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는 루터 입문서의 결정판!
인간 루터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균형 잡힌 루터 입문서가 나오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루터에 관한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워낙 유명한 인물이라 그와 관련된 책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루터가 종교개혁의 과업을 다 이룬 것처럼, 즉 그의 잘못이나 실수는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그를 ‘영웅’으로 묘사하는 데 치우쳐 있다. 반면 독일에서 쓰인 이 책은 16세기 전반이라는 시대적 맥락에서 서술했기 때문에 그동안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다루어졌던 루터의 모습과 달리 루터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마디로 이 책을 루터와 종교개혁에 대한 드물게 균형 잡힌 입문서라고 볼 수 있다.
시대의 맥락에서 루터를 파악한다
이 책은 95개조 반박문으로 촉발된 루터의 종교개혁을 시대적 순서에 따라 잘 정리해놓고 있지만, 루터의 생애뿐만 아니라 종교개혁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갈 수밖에 없었던 당시 유럽의 상황도 자세하게 다룬다. 이미 독일 민중 사이에 교황청의 횡포에 대한 반감이 널리 퍼져 있던 상태였고, 또한 고전과 성경의 원어 강독을 강조하는 인문주의의 발달과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 등으로 종교개혁이 싹을 틔울 수 있는 토양이 무르익어 있었음을 사료를 통해 충실하게 살펴본다. 이로써 루터를 그 시대의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메시지와 저항이 어떻게 거대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루터의 신학이 종교의 영역을 넘어 당시 유럽의 사회, 경제, 문화(교육, 음악, 서적 인쇄 등) 전반에 방대하게 끼친 영향도 서술했다.
또한 농민전쟁 당시 루터가 행한 반민중적 태도, 개혁세력의 분열에 대한 책임, 루터의 반유대주의 언사까지도 숨기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종교개혁이라는 큰 흐름에서 루터의 역할과 한계까지도 살펴보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내용을 루터의 글과 발언 등의 1차 사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기에 루터에 관해 실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본문 외에도 루터의 발언을 인용문으로 많이 달아두어 그의 사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아가 루터와 동시대인은 물론이고 20세기 및 21세기의 작가와 정치가 등에 이르기까지 시사적인 글이 다양하게, 루터에게 비판적인 글까지도 발췌되어 있다. 레싱과 헤르더, 니체와 토마스 만, 바르트와 본회퍼 등 독일의 전통시대와 현대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다양한 맥락에서 루터의 면모를 해석하는 글을 읽을 수 있어 ‘루터의 나라’ 독일 사회에서는 루터를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이미 2012년에 ≪누구나 아는 루터 아무도 모르는 루터≫라는 이름으로 나왔으나 원서의 깊이를 다 담지 못해 중세 서양사 권위자인 박흥식 교수(서울대 서양사학과)의 정확한 번역으로 다시 출간된 것이다. 초판에 담지 못했던 중요한 도판도 모두 실어 독자들에게 루터를 더 정확하게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루터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모은 박스글과 부록에 있는 용어 설명과 연표, 참고 문헌 소개 등 자료가 알차게 정리되어 있어 교과서적인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루터라는 거울에 비추어 한국 사회를 바라보자
이처럼 이 책은 영웅의 초상 대신 루터가 다양한 측면을 지녔으며 때로는 모순적이기도 한 인물임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묘사한다. 그가 일군 일생의 업적에 대한 복잡하게 얽힌 평가와 인간적인 결함까지도 낱낱이 서술해 종교개혁자 루터의 삶을 반성적으로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당시처럼 혼탁하고 진리가 땅에 떨어진 지금,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았지만 정작 성찰이 결여된 한국 교회와 사회에 종교개혁이 일어났던 시대와 개혁가 루터를 바르게 이해시킬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를 루터라는 거울에 비추어 개혁의 방향을 찾아가는 데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