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성가 ‘너는 내 아들이라’, ‘최고의 작품’ 등의 작사가이자 근육 디스트로피로 항상 죽음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한 청년이,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기쁨과 생명의 산문과 시 모음. 그의 청명한 향기와 반짝이는 총기에 도취되면서도 실은 우리의 행복을 가늠하는 상대적인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진 않은지……. 이제 다시금 그를 완전한 인격으로 바라보며 그의 비밀 노트를 꺼내 보자.
저자
이재왕
차례
아주 긴 머리말 / 죽음이란 / 산 것이 없어진다 / 기쁨 나눠 주고픈 그런 가슴 있기에
책속에서
2,000년 전이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 나를 낳으셨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았습니다. 너는 내 아들이라 말씀하시는 오늘날 내가 너를 낳았도다 간절히 부르짖으시는 주님의 사랑을 느끼며 오늘도 주님 앞에 고백합니다. 예수님 사랑해요. -본문 중에서
저자 인터뷰
지금 컴퓨터 만지고 있는 중. ―잠시만 인터뷰 하겠습니다.
○요즈음 무척 바빠 보이는데 무얼하고 사는지 궁금해요.
– 쫓기는 것 같은 긴장감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살아 있는 운동력을 누릴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최근에는 제자학교 훈련을 받으면서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고, 관계를 통해서 하나님의 마음과 제자로서의 자세들을 배우게 됐습니다. 대한생명 노래선교단에 일주일에 한 번 컴퓨터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찬양가사도 계속 쓰고 있고, 주위에 계신 많은 분들의 컴퓨터를 봐주고 있고(홍성사 컴퓨터를 일주일에 한 번 봐주고 있음-쿰) 사역집회도 계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말 바쁘시네요. 건강은 어떠신가요? 지금도 찬양가사를 많이 쓰시나요? 시인보다는 작사가로 더 알려져 있는데, 작사를 하게 된 동기와 대표작으로 알려진 노래를 소개해 주세요.
– 요즘 정말 하나님이 보호하시는 손길을 느끼며 살아요. 쉽게 말씀드리면 건강이 좋다는 얘기죠. 좀 힘들고 아픈 곳이 있긴 하지만, 제 안에 기쁨이 있어서 지금 행복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고 혹 생각나면 제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사를 쓰게된 동기는, 세상 어떤 것보다 많은 소재와 풍부한 표현으로 하나님의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내가 아는 한 가지’라는 가요가 제게 충격을 주었어요. 가사 중에 “너를 만났다는 건 외롭던 날들의 보상인걸” 하는 한 소절이 참 충격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한 여인에 대한 만남을 외롭던 날들의 보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내가 주님을 만난 건 정말 외롭던 날들의 보상이었는데, 그 다음 표현을 난 한 번도 못 해 봤다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표현을 가요의 사랑 표현으로 빼앗겼다는 사실이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찬양은 전문 작가가 없어요. 그렇지만 누군가 해야 될 일이고, 또 그 글들을 통해서 하나님이 이 땅에 원하시는 마음들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요즘은 글을 쓸 때마다 부담감이 생겨요. 가사를 쓴 찬양곡들을 많은 사람들이 부르게 될 테니,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죠. 글을 쓴 만큼 삶을 예배로 드려야겠다는 마음입니다. 대표적인 노래는 ‘너는 내 아들이라'(이은수 솔로 1집)인 것 같아요. 제 책에도 실렸던 시작품이죠.
○그 시는 저도 감명 깊게 읽었는데, 곡을 붙이니까 새로운 느낌을 주더군요. 그렇다면 두번째 책은 어떤 주제로 펴 내실 건가요?
– 지금 계속 쓰고 있는데, 처음 계획들이 글을 써 나가면서 계속 바뀌더라구요. 그리고 그 글을 통해서 제가 위로를 받은 경험이 많았어요. 책으로 엮으려면 많은 글들을 모아야 될 텐데, 이번만큼은 양으로 채워서 내지 않고 그 글 안에 삶을 담고 싶습니다. 그래서 자꾸 주저하게 됩니다. 기대해 주시고 기도해 주세요 주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써 나가면서 계속 바뀌어서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회복’에 대한 마음이 담길 거예요. 여기에 회복은 ‘하나님의 가치’의 회복이죠. 제가 건강하지 못하고 부요하지 못해도 저에 대한 가치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제가 하나님이 만드신 최고의 작품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해 실망하거나 만족하지 못해서 세상 것으로 포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가치를 깨달아, 자기가 하나님이 만드신 최고의 작품이라는 것을 자랑하는 회복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담길 것입니다.
○네-. 요즘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두 번째 책을 통해서 변화되기를 저도 기대할게요. 특별히 청소년 선교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청소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 청소년에 대한 마음은 하나님께 많이 받았습니다. 그들을 통해서 이루실 하나님의 일들이 기대가 되고, 그리고 그 시기가 하나님께 헌신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받아들이기에 좋은 때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자꾸 변해 가는 시대에 청소년들이 하나님 안에서 보호받고 젊음을 주님께 돌릴 수 있기를 바래요. 경마장의 말은 채찍이 무서워서 달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목적지에 도착해도 자유롭고 싶은 생각이나, 행복이나 이상에 대한 기대감이 없죠. 그러나 우리 청소년들이 경주마가 아니라, 목적지를 사모하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서 꿈과 희망과 기쁨을 누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우리 회원들께 남기고 싶은 말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랑으로 계속 지켜 봐 주시구요, 두 번째 책 기대하세요. 빨리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저에게도 있는데, 여러분도 함께 기대해 주세요. 앞으로의 계획은 많이 있는데, 자신있게 한마디 –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제 이야기가 들리는 모든 곳에서 삶으로 보여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글/쿰회원관리부(쿰회보 97.02-03)
편지글
“재왕 군에게”
<산 것이 없어진다>의 저자 이재왕 군이 하늘나라에 입성하였다. 지난 4월 2일 주일 새벽이었다. 문상을 다녀오며, 이런 생각을 했다.
‘잘 갔다. 그 동안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래 재왕아, 이젠 편안하니? 하나님께선 네게 지워 준 짐이 더 이상 지우기가 미안하셨던 거야. 33년 동안 남들의 80년만큼이나 무거웠잖아…….’
그의 책을 만들며, 그가 불편한 육체를 잊고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 사진도 이평수 선생님께 부탁드려 제대로 찍으려고 했다. 내용도 거르고 걸러 그의 정수만 남겼다. 하늘이 준 운명 앞에서 그는 지혜로운 청년임을 기록했다.
그는 근육병 환우이다. 사람들이 오는 것이 즐거워 늘 스스로 ‘모닥불’이 되려고 애썼다. 자기는 움직이지 못하지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오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컴퓨터에 매달렸다. 컴퓨터의 유행이 막 시작할 무렵 그에겐 항상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찾아온 이들은 더 좋은 모닥불을 쬐러 가 버렸다.
이번에 그가 모닥불을 찾으러 다녔다. 너무 추워서. 찾으러 다니면 다닐수록 애가 탓다. 저 마음대로 다닐 수 없으니.
‘재왕아, 미안해. 전화 길게 못 받아 주고, 한 번 가 봐야 하는데 전화로만 끝내고, 너 장가가고 싶다고 할 때 매몰찬 소리 한 것, 미안해. 더 미안한 건 내가 능력이 모자라 너를 많이 홍보해 주지 못한 것, 정말 미안해. 너도 동자 스님처럼, <오체불만족>의 일본 청년처럼 세상을 향해 크게 외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는데. 난, 아마도 이 일로 책 만드는 고통을 한짐이나 더 받은 것 같아. 하지만 미안해하지 않을게. 넌 지금도 시시때때로 나의 기억 공간에서 이야기할 수 있고, 지금 신랑 예수와 만났잖아. 게다가 난 동자 스님도 일본 청년도 잘 몰라. 하지만 너는 잘 알거든. 그들은 남이지만 넌 남이 아니거든. 맞지? 재왕아, 우리 이 다음에 만나더라도 잘못한 건 들추어 내지 말자. 난 여전히 잘못하지만 나의 잘못 탓만 하고 있을 수가 없어. 누군가의 책을 만들어야 하는 수고가 아직 남아 있단 말이야.’
이재왕 군의 장례 예배는 4월 3일에 있었다.
-글/정애주(대표이사, 쿰회보 2000.05)
그를 기억하며
온몸의 근육이 점차 힘을 잃고 사라져 가는 근육 디스트로피로 네 살때부터 고생하던 사람.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제 힘으로 일어서지 못했던 사람. 그래서 밥먹고 씻는 것까지 우리의 손길을 찾았던 사람. 우리가 사랑하던 이재왕 씨가 지난 4월 2일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길게 잡아 스무 살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의사들의 진단이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그에게 맡기신 일이 많았나 봅니다. 그는 《산 것이 없어진다》 등의 책을 썼고, <너는 내 아들이라>, <최고의 작품> 등의 가스펠을 작사했으며, 얼마 전까지도 전국을 다니며 간증을 통해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자로 헌신하였습니다. 올해 그의 나이 서른셋. 우리 생각에는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하나님께서 당신 품에 안긴 재왕 씨를 보고 얼마나 흐뭇해 하실까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