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삶은 살아 있는 기도였습니다!”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 때 조용히 불러 보는 이름, 어.머.니.
산부인과 의사로 장래가 촉망되는 재원(才媛)이었지만 한 남자를 사랑하여 기꺼이 따라나선 남편의 귀국길. 하지만 남편의 나라 한국 땅에서는 그녀를 의사로 인정하지 않았다. 단지 ‘짱꼴라’일 뿐. 세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도 엄마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자녀들이 놀림을 당할까 봐 학교 한 번 가보지 못하고, 집에서는 중국어로 대화도 못 했다. 전쟁과 피난 생활, 남편의 일탈, 이방인의 삶, 딸의 죽음……. 필설로는 다할 수 없는 고난의 세월을 오직 믿음으로 딛고 일어선 한 여인네의 삶에서 우리 어머니의 기도를 발견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
김진섭(백석대 부총장), 서명숙(제주올레 이사장), 오정현(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유전명(중화기독교 한성교회 담임목사) 추천!!
1. 파란의 한,중,일 역사 속에서 딸, 아내, 어머니로 산다는 것은?
이 책의 주인공 고(故) 이상운 전도사(李祥云, 리시앙윈)는 1917년 중국 산둥에서 태어나 산둥의학원을 졸업하고 산부인과 의사가 된다. 내과 의사인 남편을 만나 함께 베이징에 병원을 개원하여 꿈을 이루어 가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짓는 일본의 패망 소식을 듣는다. 온 국민이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던 날, 그녀는 기쁨을 맘껏 누릴 수 없었다. 일본인 남편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이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고백하고는, 고향에 다녀오고 싶다며 동행을 제안한다. 길어야 서너 달이라고 생각한 남편의 귀향길은 그녀가 근 40년을 조국 중국을 마음에 그리며 살아가는 시발점이 된다. 미․소 양국의 책략에 따라 삼팔선이 그어지고, 6․25가 발발하고, 냉전 체제가 계속되면서 전혀 의도하지 않은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
아들 없는 집안의 셋째 딸로 태어나 열 아들 못지않은 딸이 되겠다는 각오로 공부해 의사가 되었지만, 중국 의사 면허증을 인정해 주지 않아 그토록 갈망했던 의사 직을 내려놓고 한 남자의 아내로, 세 아이의 엄마로, 이국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한국의 현실이 원하는 건 오직 ‘인내’와 ‘헌신’뿐. 한 여자의 삶이 어쩌면 이리도 다난(多難)할 수 있을까?
숱한 모욕과 편견, 질시, 기회의 박탈을 겪으면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고 도리어 소망을 품고 살 수 있었던 그 근원에는 그녀가 믿어 온 하나님, 그분이 계셨다. 그녀의 삶은 곧 살아 있는 기도였다.
2. 떠난 뒤에야 생각나는 이름 어.머.니.
어머니 이상운 전도사가 88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후 그의 장남 옥인영(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장로는, 미식축구 MVP 선수 하인즈 워드가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와서 한국인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어머니의 나라를 위한 계획을 밝히는 인터뷰를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약 60년을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도, 어머니의 나라 중국에 관심을 갖지 못한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어머니가 떠난 뒤에야 비로소 어머니의 헌신과 인내의 세월을 가슴으로 알고, 어머니의 모국어로 속 깊은 이야기 한 마디 나누지 못한 자신을 후회한다. 이제 중국어를 익혀 대화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어머니는 곁에 안 계신다. 어머니가 남긴 몇 편의 간증을 읽노라면 어머니 살아생전 그분을 더 깊이 이해하지 못한 회한만이 남는다.
3. 어머니를 마음으로 이해하는 작가를 만나다
떠나간 어머니의 삶을 글로 풀어내고 싶어 기도하던 중에 옥인영 장로는 홍성사의 문을 두드리고, 어머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작가 이유진을 만나게 된다. 1937년생인 작가는 주인공과 동시대를 살며 8․15해방과 6.25전쟁, 한․중 수교 전후를 경험하였다. 특히 주인공이 한국에 건너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낸 군산에서 고교 시절을 보낸 기억은 이 작품을 좀더 사실적으로 그려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는 하늘의 섭리가 아니고서는 이룰 수 없는 만남이었다. 처음엔 유족들의 회고담 정도로 생각했지만, 글을 써 가면서 한․중․일 역사 속에서 한 여인이 딸, 아내, 어머니, 이방인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들여다보게 되었고, 2년 동안 이 글을 쓰는 데 몰두했다. 작가는 고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군산과 부산, 수원, 중국의 베이징, 지난, 허쩌는 물론 미국 LA까지 찾아다니며 이 작품을 완성했다.
4. 다문화 가정과 중국 선교의 실상을 엿보다
요즘은 외국인과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이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다문화 가정’이라 일컫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돕는다. 하지만 주인공이 한국에 와서 자녀들을 양육하던 시대는 다문화 가정 아이를 ‘튀기’, ‘깜둥이’, ‘짱꼴라’라고 부르며 무시하고 차별하던 시대였다. 엄마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상처 받을까 봐 대리 엄마를 학교에 보내야 했던 그 시절의 아픔을 읽노라면, 우리 사회가 저질러 온 또 하나의 우(愚)를 발견하게 된다.
아울러 주인공이 신앙인으로서 중국의 복음화를 위해 뿌려 놓은 믿음의 씨앗들이 자라 열매 맺는 과정은, 민들레꽃이 밟히면서도 피어나는 것같이 인간의 삶이 고난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남을 다시 한 번 목도케 한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하나님)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라는 성경 속 욥의 고백이 바로 그녀의 인생 고백이었던 것이다.
작은 실수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지 못하고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 시대에 그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이겨낸 인고의 세월을 돌아보며 용서와 화해를 다짐케 되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소중한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