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신앙일반 국내부문 최우수 도서” 수상!
조선 말(末), 그들의 약방집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믿음, 민족혼, 인간애의 세 줄기 빛! 묵묵히 빛의 길을 걸어 온, 배씨일가의 실증적 가족사
《약방집 예배당》은 1801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200여 년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 가계의 흥망성쇠를 담은 실화소설이다. 신유박해를 피해 가족과 도피하는 조선시대 충주 관찰사 배수우를 시작으로, 역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다 목숨을 잃은 배광국과 한국 교회 초기 신앙의 박해를 헤치고 합성학교와 지금의 김해교회를 세운 배성두, 그리고 일제에 저항하며 3·1운동의 주동자로 투쟁하다 투옥돼 목숨을 잃은 배동석에 이르기까지 배씨집안 사람들의 일대기를 다루었다. 배씨집안의 후손인 배기호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6대에 걸친 가계의 역사적 자료를 면밀히 수집해 왔으며, 그 자료들이 재미소설가 박경숙 작가를 만나 소설로 재탄생해 세상에 나왔다.
1. 역사적·가족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실화소설
험난한 근대사를 헤쳐 나온 한 가계의 가족사를 다룬 생존기록. 배씨일가의 가족사를 거울삼아 시대적 상황 속에서 융기하고 침식된 우리 역사의 진면목을 드러냄으로써 소설적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 요컨대 배씨일가의 가족사는 한국 초대교회의 성장과 박해의 기록이고,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실상의 핍진하고 처절한 증언이며, 앞으로 재조명되어야 할 미주 이민사의 시발점을 보여 주는 셈이다.
2. 한국적 사도행전의 실천
《약방집 예배당》의 등장인물들은 고향을 떠나 세상 문물 가운데서 신앙과 인간애의 행동 규범을 단련한다. 배성두가 충주와 한양을 떠돌다 세상 너머를 인식하는 삶의 표본이 될 인물들을 만나거나, 배동석이 공부하러 대구와 한양으로 가 믿음을 실천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점 등이 그러하다. 다른 한편 사울이 바울로 이름을 바꾸듯 배영업에서 배성두로, 한금에서 한나로, 배만복에서 배동석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이는 하나님 안에서 다시 태어나 헌신할 것을 서약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이와 같이 배씨집안 사람들은 일생을 신앙의 권능에 붙들려 순응하며 끈기 있는 믿음의 사람들로 살아갔다.
3. 인간애의 진정성이 토해 내는 재미와 감동
험난한 시대사, 사고와 역병으로 스러지는 가족사를 현장에서 목도한 배씨일가 가족의 눈빛이 오래된 삶의 지혜를 담아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듯 삶의 혜안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루는 중심축은 신분의 차별이나 재물의 유무를 넘어선 인간 사랑, 즉 인본주의 정신을 잘 보여 준다. 속도감 있는 문체와 생동하는 입담에 담긴 휴머니즘적 서사는 읽는 이에게 재미와 감동 모두를 안겨 준다.
과거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가 있을 수 없으며, 민족 공동체의 존립에 헌신한 선열을 존중하지 않는 세대는 올곧게 발전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약방집예배당》은 단순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적 기록이요 민족적 책무를 말하는 진품 교과서이다.
【배씨일가 소개】
배씨일가의 후손 배기호 선생의 선조 배수우는 1801년 당시 충주 관찰사였다. 그는 천주학 박해를 피해 아들과 도피하던 중 그만 목숨을 잃게 되고, 살아남은 아들 배광국은 의술을 익혀 김해 고을에서 한의사로 일했다. 아버지의 의술을 이어받은 배성두는 선교사 알렌을 통해 예수를 영접한 후, 김해교회와 합성학교를 세웠다. 그의 후손들 역시 믿음의 자손답게 의로운 삶을 살았는데, 특히 배성두의 맏아들 배동석은 기미만세운동에 앞장섰다가 투옥되어, 갖은 고초 끝에 건강을 잃고 장렬한 죽음을 맞았다. 그런 배동석은 1980년 8월 15일에 독립운동의 노고가 인정되어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2004년에 독립유공자로 추대받아 그 유해가 고향 선산에서 대전국립묘지로 이장되었다. 배동석 열사의 죽음 후 홀로 남은 아내 김복남 여사는 온갖 고생을 하며 대위, 유위 두 아들을 키워냈다. 차남 배유위 씨의 장남인 배기호 선생은 1971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약국을 경영하며 한인 지역사회의 시민권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한인교회 장로로 있는 그는 두 아들 성민, 성진 형제를 낳아 신장내과 의사와 약사로 키웠다. 한의사였던 배성두 장로와 세브란스 의전을 다녔던 배동석 열사의 자손인 이들이 모두 의학과 약학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