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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에 닿은 언어

17,100

저자 김유미
발행일 2016.8.26
상세정보 무선 / 444page / 178×240(mm) / 820g
ISBN 9788936503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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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농인과 청인으로 나뉩니다”
이 땅의 농인과 한국수어 이야기
 
낯설고도 가까운 농인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16년 2월 3일, 전국 30만 농인들의 언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공포되었다. 그리고 8월 4일 한국수화언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이 시행되었다. 청각장애인이라 불리는 이 땅의 농인들. 그들의 정체성이 장애인이 아닌 언어적 소수자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한국수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몰이해는 그 언어 공동체에 폭력이 되어 왔다. <영혼에 닿은 언어>는 이러한 농인의 삶과 농사회의 고민을 드러내고 그들을 향한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음으로,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내일로 한 걸음 내딛게 한다.
농사회에 입문한 지 30년 가까이 되었으며 현재 한국농문화연구원을 운영하고 MBC문화방송 수화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문득 그간의 농사회가 기대만큼 나아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집필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후 농문화라는 낯선 세계를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또한 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수어통역에 관한 내용도 충실히 담아 냈다. 이 책은 농정체성, 농문화, 한국수어와 같이 낯설고도 어려운 주제를 저자의 경험과 예화를 토대로 쉽고 정확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그동안 드라마나 대중매체를 통해 왜곡되거나 잘못 미화된 농인과 농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전달해 주고 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농인들이 처한 현실, 그들의 소리 없는 외침
그 전달은 용어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이 책에서 ‘일반인’, ‘비장애인’이란 단어는 ‘청인’으로, ‘청각장애인’, ‘청각장애우’는 ‘농인’으로, ‘수화’는 ‘수어’로 표기된다. ‘청인’이란 ‘듣는 사람/들을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농사회에서는 ‘비장애인’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청인’이란 명칭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은 ‘청각의 결함이나 이상으로 인해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판별이 어려운 사람’이란 의미로 현재 가장 보편화된 용어지만, 이는 의료・병리학적 관점에서 나온 호칭으로, 농사회 당사자들은 자신들을 이렇게 부르는 대신 ‘농인’이라 칭한다. 이 호칭은 ‘언어적 소수자이자 문화적 존재’로서의 자기 이해를 담고 있다. ‘한국수어’는 농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합의되고 사용되는 언어로서, 우리가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매우 역동적이면서 섬세하게 변화하는 얼굴, 손의 움직임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한국수어일 가능성이 크다.
책 내용을 장별로 살펴보면, 제1장 ‘영화 <도가니>’에서는 저자가 <도가니>의 수어 지도와 연출을 맡아 일하면서 촬영 현장에서 겪은 뒷이야기, 보이지 않은 원동력이 된 농인들에 관한 에피소드, 영화에 대한 농사회의 반응 등을 소개한다. 제2장 ‘당신 가까이, 그리고 낯선…’에서는 농인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오해, 농인에게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다룬다. 제3장 ‘한국수어로의 초대’에서는 음성언어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 왜곡되고 침해당하며 고유의 특질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수어의 현실과, 한국수어를 보존‧전승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제4장 ‘청인의 세상에서 농인으로 살기’에서는 농인들이 겪는 고통이 듣지 못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언어가 세상에 소통되지 않는다는 데 있음을 짚어 주고, 마지막 제5장 ‘미디어와 농인’에서는 미디어에 투영된 농인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농인을 위한 시선이 담긴 미디어 세상을 꿈꾼다. 
본문 중간 중간에 나오는 ‘알아두기’, ‘생각’, ‘생각하기’에서는 ‘농인들은 모두 소리가 안 들리나?’ ‘에바다-(성경에 나온) 소통의 이야기’ 등 흥미로운 내용을 다루면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숨을 고르고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우리와 같으면서도 다른 농인, 우리의 이웃입니다
저자는 다른 무엇보다 농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언어권이 보장된 자아실현의 기회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런 농인들의 열망을 담은 농사회의 그간의 노력과, 농인들의 정보접근권을 담보하는 수어통역에 대한 조언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농인들이 절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소리로부터의 소외’가 아니라 ‘정보로부터의 소외’에 있다. 그러나 ‘단지 언어가 다른 사람들일 뿐’이라는 관점을 배제한 그들에 대한 이해는 농인들을 열등한 존재로 몰아간다. 따라서 우리가 태도를 바꿔 언어・문화적 관점에서 농인들을 바라본다면, 그들의 삶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공와우 수술과 관련해서도 그것이 최고의 선택이거나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많은 농인들이 소리의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한국수어를 통해 표현되는 자신들의 역사와 내력과 문화를 놓아버리겠다는 뜻은 아닌 까닭이다. 인공와우는 기본적으로 소리의 세계를 최고의 가치로 설정하고 유일의 가치로 규정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묻는다. “넌 농아라서 안 돼”라는 수어를 보고 자랐을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격려해 준 이가 지금껏 과연 얼마나 될까. 저자는 그 아이들에게 날개를 펴도 된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어서,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오늘도 현장을 지킨다. “수어는 내게 영원토록 빛바래지 않는 언어다. 화자의 감정, 화자의 내면을 넘어, 화자의 영혼마저 느끼게 하는 언어, 그것이 수어다”라고 고백하며 독자들을 농인과 수어의 세계로 살갑게 초대한다. 국내서 가운데 농사회에 관한 입문서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 속에서 이 책은 농사회에 관심 있어 하는 모든 독자들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줌은 물론, 농인과 청인을 하나로 엮어 주는 아교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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