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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시 전집 1

21,600

박두진
2017. 9. 15
양장 / 240 Pages
9788936512446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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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기도하는 구도자의 노래,
자연과 현실, 영원과 보편의 세계!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靑鹿派) 시인의 한 사람이며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대해 봤음직한 시들로 기억되어 있는 혜산(兮山) 박두진(1916~1998). 한국 시사(詩史)에서 ‘참시인 중의 참시인’으로 손꼽히는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와 4․19, 5․18 등 우리 근현대사의 격변의 시기를 함께해 오면서 시대의 암울한 고뇌 속에서 조국과 민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시어로 형상화했다. 그의 시는 자연을 소재로 한 것이 많지만, 그 시들에 담긴 자연의 이미지와 강한 생명력은 일상의 삶과 질서 그리고 현실 초극의 의지를 담아냈으며, 내면의 성찰을 보여 주는 신앙의 고백으로 향하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이 책은 시인 박두진 탄생 101주년을 맞아 홍성사가 출간하는 박두진 시 전집(전 12권) 가운데 첫 권으로, 《해》(1949), 《午禱(오도)》(1953), 《인간밀림》(1963)에 실린 9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들 시집이 실린《박두진 전집1―詩Ⅰ》(범조사, 1982)을 토대로, 내용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판형과 표지·내지 디자인에 담았다. 오늘날 시집의 일반적 형태인 가로쓰기와 달리 원문의 맛과 분위기를 살린 세로쓰기로 조판했으며, 원문에 표기된 한자어 가운데 일부는 한글로 표기했고, 일부는 괄호 안에 독음을 표기했다.

거친 근현대사를 누구보다 치열하고 정직하게 살아간 구도자적 시인. ‘있는 그대로의 산’이라는 호[혜산兮山]처럼, 삶과 시가 이루어간 큰 산에 담긴 그의 체취와 음성은 척박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힘과 위안이 되어 준다.

이 책에 담긴 시들

《해》에는 해방 직후의 작품과 초기의 대표작 등 3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80년대 가수 조하문이 부른 노래로도 유명한 시 <해>는 이 시집의 핵심적인 시적 실체를 이루는데, 해를 비롯하여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의 중요한 소재이자 배경을 이루는 자연물은 일제 치하의 암담한 현실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들 자연이 지닌 생명력과 자연 법칙에 대한 믿음은 현실을 넘어서며 다가올 역사의 아침에 대한 희망찬 기다림으로 이어지며, 그러한 기다림과 간절한 바람이 은유적으로 담겨 있다.

《午禱(오도)》는 대부분 대구 피난 시절에 쓴 작품들로 되어 있으며, 격변하는 역사적 추이를 투시하고 시련을 감내하려는 의지적 자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빛과 어둠, 현실과 이상, 죽음과 부활, 억압과 해방 등,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 하나로 통합되는 평화의 세계에 대한 추구와,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어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고, 내면의 성찰을 보여주는 신앙 고백도 엿볼 수 있다.

《인간밀림》은 대부분 1961-63년에 쓴 시들로, 4․19, 5․16의 체험을 토대로 당대 사람의 보편적인 정서와 가치관이 집약되어 있다. 학자들은 이 시기 박두진의 시세계가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는 것에 주목하는데, 영원하고 보편적인 가치체계에 대한 갈망을 자연물을 매개체로 하거나 상징물로 하여 노래한 점이 두드러진다.

무게 538 g
크기 233 × 148 mm

저자

박두진
[혜산(兮山) 박두진(朴斗鎭)] 
1916년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했으며, 1939년 정지용에 의해 ‘향현’, ‘묘지송’ 등이 《문장》지에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박목월, 조지훈과 더불어 ‘청록파’ 시인으로 불리는 그는 민족적 울분과 해방에의 소망을 자연과 신앙 속에서 구하는 시풍에서 출발하여, 현실에 대한 예언자적 고발과 영적 성숙을 위한 언어적 수행을 하나로 통합하는 시적 편력을 일관되게 보여 주었다. 《청록집》, 《해》, 《오도》, 《포옹무한》, 《수석열전》 등의 시집과 다수의 산문집, 《박두진 전집》(전10권), 《박두진 산문전집》 (전7권)이 있다. 31 문화상 예술상, 인촌상, 지용문학상, 외솔문학상, 동북아기독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연세대에서 정년퇴임한 후, 단국대와 추계예술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해 오다가 1998년 타계했다.

차례

발간사
自序(자서)

《해》
1. 해
해/ 墓地頌(묘지송)/ 훨훨훨 나래 떨며/ 들려 오는 노래 있어/ 해의 품으로 
2. 靑山道(청산도)
낙엽송/ 香峴(향현)/ 푸른 숲에서/ 샘이 솟아/ 靑山道(청산도)/ 숲/ 청산에/ 雪岳賦(설악부)/ 毘盧夆(비로봉)/ 道夆(도봉)/ 산아/ 햇볕살 따실 때에
3. 장미의 노래
비들기/ 하늘/ 오월에/ 나무처럼/ 흰 장미와 백합꽃을 흔들며/ 푸른 하늘 아래/ 어서 너는 오너라/ 노고지리/ 새벽 바람에/ 장미의 노래
4. 바다
바다 1/ 海愁(해수)/ 바다로/ 바다 2

《午禱(오도)》
自序(자서)
1. 碑(비)/ 午禱(오도)/ 遊星哀歌(유성애가)/ 旗(기)/ 밤의 무게
2. 아침에/ 오월의 기도/ 감람산 밤에/ 부활절 別篇(별편)
3. 너는/ 아침의 시/ 산에 살어/ 海愁(해수)/ 한 아름 海棠(해당) 꽃이/ 오 바다
4. 아버지/ 고향
5. 학/ 달과 말/ 벗에게/ 섬에서/ 바람이 불어 오오/ 흰 탑과 어둠과 아침바다 종소리와

《인간밀림》
自序(자서)
Ⅰ. 자는 얼굴 Ⅰ/ 당신의 사랑 앞에/ 팔월의 강/ 계절/ 熊(웅)/ 綠陰(녹음)/ 고독의 강/ 인간밀림
Ⅱ. 水深(수심)/ 道峯暮日(도봉모일)/ 天摩山(천마산) 미로/ 사랑이 나무로 자라/ 상한 장미/너의 눈그늘/ 갈대와 학/ 장미가 날개 속에/ 黃菊(황국)/ 천마산 躑躅(척촉)/ 너는 왜 노래를 하지 않니/ 가을 노래/ 자는 얼굴 Ⅱ/ 거울 앞에서
Ⅲ. 전설/ 꽃사슴/ 별이 별더러/ 해변의 사자/ 칼새/ 소
Ⅳ. 선언/ 新生(신생)의 노래/ 새날에/ 아, 조국/ 있어서는 안 될 날이/ 3월 1일의 하늘/ 분노가 잠간 침묵하는/ 6월 애가/ 강물은 흘러서 바다로 간다
Ⅴ. 당신의 눈에 부딪칠 때/ 너/ 출혈/ 고원/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해설/ 해와 삶의 원리/ 신동욱
박두진 연보

책속에서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맑앟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딿아, 사슴을 딿아,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딿아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딿아 칡범을 딿아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_〈해〉 전문


백 천만 만만 억 겹/ 찬란한 빛살이 어깨에 내립니다.
작고 더 나의 위에/ 압도하여 주십시오.

일히도 새도 없고,/ 나무도 꽃도 없고,/ 쨍 쨍, 永劫(영겁)을 볕만 쬐는 나 혼자의 광야에/ 온 몸을 벌거벗고/ 바위처럼 꿇어,

귀, 눈, 살, 터럭, / 온 心魂(심혼), 전 靈(영)이/ 너무도 뜨겁게 당신에게 닳습니다./ 너무도 당신은 가차히 오십니다.

눈물이 더욱 더 맑게 하여 주십시오./ 땀방울이 더욱 더 진하게 해 주십시오./ 핏방울이 더욱 더 곱게 하여 주십시오.

타오르는 목을 추겨 물을 주시고,/ 피 흘린 상처마다 만져 주시고,/ 기진한 숨을 다시/ 불어 넣어 주시는,

당신은 나의 힘./ 당신은 나의 주./ 당신은 나의 생명./ 당신의 나의 모두.……

스스로 버리랴는/ 버레같은 이,/ 나 하나 꿇은 것을 아셨습니까./ 또약볕에 氣盡(기진)한/ 나 홀로의 핏덩이를 보셨습니까. _〈오도(午禱)〉 전문


인간 밀림은/ 고독한 밀림/ 음모와 배신과 시기가 뒤엉킨/ 인간 밀림은/ 처절한 밀림/ 탐욕과 저주와 살륙이 무성한,

인간 밀림 모두의 위에/ 억수 비가 내려라./ 인간 밀림 골짝마다/ 불이나 활활 붙어라.

아,/ 그렇지만 인간 밀림은/ 그래도 우리와 나의 사랑/ 모두가 모두 무성하며/ 한 하늘 아래/ 수런대는,

인간 밀림 하늘에서/ 초록 비가 내려라./ 인간 밀림 하나 가득/ 햇살이 펑펑 쬐어라.
_〈인간밀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