희망을 일구어 간다. 그렇게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한 그곳에서, 그는 갓 스무 살이 된 딸을 잃고 차디찬 절망의 끝에 서게 된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딸의 유품 속에서 발견한 낡은 크레파스 조각들이었다. 그는 가장 열악한 그림 도구로 아프리카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한다. 고단한 삶의 흔적과 깊은 슬픔이 새겨진 얼굴들을 마주하는 동안, 그의 마음에도 새로운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상실 너머에서 다시 용서와 사랑을 배우게 된다.

책속에서

“혹 크레올 성경책 있으면 좀 주시겠어요?”
전혀 예상 밖의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이 나라 종족 공용어가 ‘크레올’인데, 그 종족어 성경책을 다른 나라에서 온 동양인에게 요구한다는 것이 너무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경찰의 요구치고는 너무나 황당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때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우리 여행 가방 속에 든 크레올 성경책 한 권이 퍼뜩 머리에 떠올랐다. 감비아에서 떠나오기 전, 혼자서 열심히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고 있을 때였다. 그때 선반 위에 있던 웬 까만 책자 하나가,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던진 것처럼 내 옆으로 뚝 떨어졌다. 그래서 뭔가 하고 보니 검정 표지에 ‘노부 떼스따멘뚜’라는 금박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스페인어와 유사한 점이 있어 나는 그것이 신약 성경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마 그것은 감비아에 있는 기니비사우 사람들을 위해 전도용으로 사용하던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때 나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바닥에 떨어진 이해도 못할 그 성경책을 무심코 여행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바로 지금, 그렇게 가져온 성경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이런 외진 곳에서 맞닥트리게 될 줄이야!
_112~113쪽(2부 부르심을 따라 화가에서 선교사로)

아침에 집 앞을 무리 지어 지나치던 군인들이 바로 우리 집 담 너머에 포진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우리는 상황이 위급하다는 판단에 교회 형제들을 서둘러 돌려보냈다. 이제 집에는 우리 네 사람만 달랑 남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곧 치열한 포격전이 전개될 것이 분명해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가방을 챙기며 잠시 지체하는 사이 드디어 대포의 굉음이 귀청을 때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용수철처럼 바깥으로 뛰쳐나와 바로 프랑스대사관을 향해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포탄이 허공을 가르며 머리 위로 빗발치는 소리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우리는 위험한 길을 피해 골목 사이사이를 필사적으로 달리는 데도, 걸음은 마냥 제자리에 있는 것만 같았다. 민간인이라곤 아무도 주위에 보이지 않았고, 불 속의 메뚜기처럼 뛰고 있는 사람은 오직 우리밖에 없었다.
_177~178쪽(4부 내전의 포화 속에서)

하루는 자신을 비밀경찰 간부라고 소개한 웬 모슬렘 남성이 불쑥 찾아왔다. 그런데 대화 중에 갑자기 가슴팍에서 권총을 꺼내 보이며 은근슬쩍 나를 협박하고 가기도 했다. 또 어느 날은 타협점을 찾기 위해 구청장이 직접 휘하 사람들을 대동하고 위압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강경한 교인들과 부딪히면서 대화 자체가 결렬되기도 했다. 앞으로 모슬렘 프로젝트가 우리 부지 안에 들어올 경우, 사역에 어떤 문제가 지속적으로 야기될 수 있을지를 교인들은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처럼 엄연히 주인이 존재하는 합법적인 땅임에도, 그들은 위법적인 방법을 서슴지 않고 있었다.
_222~223쪽(5부 이곳으로 우리를 보내신 이유)

그것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떨어져 있던 친구들이 수상쩍은 차량의 행동을 눈치챈 바로 그때, 차 뒷문 유리창 사이에서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핸드백을 끼고 있던 두제의 팔을 쏜살같이 낚아챘다. 그리고 차는 바로 급발진을 했고, 차에 끌려가던 두제는 차 유리창이 깨지면서 아스팔트 바닥 위에 나뒹굴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두제는 턱밑이 유리 파편에 찢기고,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치게 된 것이다. 아주 눈 깜박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_252쪽(6부 두제의 크레파스)

차례

프롤로그_ 부르심의 길을 따라

1부 스페인에서 아프리카를 꿈꾸다
독일 시골 마을에서의 어떤 만남
소박한 식탁이 가져온 변화
고난을 통한 변화의 시간들
낯선 섬으로의 여정
한국 같은 이국, 라스팔마스
그란 카나리아, 정지된 시간의 섬
칸테라스 해변에서
영적 이정표가 되어준 섬
뜻밖의 만남
아프리카에 첫발을 딛고
몸으로 경험하는 세네갈 풍경
감비아, 그 배움의 시간 속에서

2부 부르심을 따라 화가에서 선교사로
대서양을 건너 아프리카로
시작과 더불어 찾아온 시험
경험과 소통 사이에서
고통이 따르는 책임
사역의 의미를 배우는 시간
뜻밖의 결심, 그리고 여행
비자 없이 국경을 넘어
끝없는 험로를 따라
낯선 길에서 만난 이상한 인연
부르심과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
숲속에 울리는 총소리

3부 도전의 길, 그리고 무모한 여정
감비아를 뒤로하고
도전하는 자는 끝을 생각지 않는다
오지에서의 처량한 여정
밀수 트럭을 타고 넘는 국경
우물가의 고마운 아낙네들
수렁에서 만난 친절한 만딩고 노인
비사우에서의 무거운 첫걸음
께제 동네에서 만나는 일상
보이지 않아도 길은 있다
소리 없이 다가온 응답의 손길

4부 내전의 포화 속에서
내전의 어두운 그림자
느닷없이 다가온 위기와 근심
전투의 시작과 커지는 불안감
빗발치는 포화 속을 뚫고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
피난민이 된 교인들과의 만남
내전의 살벌한 풍경 속에서
어느 갈대밭에서의 공포
수송선에 몸을 싣고
길고 긴 피난 행렬을 따라

5부 이곳으로 우리를 보내신 이유
자립적인 토착교회를 꿈꾸며
사역의 뿌리를 내릴 땅을 찾아서
자신이 쳐놓은 덫에 걸린 땅 주인
땅으로 인한 고초와 시련
모슬렘들의 공격과 협박
망고 파리로 인한 고통의 시간
끝없는 질병과의 싸움
벅찬 아이들 교육의 길
아이들 교육과 첫 안식년

6부 두제의 크레파스
또 다른 고통의 서막
마르지 않는 눈물
차디찬 절망의 끝자락에서
사랑하는 딸을 가슴에 묻고
미국 어느 신문의 추모 기사
사랑과 이별의 소회
두제의 크레파스
낯선 전시회와 하나님의 위로
그림이 주는 애환과 의미

에필로그_내가 그리는 인생, 하나님이 그리는 인생

저자

이인응
화가에서 선교사로 헌신하여, 총회세계선교회(GMS) 소속 선교사(진주성남교회 파송)로 35년간 서부 아프리카 기니비사우에서 사역해 왔으며, 그동안 현지에서 교회개척 사역과 기독학교 ‘벧엘아카데미’를 설립해 교육 사역에 매진해 왔다.
그리고 2004년 현지에서 딸을 잃은 것을 계기로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그것으로 경남문화예술회관, 진흥아트홀, 밀알미술관, 서재필기념관(미국 필라델피아), 횃불선교회관 등지에서 ‘아프리카 인물전’이란 주제로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또 제9회 언더우드 선교상을 수상했으며, 기독교 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에도 출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