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감각으로 읽는 선지자 엘리사 이야기
구약의 수수께끼 같은 선지자 엘리사의 삶과 고민을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의 감각으로 추리하여 풀어 가는 장편소설. 종교를 다루었지만 일방적인 기독교 예찬이 아니라 신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신에게 반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엘리사는 젊어서부터 대선지자가 되고자 힘써 공부하며 여호와의 부름을 기다린다. 그러나 엘리야라는 인물이 대선지자로 지명되었음을 듣고 실망과 질투에 사로잡힌다. 엘리사는, 자기를 제치고 신의 부름을 받은 엘리야와 겨루기 위해 순례의 길을 떠나는데, 막상 엘리야를 만나 보니 그는 전혀 강인한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겁쟁이에 가까웠다. 이런 엘리야를 보면서 엘리사는 나약한 그를 대선지자로 택한 하나님에 대해서도 회의를 품게 된다. 겁쟁이 엘리야는 구차한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광야로 도망을 가는데 이러한 모습은 바로 우리 인간의 나약함을 상징한다. 절대자와의 관계가 없으면 한없이 초라하고 나약해지는 게 인간이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인생 광야’를 경험하게 되는데 신앙은 인생 광야를 통과하는 힘이 된다. 또한 인생 광야에서의 고난을 통해 강인해지는 것이 우리 인간이기도 하다. 광야에서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 다시 영성을 회복한 엘리야는 많은 기적을 행하고 엘리사를 후계자로 임명한 후 하늘로 오른다. 죽음의 고통을 맛보지 않고 하늘에 오르는 엘리야를 붙잡고 마지막 소원을 말하면서까지 엘리사는 스승 엘리야에 대한 시기심으로 말미암아 슬픔에 빠진 인류의 구원보다는 스승보다 두 배나 많은 영감을 구한다. 엘리사의 소원이 이뤄지긴 하지만 이것이 바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라는 게 인간에 대한 작가의 진단이다. 그래서 엘리사는 스승 엘리야보다 갑절의 능력이 있음에도 끝내 죽음을 맛볼 수밖에 없는 범인(凡人)인 것이다. 스승 엘리야가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스승이여, 당신이 가진 영감(靈感)의 갑절을 내게 주소서.” 하지만 그때 ‘눈물’이라고 대답했어야 옳았나? 꼭 그래야 했을까? – 프롤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