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테이프의 편지》 2탄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사고의 전환과 반전의 묘미가 있는 글
《스크루테이프, 축배를 제안하다》는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글이다. 우리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기에 타인과의 관계가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악마의 입장에서 서 본다는 생각은 그 자체가 거부하고 싶고 두려운 일일 것이다. 루이스는 이 일을 감행하여 《스크루테이프의 편지》(1941년)를 썼다. 후속편을 써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악마의 마음으로 비트는 작업에 질식할 지경이 되어서 쓰지 않다가 18년이 지난 뒤, 악마가 사람들의 어떤 태도를 기뻐할지 ‘악마의 연설’ 형태로 써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증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요청이나 권고를 종종 받곤 했지만, 수년 동안은 그럴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이 책만큼 쉽게 쓴 책도 없지만, 이 책만큼 즐기지 못하면서 쓴 책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쓸 때 느꼈던 질식의 기억이 점차 희미해지면서, 이런저런 문제들을 다시 스크루테이프의 시각을 통해 다루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처럼 편지 형식으로는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 대신 강의나 ‘연설’ 같은 형태로 글을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떠올랐다가 잊혀지고 또 떠올랐다가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은 채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Saturday Evening Post)의 청탁을 받고 마침내 펜을 들게 된 것이다.
1960년 5월 18일,
케임브리지에서
C. S. 루이스
※《스크루테이프, 축배를 제안하다》의 종이책은 《세상의 마지막 밤》(홍성사) 65-89쪽에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