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 소설의 개척자이며 사실상의 완성자인 목사ㆍ소설가 백도기의 정예단편.
백도기 목사는 그렇게 성공한 목사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실패한 목사라는 평이 합당할 것이다. 목사로서의 그의 주된 관심이 교회의 건물에 있지 아니하고, 수(數)의 확장을 무시한 채 인간의 고통에 집중되는 한 그는 계속 실패한 목사로 남게 될 것이다.
그에게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교회이며 그리스도께서 친히 역사하시는 성전이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의 종이 되기로 결단한 그에게 한 인간의 고통을 외면할 용기가 있을 리 없다.
어둠 속에 버려진 사람들의 고통 때문에 가슴이 저려 그는 하얗게 밤을 새우기도 하고 무력한 자신에 대해 절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이웃의 고통 때문에 열을 앓고 몸부림칠수록 그 당사자들의 고통이 치유되고 있는 이 역설은 어떻게 설명 될 수 있을까.
인간의 내적 고통에 대한 그의 집착은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고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 주며, 고통 없이는 결코 부활이 있을 수 없음을 일깨워 준다. 이런 의미에서 소설가 백도기는 누구보다 성공한 목회자이며 이 책에 실린 14편의 작품은 바로 인간에 대한 그의 목회적 관심이 빚어낸 값진 열매들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아버지야말로 바로 저자의 참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