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긴 성서 이야기, 화폭을 넘어선 신앙의 제문제
2010년 봄 출간된 《고흐의 하나님》에서 저자 안재경 목사는 글과 그림으로 표현된 고흐의 신앙고백을 살피며 고흐의 삶과 예술 세계에 새롭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그로부터 4년 남짓, 이번에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또 다른 거장 렘브란트(1606-1669)의 작품 가운데 성서 이야기를 주제로 한 12점의 그림들을 중심으로 삶과 신앙의 여러 문제들을 성찰해 보고자 했다.
<스데반의 순교>에서 <탕자의 귀환>에 이르는 12점의 유화와 동판화에 대해 저자는 주제 및 표현 기법상의 특징적인 면을 중심으로 렘브란트가 각각의 그림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나타내려 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 간다. 그리고 그 그림들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와 질문을 던지며 돌아보게 하는지를 아울러 제시한다.
제작 연대순으로 소개되는 이들 작품은 렘브란트의 삶과 신앙의 자취를 반영한다. 격동의 시기를 살다 간 렘브란트의 화업(畵業)의 과정은 시대상의 변천과 긴밀하게 닿아 있는바, 저자는 당대 유럽에서 최전성기를 구가했다가 쇠퇴기를 맞은 네덜란드가 역동적으로 변화해 간 과정에서 나타난 신학적 논쟁과 사회적 담론에도 주목했다. 각 꼭지 제목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작품 안팎의 이야기와 맞물린 오늘날 우리 삶과 신앙의 문제들에 저자는 균형 잡힌 시각에서 접근하며,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함께 풀어가기를 권한다. 함께 수록된 50여 장의 그림과 사진은 작품의 입체적인 이해를 도우며, 보는 즐거움과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렘브란트가 담아내려 한 ‘우리의 하나님’
저자는 네덜란드에서 목회자로 7년간 사역하면서 고흐의 ‘상처 받은 삶’에 특별히 주목했다. 고흐가 남긴 서신과 작품을 통해 그의 삶에 아로새겨진 상처와 고통의 흔적에 다가가면서 ‘고통을 나누려는 마음이 시대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길’임을 깨달았다.
그 후 언제부턴가 ‘렘브란트의 그림이 인간 영혼을 드러내는 깊이가 있음을’ 깨달은 저자는 렘브란트의 삶과 예술에 천착했으며, 작품에 깃든 하나님의 뜻, 곧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파도가 넘실대던 시기에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 복음을 형상화하는 길을 열어 주신 하나님의 뜻을 렘브란트가 어떻게 화폭에 나타내려 했는지에 특히 주목했다.
그러한 저자의 오랜 노력이 결정체처럼 빛을 발하는 곳이 이 책의 꼭지마다 맨 뒤에 렘브란트의 독백 형식으로 소개되는 글로, 각별히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되는 렘브란트의 작품들에서 놓쳐서는 안 될 점과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의 실체를 명확하게 짚어 준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의 주요 작품들을 미술사의 흐름에서 접근하고 분석하며 감상하는 가운데 통념화되다시피 한 점들에 저자는 의문을 제시하며, 새로운 시각에서 다르게 읽어 내야 할 것들로 우리를 친절하게 안내한다.
책의 구성
*1장 : 도입부. 렘브란트가 서명한 최초의 유화 〈스데반의 순교〉에 대한 해설이다. 저자는 고백하는 인생이라는 관점에서 이 작품을 보고자 했다.
*2-4장 : 레이든 시절의 작품들. 주제의식에 충실한 어린 렘브란트의 의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5-7장 : 암스테르담 초기 시절의 작품들. 교회·사회·인간에 관한 변주곡을 연주해 가는 젊은 렘브란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8-11장 : 렘브란트의 작업이 급격한 변화를 겪은 1642년부터의 작품 중 몇 점. 인문학적 감수성에 충일하여 인생과 세상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던 시기의 작품들이다.
*12장 : 보론(補論) 역할. 렘브란트의 마지막 자화상과 같은〈탕자의 귀환〉에 대한 해설이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이자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저자는 렘브란트의 삶이 ‘고백하는 인생에서 출발하여 귀환하는 인생으로 마무리되었다’는 관점을 보여 주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