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낫는 것도 하나님의 기적이지만, 주님이 부르실 때
그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기적이다.”-본문에서삶의 정체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지극히 경험적인 통찰!
죽음은 삶과 분리된 명백한 ‘끝’일까?
어느 날 문득 아무런 준비 없이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거나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맞닥뜨리는 날이 온다면? 삶은 결국 당황스러움과 허무감만으로 귀결될 뿐일까?
사변적인 차원에서 죽음은 친숙한 주제이다. 많은 사상가들이 죽음을 논했고, 각종 철학자들에게도 죽음은 피할 수 없는 화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일상, 그 경험적인 차원에서는 죽음만큼 낯선 주제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도 삶의 소중한 일부’라는 메시지는 신선하다. 그러나 그것이 사변적 차원의 진술일 뿐이라면 이 또한 상투적인 ‘말’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암의 통증을 고스란히 겪으면서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의 고백이라면?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 아주 절실한 모습으로 놓여 있다.
평생을 목회자로서, 또한 신학자로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살았던 고(故) 김치영 목사. 그에게 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고 이후 장례식까지 이어지는 4개월 남짓한 시간은 그와 가족들에게 무척 힘든 나날이었다. 충격과 슬픔만으로 시작되었던 시간들. 그러나 점차 이 하루하루는 깊은 의미를 찾아간다. 죽음 앞에 선 아버지는 암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아들과 대화하고 가족과 함께하며 지인들을 기쁘게 맞이한다.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들을 노트에 기록한다. 이 기록의 한 줄 한 줄은 삶과 죽음에 대한 모든 ‘관념’을 깨고 경험 속 실체가 되어 살아나는 ‘삶’을 느끼게 한다.
어둠을 통해서 빛의 정체를 좀더 뚜렷이 인식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에게 밀착해 있는 삶의 정체를 죽음을 통해 좀더 선명히 드러내 준다. 이러한 고뇌의 흔적은 장(章)을 더해갈수록 더욱 뚜렷해진다.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그리스도인의 실존을 탐구하는 아버지와 그의 죽음을 받아들여 가는 가족들의 모습은 잔잔하지만 참으로 가슴 뭉클하다.
이 원고는 원래 책 출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썼던 것으로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일지 형식의 글이었다. 그러나 지인들의 권유로 출판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 고민은 책의 출간(2002년, 대한기독교서회)으로 이어졌고 결정은 크게 두 가지 심정을 담은 것이었다. 하나는 가족의 간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해 깨닫게 된 것들을 좀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다. 정말 이 글이 사람들과 그런 마음을 공유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책이 세상에 나오고 난 후의 반응은 이 모든 염려를 충분히 날려 주었다. 많은 독자들이 호의적인 관심을 보여 주었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아파하던 사람들에게도 깊은 공감과 함께 큰 위로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2006년 성탄절을 앞두고 이 책의 개정증보판을 내게 되었다. 출판사를 옮겨 홍성사에서 출간하게 된 것은 새로운 독자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개정증보판에는 초판 때 포함되지 못했던 원고가 추가되었고 저자의 신학적 통찰이 좀더 보태졌다. 또한 각 부를 월별로 새롭게 재구성하여 하루하루 남은 날들에 대한 소중함을 더했으며, 본문에 관련된 사진을 적절히 배치하고 보강하여 내용의 이해를 도왔다.
이 책은 투병 중인 가족을 간병하고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위로와 공감을 준다. 또한 그리스도인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