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문화진흥회 선정 “좋은 어린이 책”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시기 열세 살,
성장통과 함께 찾아 온 6.25전쟁
《열세 살 그해 겨울》의 주인공, 전라도 만경의 시골 소녀 봉은이는 초등학교를 일 년 일찍 들어가서 열세 살이지만 벌써 중학생이다. 늘 생각 많고, 때로는 시니컬한 봉은이는 얼굴도 잘 모르는 사진으로 본 친엄마를 그리워하며 자신은 계모 밑에서 자란 불행한 소녀라고 생각한다. 아빠도 새엄마도 동생들도 아무도 봉은이를 미워하지 않지만 어린 동생들로 인해 늘 뒷전으로 밀려나기만 하는 자신을 외톨이라고 생각해, 학교와 집에서 티격태격 싸움을 일삼으며 외롭고도 고단한 사춘기를 겪는다.
그런 봉은이가 작은집이 있는 서울로 유학을 오게 되고 자녀가 없어 봉은이를 친딸처럼 예뻐해 주는 작은아빠, 작은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동네 싸움대장에서 상냥하고 생각 많은 평범한 중학교 1학년생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 세상이 어지럽던 1950년, 6.25가 발발하고, 봉은이는 작은집과 급작스럽게 이별해 잘 알지 못하는 고향 언니 가족과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전라도 만경까지 피란길을 떠나게 되는데…….
《열세 살 그해 겨울》은 점점 역사의식을 잃어 가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한국전쟁을 알리고, 당시 가슴 아픈 일을 겪었던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사연을 열세 살 봉은이의 눈을 통해 대신 전하는 초등 고학년을 위한 창작동화이다. 조숙하고 예민한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동화작가 김혜리의 탄탄한 글과 아비규환과 같은 피란 상황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명랑한 캐릭터로 풀어낸 그림 작가 이육남의 그림은 때로 보는 이의 가슴을 시리게도, ‘풋’ 하고 미소 짓게도 만든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열세 살 봉은이를 바로 앞에서 만나는 것 같다. 봉은이는 아이로서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무한정 받고 싶었지만, 교회 일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큰누나로서 집안 살림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 서울로 올라와 작은집의 수양딸로 즐겁게 지냈던 기간도 잠시, 갑작스럽게 인민군 의용군으로 끌려간 작은아빠와 헤어지고, 더 이상 작은집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고향 언니의 집에 무작정 맡겨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봉은이는 험난한 피란길에서 그 언니의 딸을 등에 업고 보따리를 진 채로,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언니를 끝까지 보호하고자 했다. 자신의 출생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되고 전쟁을 겪으면서 지독한 성장통을 앓는 열세 살 봉은이는 어느덧 어른보다 더 강하고 넓은 마음을 지닌 아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학원과 집을 오가며 학업과 미래에 대한 준비로 바쁜 지금의 아이들에게 작가 김혜리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단 하나다. 호되게 사춘기 성장통을 겪는 봉은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그 무엇보다 먼저 역사를 제대로 알고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바람이 무색하지 않게 많은 초등학생 친구들이 혹독한 열세 살의 겨울을 겪는 봉은이를 가슴 깊이 받아들이며 자신의 내면을 감성의 바다, 따스함의 바다로 이끌어 가는 2007년 겨울이 되기를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