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는 변화를 일으키는 기적이다!
폭력보다 잔인한 폭력
출근길에도 등굣길에도 늘 성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직장, 식당 심지어 유치원이나 가정도 안전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오히려 가장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곳에서 안전을 보장해야 할 사람들에 의해 더 심각하고 치명적인 성폭력이 일어나곤 한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해를 끼쳤음에도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만큼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성폭력에 관한 책이 여럿 있었다. 사건은 누구의 탓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고일 뿐이었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 당당히 불의에 맞서 싸울 것을 응원하는 책, 실제 피해자가 써 내려간 책, 심지어 성폭력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에 이르기까지. 《디스그레이스, 디스를 벗다》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을 위한 지침서다. 숨죽여 눈물만 흘리던 이들이 용기를 내 손을 내미는 순간,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다면 손을 잡아 주기는커녕 상처를 덧나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저 다독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의 복음에 기초한 희망의 손길을 건넬 수 있도록 이 책이 도울 것이다. 물론 그 손길은 가깝게는 자기 자신을 향할 것이다.
다시 은혜로
“운동부 선배가 자꾸 야동을 같이 보려고 해요. 처음에는 보고 싶지 않았는데 요즘은 저도 즐기는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불편해요.” “그때 하나님은 어디에 계셨나요? 저는 그날 철저히 혼자였어요.” 주변의 누군가가 이런 속사정을 털어놓는다면, 어떻게 말해 줄 것인가? 쉬쉬하며 상처를 드러내지 않는 지체에게는 그저 모르는 척할 것인가?
이 책은 ‘무엇이 성폭력인가? 성경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성폭력 경험은 피해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몸소 인간 세상에 오시어 모진 학대를 당한 예수 그리스도는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어떤 위로와 소망을 주시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준다. 죄와 상처를 마주하는 데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끔찍했던 수치와 치욕(disgrace)에서 은혜(grace)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편견 대신 성경으로 바라보기
저스틴 홀컴과 함께 이 책을 집필한 그의 아내 린지 홀컴은 교회 안팎에서 오랫동안 성폭력 상담을 해왔다. 1부에서 홀컴 부부는 학문적 바탕을 토대로 성폭력이 무엇인지,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상세하게 기술한다. 실제로 다수의 성폭력 피해자가 낯선 사람이 아니라 평소 잘 알던 주변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부부 간 성폭력이나 남성 피해자에 대해서도 편견의 시선을 거둘 필요가 있다. 성폭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마땅히 피해자가 되어야 할 이들이 아무 일도 겪지 않은 것처럼 쉽게 치부되어 고립감을 느끼고 혼란에 빠지고 만다. 성폭력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았다면 2부에서 부인, 왜곡된 자아상, 수치심, 죄책감, 분노, 절망 속에서 어떻게 은혜의 자리로 나아갈 것인지 살펴본다. 각 장에 들어가기 전에 저자가 실제 상담했던 구체적인 사례를 덧붙여 이론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책 전반에 걸쳐 복음에 기초하여 성폭력을 바라보고 있지만, 특히 3부에서 죄인에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성경을 통해 통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