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기 당연한 기제. 뭐이 이상스럽노?”
–역사로 말하고, 행동으로 말하는 안동교회 이야기
2015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참 좋은 교회’ 선정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물려주고, 한 교회 안에서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가 따로 예배를 드리며, 장로가 목사를 쫓아내거나 목사가 장로를 법정에 고소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은 것이 한국 교회의 현실 가운데 110년간 한결같이 다른 길로 벗어나지 않고 살아온 안동교회가 있다. 유교의 본고장인 안동 한복판에 세워져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나며 독립운동과 민족복음화 그리고 이웃사랑을 지속해 온 안동교회는 담임목회자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통해 상원로목사와 원로목사 그리고 담임목사가 한 교회를 섬기기도 한 곳이다. (‘상원로목사’는 고 김광현 목사와 고 김기수 목사를 구분하기 위해 안동교회 내부에서 사용한 호칭이다. 김광현 목사는 상원로목사, 김기수 목사는 원로목사로 불리었다.)
일제강점기에 기독청년면려회를 만들어 한국 기독교 청년운동을 주도했으며, 유치원과 중고등학교를 세워 교육의 틀을 마련하고, 경로대학을 통해 어르신들을 모시는 데 모범을 보이는 안동교회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분열 없이 말씀을 중심에 두고 순종하며 살아왔다. 1909년 설립되어 100년이 넘은 역사, 원로목사 두 분을 모셨던 교회, 단 한 번의 분열도 없던 교회, 어린이 도서 33,000권을 소장한 도서관, 성경 천독 대행진, 성경 필사 전통, 4대째 장로 배출 집안, 몸에 밴 순종하는 태도 등등 보기 드문 전통을 가진 안동교회는 지난 10년 사이 원로목사 두 분이 돌아가셨고, 새 건물이 세워지면서 겉모습도 여러 모로 변했다. 타 종교와 대화, 교류를 통해 지역 사회 안정에 이바지하려는 노력이 안동종교타운 조성으로 결실을 맺기도 했다. 초판 출간 이후 12년간 있었던 변화와 성숙을 새로운 판형에 담아 출간하는 《안동교회 이야기》에는 110년 역사의 어느 교회 이야기를 넘어 한국 교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희망까지 담겨 있다.
유교 문화를 넘어선 포용, 그리스도교적 사랑
안동은 조선 성리학의 태두 퇴계 이황과 그의 제자 류성룡이 태어난 곳으로, 유교적 문화가 가장 강하게 뿌리를 내린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며,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유학적 전통의 영향으로 안동교회 교인들은 예배에 빠지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고, 부득이 예배에 빠지는 경우 그 이유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게다가 늘 성경을 읽고 쓰면서 말씀을 중심에 둔 문화가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다. 이러한 전통과 정신이 자칫 과거에 얽매이도록 발목을 잡을 수도 있었지만 안동교회는 전통마저 넘어 더 큰 배포와 사랑을 보여 주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진보적 청년 모임이었던 ‘장청(대한예수교 청년회 전국연합회)대회’를 위해 선뜻 숙식을 제공한 것이 대표적이며, 합동 교단과의 화해는 물론 북녘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도 이념의 틀을 넘어 하나가 되기 위해 손을 내밀기도 했다. 1994년 제79회 총회에서 여성 안수 헌의안이 통과된 배경에도 안동교회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모든 일에 순종적이며, 지극한 마음으로 임하는 선비 문화가 복음을 만나면서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라면 전통과 맞지 않더라도 순종하는 아름다운 태도를 만듦을 안동교회 110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