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을 앞세운 비통함을 딛고 써내려간 아버지의 마음
내일이면 시작될 가족 여름휴가를 설레며 준비하던 아들 녀석이 머리가 아프단다. 가벼운 두통이려니 생각하고 두통약을 먹였는데, 점점 더 심해진다. 별일이야 있겠어 하면서 찾은 병원에서는 큰 병원에 가서 MRI를 촬영해 보는 게 좋겠단다. 그리고 다음 날, 열일곱 살 아들은 ‘뼈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영화 속 한 장면이면 좋으련만, 16년 10개월을 살다간 홍현택 군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들의 투병과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북부 보스턴 한인연합감리교회의 홍석환 목사의 이야기이다. 예수 믿으면 축복받고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만사형통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목사 가정에, 누가 봐도 멋지고 사랑스럽고 똑똑하던 아들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은 그 대상이 누구건 간에 견디기 힘든 고통. 그중에서도 자녀를 먼저 보내는 일은 결단코 겪고 싶지 않은 고통 중에 고통이다. 그가 만인을 위로하는 목사라 할지라도 그 고통과 슬픔에서 헤어 나오기란 혹독하기 이를 데 없다.
“말 좀 해 주십시오. 답답해 미치겠습니다. 주님, 뭐라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제가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저를 사랑한다는 말은 거짓입니까? 도대체 절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차라리 저를 죽여 주십시오.”
“하나님, 우리 아들 좀 살려 주세요. 이렇게 회개하오니 제발 살려 주세요! 목사 노릇도 제대로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잘못한 것 있다면 용서해 주세요.”
“주님, 아들의 병을 고칠 수 없다면 갈 때에는 통증 없이 빨리 가게 해 주세요.”
“하나님, 이제 압니다. 이제는 감사할 일만 남았다는 것을요. 이제는 받은 복을 세어 보는 일만 남았다는 것을요. 다만 바라옵기는 오늘도 잘 견딜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하늘 가는 아들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뜻밖의 절망에 하나님을 향한 원망의 말들을 쏟아내던 아버지의 기도는 아들의 병이 낫기를 구하는 간절함으로 변하였고, 마지막엔 아들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도록 기도했다. 마침내 그의 기도대로 아들은 고통 없이 하늘나라로 갔다.
홍석환 목사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말한다.
“그때 일들을 기억해 내는 것은 아물어 가던 상처를 후벼 파는 것과 같은 아픔이지만, 목사로서 아들의 죽음을 어떻게 보고 느꼈는지, 그런 경험 이후에 고통과 죽음 그리고 삶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게 되었는지를 함께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하나님을 잘 믿으면 고통과 고난이 없으리라 생각하며 살다가 미처 예기치 않은 고통에 직면하여 당황하고 혼돈에 빠진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더없이 감사한 일이지요.”
우리는 누구나 그 생을 마감하는 때가 있다는 건 알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불현듯 내 곁을 떠날 수도 있다고는 미처 생각지 못한 채 살아간다. 결코 두껍지 않은 이 책을 눈물을 훔치며 읽는 동안, 내게 주신 가장 값진 선물 ― 부모님, 배우자, 자녀, 혹은 이웃사촌 ― 을 새로운 눈으로 돌아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