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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하나님

13,500

저자  안재경

발행일 2014.1.21

상세정보 무선 / 292page / 153×224(mm) / 420g

ISBN 9788936503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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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담긴 성서 이야기, 화폭을 넘어선 신앙의 제문제
2010년 봄 출간된 《고흐의 하나님》에서 저자 안재경 목사는 글과 그림으로 표현된 고흐의 신앙고백을 살피며 고흐의 삶과 예술 세계에 새롭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그로부터 4년 남짓, 이번에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또 다른 거장 렘브란트(1606-1669)의 작품 가운데 성서 이야기를 주제로 한 12점의 그림들을 중심으로 삶과 신앙의 여러 문제들을 성찰해 보고자 했다.
<스데반의 순교>에서 <탕자의 귀환>에 이르는 12점의 유화와 동판화에 대해 저자는 주제 및 표현 기법상의 특징적인 면을 중심으로 렘브란트가 각각의 그림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나타내려 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 간다. 그리고 그 그림들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와 질문을 던지며 돌아보게 하는지를 아울러 제시한다.
제작 연대순으로 소개되는 이들 작품은 렘브란트의 삶과 신앙의 자취를 반영한다. 격동의 시기를 살다 간 렘브란트의 화업(畵業)의 과정은 시대상의 변천과 긴밀하게 닿아 있는바, 저자는 당대 유럽에서 최전성기를 구가했다가 쇠퇴기를 맞은 네덜란드가 역동적으로 변화해 간 과정에서 나타난 신학적 논쟁과 사회적 담론에도 주목했다. 각 꼭지 제목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작품 안팎의 이야기와 맞물린 오늘날 우리 삶과 신앙의 문제들에 저자는 균형 잡힌 시각에서 접근하며,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함께 풀어가기를 권한다. 함께 수록된 50여 장의 그림과 사진은 작품의 입체적인 이해를 도우며, 보는 즐거움과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렘브란트가 담아내려 한 ‘우리의 하나님’
저자는 네덜란드에서 목회자로 7년간 사역하면서 고흐의 ‘상처 받은 삶’에 특별히 주목했다. 고흐가 남긴 서신과 작품을 통해 그의 삶에 아로새겨진 상처와 고통의 흔적에 다가가면서 ‘고통을 나누려는 마음이 시대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길’임을 깨달았다.
그 후 언제부턴가 ‘렘브란트의 그림이 인간 영혼을 드러내는 깊이가 있음을’ 깨달은 저자는 렘브란트의 삶과 예술에 천착했으며, 작품에 깃든 하나님의 뜻, 곧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파도가 넘실대던 시기에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 복음을 형상화하는 길을 열어 주신 하나님의 뜻을 렘브란트가  어떻게 화폭에 나타내려 했는지에 특히 주목했다.
그러한 저자의 오랜 노력이 결정체처럼 빛을 발하는 곳이 이 책의 꼭지마다 맨 뒤에 렘브란트의 독백 형식으로 소개되는 글로, 각별히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되는 렘브란트의 작품들에서 놓쳐서는 안 될 점과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의 실체를 명확하게 짚어 준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의 주요 작품들을 미술사의 흐름에서 접근하고 분석하며 감상하는 가운데 통념화되다시피 한 점들에 저자는 의문을 제시하며, 새로운 시각에서 다르게 읽어 내야 할 것들로 우리를 친절하게 안내한다.

책의 구성
*1장 : 도입부. 렘브란트가 서명한 최초의 유화 〈스데반의 순교〉에 대한 해설이다. 저자는 고백하는 인생이라는 관점에서 이 작품을 보고자 했다.
*2-4장 : 레이든 시절의 작품들. 주제의식에 충실한 어린 렘브란트의 의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5-7장 : 암스테르담 초기 시절의 작품들. 교회·사회·인간에 관한 변주곡을 연주해 가는 젊은 렘브란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8-11장 : 렘브란트의 작업이 급격한 변화를 겪은 1642년부터의 작품 중 몇 점. 인문학적 감수성에 충일하여 인생과 세상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던 시기의 작품들이다.
*12장 : 보론(補論) 역할. 렘브란트의 마지막 자화상과 같은〈탕자의 귀환〉에 대한 해설이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이자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저자는 렘브란트의 삶이 ‘고백하는 인생에서 출발하여 귀환하는 인생으로 마무리되었다’는 관점을 보여 주려 했다.

저자

안재경
1966년 경남 밀양 출생. 고신대 신학과와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386세대라 불리던 30대를 지나 50을 바라보는 그는 과거 목사들처럼 헌신적이지도, 그렇다고 젊고 재기발랄한 목사들처럼 세련되지도 못하다. 낀 세대 목사로서 한계를 절감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세대를 소통시키려는 소박한 희망을 품고 있다.
군종목사(3, 17, 8사단)로 근무하며 젊은이들에게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길을 찾았다고 자신만만해하기도 했고, 한국 해비타트에서 총무로 일하면서 복음의 실천성과 통합성,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구제가 아닌, 한 가정 한 가정을 살리는 자조自助 운동의 가능성에 환호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화란한인교회를 만 7년간 섬길 때는 나그네 삶의 의미와 균형 잡힌 신앙생활, 상처 및 의심의 문제를 새로운 숙제로 안고 씨름했다. 이후 한국 교회의 부름을 받아 온생명교회(경기도 남양주시) 개척에 동참하여 개혁주의 신학 및 신앙을 토착화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저서로 《고흐의 하나님》(2010, 홍성사)이 있다.

차례

책을 내면서

1. 스데반의 순교, 고백하는 인생
2. 토빗의 기도, 눈먼 믿음
3. 바울과 베드로, 논쟁의 방식
4. 절규하는 유다, 배반의 지형도
5. 바다 위의 폭풍, 교회의 위기
6. 벨사살의 연회, 방탕의 사회학
7. 수난 연작, 신학적 인간학
8. 백 길더 판화, 인문학적 복음
9. 골고다, 이상화된 죽음
10. 에케 호모, 정의는 어디에서 오는가?
11. 천사들의 방문, 삼위일체 사회학
12. 탕자의 귀환, 귀환하는 인생

참고도서

책속에서

◀내가 공부를 계속 했더라면 목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신학 수업은 어쩐지 지루하게 느껴졌다. 나는 말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는 그림으로 복음과 종교개혁의 정신을 표현하는 것에 더 끌렸다. 나는 환쟁이가 되었지만 스스로는 목사, 신학자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말로 구구절절이 복음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림으로 종교개혁의 정신을 묘사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중세 로마 가톨릭이 라틴어를 읽을 수 없는 신자들의 신앙 교육을 위해 성화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성화들은 복음의 핵심을 왜곡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그림에 담아 보려는 야망을 품었다.(1장, 37쪽)

◀우리는 복음이라는 새로운 길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처음부터 제시하셨던 옛적 길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종교개혁의 기운이 퍼져 가면서 새로운 종류의 맹목에 빠져들고 있지는 않은가? 진리를 발견한 것에 안도하여 그 진리를 고착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유와 번영을 복음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이단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로마 가톨릭이 미신에 물든 토빗과 같이 눈먼 장님이었다면, 우리는 물질에 눈이 어두워진 선지자 발람과 같이 눈 뜬 장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복음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거듭 묻지 않을 수 없다.(2장, 62쪽)

◀내가 <논쟁 중인 두 노인>을 통해 보여 주려 한 것은 베드로와 바울 두 사람의 인간적인 투쟁이 아니라 율법과 복음의 관계다. 베드로가 율법을 대표하고 바울이 복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두 사도를 내세워서 나는 율법과 복음의 관계를 다시금 따져 보고 싶었다. 교회의 모든 문제는 바로 이 율법과 복음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3장, 87쪽)

◀교회는 항상 위기 가운데 있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교회에 위기가 아니던 때가 없었다. 세상에서 고립되는 것이 문제였고, 내부의 자중지란도 문제였다. 그런데 복음 자체가 주는 위기가 있다. 교회는 항상 복음으로 인한 위기를 경험해야 한다. 교회도 별 수 없이 한 순간에 세상적, 세속적이 되기 쉽다. 교회는 복음 때문에 늘 위협을 느껴야 한다. 교회가 너무 안전한 곳이 되면 안 된다. 교회만큼 안전한 곳이 없다고 느끼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주일날 예배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큼 편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5장, 127쪽)

◀렘브란트가 루벤스를 흉내 내면서도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토록 대조적으로 그린 까닭이 무엇일까? 바로 여기에 종교개혁의 정신이 녹아 있다. 개혁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박은 이들은 유대인들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이라는 생각이다. 즉, 렘브란트의 십자가는 (중략) 자신이야말로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박는 일에 앞장선 자라는 깨달음에서 나왔다.(7장, 168~169쪽)

◀렘브란트가 그리스도를 너무나 인간적인 방식으로 그린 것은 단순히 감상적인 차원이 아니라 성육신의 신비를 제대로 묵상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께서 스스로 종의 신분으로 낮아지셨는데 어떻게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릴 수 있단 말인가? 예수님을 영웅으로 그리는 것은 예수님의 육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육체성을 제거하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 육체성을 인정하기 위해 오셨다.(7장, 174쪽)

◀렘브란트는 자신이 누구보다 인문주의에 흠뻑 적셔진 존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종교개혁이 인문주의의 영향에 의해 동력을 얻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휴머니즘이 인문주의라는 말의 번역일 때, 우리는 그런 휴머니즘에 반대할 필요가 없다. (중략) 우리는 기독교적 휴머니즘을 주장해야겠다. 기독교는 반反휴머니즘이 아니라 철저하게 휴머니즘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라스무스가 〈백 길더 판화〉에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렘브란트는 교회가 르네상스 인문주의를 경원시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신학은 하나님을 말하지만 사람을 위해, 사람을 향해 하나님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8장, 198-199쪽)

◀렘브란트는 암스테르담을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조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겠다, 해상력을 장악했겠다, 이제 네덜란드는 옛날 로마 제국에 버금가는 영광을 누리고 싶어 한 것이 사실이다. 렘브란트는 한껏 마음이 부풀어 있는 네덜란드 공화국을 향해 정의와 권력이 제대로 손을 맞잡고 있지 않고는 사람을 살리기보다는 죽이는 일이 자행될 것을 경고하고 있는지 모른다.(10장, 242-243쪽)

◀나는 <탕자의 귀환>을 그리면서 우리네 인생이 하늘 아버지께로 귀환하는 인생임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 땅에 태어나 어머니 품에 안긴 어린아이가 이제는 또 다른 아기가 되어 하늘 아버지 품에 안기는 것이 인생이라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요즘은 내가 바로 그 하늘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갈 시점이 코앞에 이르렀다는 느낌이 불쑥불쑥 들곤 한다. (중략) 하늘 아버지께서 나의 이 고집스러움을 혼내지는 않으실까? 왜 그렇게 거만하고 뻣뻣하게 굴었냐고 질책하지는 않으실까? 예수님이 말씀하신 탕자의 비유가 그냥 비유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면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나의 모든 허물도 받아 주실 것으로 믿어야 하리라.(12장, 288-289쪽)

추천글

◀바로크 시대의 거장 렘브란트의 그림 속 어둠은 무의식처럼 언제나 강하고 묵직한 설득력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저자는 이러한 어둠으로부터 수많은 사연들을 빛이 쏟아지는 곳으로 길어 올렸다. 렘브란트가 차마 말하지 못하고 어둠의 저장고에 감추어 둔 이야기들…… 그것이 바로 《렘브란트의 하나님》이다. 저자는 이 작업을 통해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보았다. 그리고 렘브란트가 그랬듯이, 은총의 하나님을 독자들이 만나기를 기대한다.
(오근재/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특별초빙교수, 《인문학으로 기독교 이미지 읽기》 저자)

◀저자는 렘브란트가 신·구약의 인물과 사건들을 소재로 창작한 그림과 판화를 당시의 정치, 경제, 학문 등의 흐름에서 포괄적으로 읽어 내되, 무엇보다 당시 네덜란드 개혁파 교회와 신앙의 논의들을 중심으로 그가 자기 시대를 향하여 전하는 메시지를 맛깔나게 그려 낸다. 네덜란드 역사의 황금기에 활동한 렘브란트를 ‘오늘의 한국’에 불러내어 그와 대화하는 가운데 교회사와 사상사를 물감과 붓으로 삼아 한국 사회와 교회의 일상을 비판적으로 살피는 한편, ‘문자의 회화’로 현장의 신학을 구사함으로써 성경 말씀이 등과 빛이 되어 조망하게 한다. 읽을수록 재미있고 마음을 사로잡는, 독특하고 탁월한 작품이다. (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교수·교의학)

◀빛과 어둠으로 양분된 렘브란트의 그림들에 담긴 역사와 문화, 신학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소개하는 복음을 통해 오늘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밝게 조명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일반 독자는 물론 기독 미술인들이 큰 격려를 얻고 우리에게 허락하신 사명을 다짐해 보게 되기를 바란다.(박신호/ 총회 파송 국제예술사역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