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으로서의 눈물의 삶을 떠나보내며,
소록도여, 안녕!
《소록도여, 안녕》은 2007년 현재 예순한 살의 나이로, 열악한 환경과 무관심 속에 방치된 중국 한센병 환자들의 구호사역과 복음사역에 헌신하고 있는 이명남 선교사가 자신의 삶을 기록한 수기집이다.
자신의 삶에 역사하신 하나님을 말하는 책들은 언제나 크리스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데, 이 책이 지금까지 출간된 책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종국에 좋은 것으로 보답하는 하나님’보다는 ‘끊임없는 인간의 절망 속에서 역사하는 연단의 하나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 치열하게 살았던 한 순수한 한센인의 인생 여정
저자 이명남 선교사는 1947년 충남 금산에서 태어나 한창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야 할 열세 살 나이에 한센병에 걸리고 만다. 지금이야 한센병은 피부병에 지나지 않고 발병 이후에도 완치가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천형(天刑)과도 같은 전염병이었기에 그는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홀로 산속 움막에서 지내야 했고 스스로 움막에 불을 질러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그 뒤 소록도 병원에서 병이 완치된 후 다시 사회로 돌아왔지만, 병균이 몸속에 잠복해 있다는 의미의 ‘음성인’(陰性人)이라는 꼬리표가 늘 그를 따라다녔다. 사회는 아직도 완치된 한센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건강한 아내와 결혼했음에도 한센병력이 자녀들의 학교생활에 피해를 주진 않을까 두려워해야 했고, 자녀들이 학교 공부를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는 늘 거주지와 아버지의 직업을 어린 자녀들에게 입단속 시키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완치된 한센인들을 위해 정부가 마련해 준 정착촌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사회로 나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그의 노력 뒤에는 늘 하나님이 계셨다.
⊙ 우리와 다른지 않은 그들, 한센인에 대해서
이명남 선교사는 이 책의 곳곳에서 2007년 현재 국내 한센인들의 실태와 일반인들이 한센인에게 가져야 할 시각, 그리고 한센인 2세의 결혼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과거 수도권의 정착촌에서 거주하던 한센인들은 정착촌 밖으로 나가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이루었고, 정착촌이 있던 곳은 공장 지대로 바뀌거나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 된 곳이 많다. 하지만 지방에는 아직도 수십 여 개의 정착촌이 존재하며,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경제적 소득원이 거의 되지 않는 축산업(돼지, 닭 등)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또 한센병은 전혀 가족력이 없는 병임에도 자신의 부모가 과거 한센병 환자였다는 것이 밝혀지면 결혼이 좌절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정부가 정착촌의 지역적인 구분을 없애고 한센인들의 살 길을 마련해 주어 일반인들과의 차별점을 없애야 함을 조용히 역설한다.
⊙ 인생, 절망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
《소록도여, 안녕》에서 경험하는 이명남 선교사의 삶은 쉽게 낙망하는 크리스천들에게 ‘당신들이 지금 삶에서 맛보는 것은 참된 절망이 아님’을 전한다. 그것은 더 절망스러운 그의 삶을 보면서 ‘아직은 나의 삶이 그 정도는 아니구나’라는 감정에서 오는 단편적인 위로에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로 하여금 삶을 향한 희망과 열정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절망 속에서 역사하신다는 피할 수 없는 진리를 만나게 해 준다. 이명남 선교사가 고난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났듯 우리의 삶도 고통 속에서 역사하시는 긍정의 하나님의 기록인 것이다. 이것이 《소록도여, 안녕》이 외치는 인생 최고의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