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직 목사 10주기, 다시 돌아보는 ‘아름다운 빈손’
한국 교회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한경직 목사가 타계한 지 어언 10주기를 맞는다.
청빈과 겸손한 삶을 실천함으로써 누구나 본받아야 할 목회자상을 제시하며 시대의 사표(師表)가 된 그는 한 세기 가까운 삶을 통해 한국 교회사는 물론 한국의 현대사에 굵고 큰 획을 남겼다.
1992년 종교 분야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템플턴 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그는 20세기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목회자라는 평을 들었으며, 소천한 후 지금까지도 한국 교회의 큰 어른이요 섬기는 자, 낮은 자의 모습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봉사한 인격과 덕망이 회자되며, 온유와 겸손, 경건과 사랑의 모범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인 고훈 목사가 한경직 목사를 추모하며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아무것도 없으신 가난한 목자, 아무것도 없으면서 모든 것 다 가지신 사랑의 목자”라고 했거니와, ‘가지지 않았으면서도 평생 아낌없이 사랑을 나누려 했던’ 그의 ‘아름다운 빈손’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은 오늘날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모든 이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홍성사에서는 한경직 목사와 관련하여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전기적 사실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자는 취지에서 그런 사실들을 귀한 사진 자료들과 함께 한 자리에 엮어 2000년 5월 《아름다운 빈손 한경직》을 낸 바 있다.
그의 명성에 비해 그의 삶이나 행적에 대해서는 잘 모르던 당시 한국의 기독교인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그의 참모습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좋은 안내서로 널리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쇄를 거듭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은 한경직 목사의 일생에 관한 비평적 해석과 사상의 추적, 한국 교회에 끼친 영향 들을 다룰 본격적인 평전의 기초자료로서도 큰 의의가 있다.
읽고, 보며, 듣는 한경직 목사의 체취
출간 당시 이 책에는 그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50여 장의 의미 있는 사진들을 수록하여, 사진만 훑어보는 것으로도 한경직 목사의 삶과 신앙의 자취를 짚어볼 수 있게 했다.
또한 부록으로 실린 설교문 “기독교는 무엇인가?”는 한경직 목사가 1956년에 기독교방송국에서 방송한 것이었다. 인간에게 왜 종교가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부터 인류 최대의 뉴스, 하나님의 존재와 인간의 갈망, 우주의 질서,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지로 이어지는 간결한 설명 속에 기독교 변증에 대한 한경직 목사의 명쾌한 소개가 담겨 있다. 당시 영락교회 선교부에서 이 내용을 소책자로 엮어 440만부를 발행한 바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하여 복음을 영접하고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번에 내는 증보판에는 한경직 목사의 유품 사진들을 한 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한편, 1960년대에 행한 그의 설교 두 편을 추가했다. 또한 이들 설교는 그의 생생한 육성으로 들을 수 있게 CD로 제작하여 책 말미에 수록했다.
이번 증보판에 추가하는 그의 유품 사진들은 한경직 목사의 소박한 일상의 체취가 묻어 있는 것들로, 교역자로서 그의 일관된 의지와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생생한 육성으로 듣는 설교
한편, 육성으로 들을 수 있는 두 편의 설교 가운데 “여호와의 아름다움”(시 27:1-14)은 진리와 선의 신이신 하나님의 또 다른 본질인 ‘아름다움’을 묵상하며, 하나님이 지으신 우주 삼라만상에 깃든 아름다움은 물론 하나님의 성품의 아름다움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하여 크리스천들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서 여호와의 아름다움을 우리 사회에 나타낼 수 있는 아름다운 아버지의 자녀들이 될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다른 한 편의 설교인 “예수를 바라보자”(히 12:1-13)는 “자신을 바라보지 말고, 남과 주변 환경을 바라보지 말고 오직 우리 주님을 바라보자”는 간결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통해, 죄와 유혹이 횡행하는 삶 가운데서 부딪히는 온갖 시련과 환난, 핍박과 질곡에서 좌절하고 낙심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자녀로서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게 일깨운다.
오늘날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설교집이 있고, 그 설교를 들을 수 있는 매체도 무수히 많다. 웬만한 설교는 동영상과 함께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다.
그런 설교에 익숙한 우리에게 한경직 목사의 육성 설교는 분명히 뭔가 다르게 다가온다. 그것은 북한 억양인 그 특유의 말투와 때로 투박하게 들리기도 하는 그의 직설적인 화법 때문만은 아니다. 외람된 비유지만, 그의 설교는 양념을 거의 치지 않은, 재료의 맛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음식과도 같다. 카랑카랑하고, 소박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육성으로 전해 오는 그의 메시지는 수십 년을 지난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큰 깨우침을 주며 빛을 발한다.
※초판 발행일 : 2000년 5월 20일, 초판 면수: 20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