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기도하는 구도자의 노래,
자연 인식을 통해 삶의 본질을 형상화하다!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靑鹿派) 시인의 한 사람이며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대해 봤음직한 시들로 기억되어 있는 혜산(兮山) 박두진(1916~1998). 한국 시사(詩史)에서 ‘참시인 중의 참시인’으로 손꼽히는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와 4․19, 5․18 등 우리 근현대사의 격변의 시기를 함께해 오면서 시대의 암울한 고뇌 속에서 조국과 민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시어로 형상화했다. 그의 시는 자연을 소재로 한 것이 많지만, 그 시들에 담긴 자연의 이미지와 강한 생명력은 일상의 삶과 질서 그리고 현실 초극의 의지를 담아냈으며, 내면의 성찰을 보여 주는 신앙의 고백으로 향하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이 책은 시인 박두진 탄생 100주년을 맞아 홍성사가 출간하는 박두진 시 전집(전 12권) 가운데 셋째 권으로, 《하얀 날개》(1967) 에 실린 47편의 시 및 《고산식물》(1973)에 실린 시 45편이 실려 있다. 이들 시집이 실린《박두진 전집 3―詩Ⅲ》(범조사, 1983)를 토대로, 내용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판형과 표지·내지 디자인에 담았다. 오늘날 시집의 일반적 형태인 가로쓰기와 달리 원문의 맛과 분위기를 살린 세로쓰기로 조판했으며, 원문에 표기된 한자어 가운데 일부는 한글로 표기했고, 일부는 괄호 안에 독음을 표기했다. 거친 근현대사를 누구보다 치열하고 정직하게 살아간 구도자적 시인. ‘있는 그대로의 산’이라는 호[혜산兮山]처럼, 삶과 시가 이루어간 큰 산에 담긴 그의 체취와 음성은 척박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힘과 위안이 되어 준다.
이 책에 담긴 시들
여느 시집에 비해 이 시집에는 소재로 다루어진 자연에 좀더 밀착해 있으면서 그 자연에 빗대어 부조화와 무질서와 모순으로 점철되는 인간 세상의 실상을 드러내고 그것을 초극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작품들이 많다.
분량이 그리 길지 않거나 정형화된 시형식을 갖춘 시들 가운데는 곡을 붙여 노래 불러도 좋을 법한 것들도 여러 편이 있는데, 단아하고 정련된 시어로 형상화된 이들 시에 담긴 자연과 인간의 이미지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맑고 청아한 기운에 젖게 하며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하얀 날개》에서 시인은, 기대하거나 희망하는 것과 심히 어긋나 있는 현실세계를 직시하며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며, 절대한 어떤 힘에 의지하여 그 부정적인 세계가 바로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노래하기도 한다. 1권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언급되기도 했던 해를 비롯한 일부 소재들은, 강인한 의지와 지속적인 정열이 시적 요소로 자리함을 느끼게 한다.
《고산식물》에서도 시인은 앞의 시집에서 보이는 모순과 대립, 질곡과 어려움을 넘어서려는 ‘상승적 지향, 곧 날아오르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자연과의 교감에서 시대의 분노를 읽어내는 한편, 풍성한 자연 인식을 통해 삶의 본질을 형상화하는 시인의 내면을 통해 우리는 이상적인 가치 질서를 꿈꾸는 ‘시인의 사명’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박두진 시 전집
홍성사에서는 박두진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60여 년에 걸친 그의 방대한 시세계를 한데 엮었습니다.
전 12권으로 간행될 박두진 시 전집은 다음과 같습니다.
1권 《해》, 《오도(午禱)》, 《인간밀림》
2권 《거미와 성좌》, 각 시집 연대 미수록 시
3권 《하얀 날개》, 《고산식물》
4권 《수석열전(水石列傳)》
5권 《속·수석열전》
6권 《포옹무한》
7권 《별과 조개》, 《사도행전》
8권 《하늘까지 닿는 소리》, 《야생대》
9권 《아, 민족》, 《기(旗)의 윤리》
10권 《수석연가》
11권 동시집 《해야 솟아라》
12권 유고 시집 《당신의 사랑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