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았으나 이미 시작된 통일
“우리는 기적처럼 만났습니다!”
… 분단 70년 …
반세기 만에 평생소원 이룬 ‘북녘의 나오미’ 감동 실화!
이별, 언제 들어도 가슴 저린 단어다. 어제까지만 해도 얼굴 마주하며 미소 짓던 누군가를 당분간 또는 영영히 볼 수 없다는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손 내밀 수 있고 만날 수 있던 지척의 사람이 이제는 곁에 없다는 사실이 더 없는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여기, 한평생 수많은 이별을 겪은 여인이 있다. 해방 이후 남으로 피신 간 남편과의 이별, 6․25 전쟁 중에 목숨을 잃은 부모님과의 이별, 숙청 바람에 휩쓸려 투옥된 10년간 아들들과의 생이별, 약혼녀 가족을 따라 정치범 수용소로 간 둘째아들과의 이별. 반세기 동안 숱한 이별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그녀, 곧 세상과 이별하게 될 연약한 노구를 이끌고 압록강을 건너기로 결심하는데… 한 생애 저물녘, 일평생 품어 온 ‘오래된 소원’을 이루고자 강을 건넌 한 여인의 굴곡진 인생 스토리가 펼쳐진다.
1. 이 소설은 실화를 토대로 재구성한 간증소설입니다.
2. 독자의 편의를 위해 생소한 북한 단어는 남한 표준어로 넣고 북한 어투와 어감만을 살렸습니다.
3. 이 책 내용은 제주 극동방송 특별기획 다큐드라마 <강을 건너온 북녘의 나오미>로 제작·방송되어 ‘한국기독언론대상’(이사장 손봉호) 해외부문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내래, 사연이 좀 복잡합네다
“그녀의 인생은 성경의 룻기에 나오는 나오미의 박절한 인생과 같았다.“(13면)
정현숙, 84세. 그녀는 수많은 고난 속에 믿음의 꽃을 피운 성경 인물 ‘나오미’처럼 기구한 운명을 온몸으로 겪어 내면서도 신앙의 지조를 지키며 평생을 살아온 믿음의 여인이다. 할머니 손 붙잡고 교회당에 나가 풍금 반주자를 꿈꾸었던 어린 소녀 적부터 여든 넘어 고령이 되기까지 그녀는 크고 작은 소원을 늘 하나님께 아뢰어 기도 응답의 기쁨을 맛보곤 했다. 총명하고 재능이 많았던 그녀는 빈궁한 가정 형편에도 음악 선생님의 은혜를 입어 학교에 다니게 되고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으며, 일본 유학까지 떠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유학생활을 접고 조국에 돌아와 이화여전에서 피아노를 수학하며 독일 유학을 준비하던 중에 그녀에게 뜻밖의 시련이 찾아든다.
그녀는 기울어 가는 가세를 일으키려 원치 않는 강제 혼인을 한 뒤,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날갯짓 한 번 하지 못한 채 시들어 가야만 했다. 공산 세력을 피해 남으로 떠난 남편과의 이별이 영원한 헤어짐이 될 줄은 몰랐던 그녀, 홀로 전쟁을 겪고 자녀를 키우면서도 실낱같은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탁월한 연주 실력으로 평양교향악단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활약하는 등 한때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으나, 잠시 잠깐의 행복 뒤에는 언제나 혹독한 고난이 뒤따랐다. 어린 아들들과 생이별해야만 했던 10년간의 투옥 생활, 출소 이후의 탄광 생활 중에도 그녀는 매 순간 하나님께 탄원의 기도를 올리며 캄캄한 골짜기의 길을 헤쳐 나갔다. 그런 그녀가 일평생 품어 온 오래된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그 소원은 그녀 혼자만의 소원이 아니었다. 한반도의 허리를 긋고 지나간 휴전선에 의해 사랑하는 이들과 뼈아픈 이별을 해야만 했던 한민족 모두의 한 서린 소원이었던 것이다. 북녘의 나오미, 그녀의 오래된 소원은 마침내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으로 놀랍게 성취된다.
‘남은 자들’Remnants의 소원입네다
“우리처럼 이 땅에 남은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이곳에 남아 통일의 때를 위해 준비하라는 뜻으로 알고
지금까지 신앙을 지켜오고 있습네다.“(48면)
공산화 이후 신앙의 불모지가 된 황폐한 북한에도 신앙의 양심을 지키며 숨 죽여 예배하고 기도하는 ‘남은 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신앙과 믿음은 말로 다할 수 없는 탄압에 의해 가차 없이 잘려 나갔으나, 뿌리만큼은 뽑히지 않고 온전히 살아 있었다. 애통한 마음으로 부르짖는 그들의 탄원 기도는 끊이지 않고 대를 이어 계속되었다. 이제 살아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들은 자신의 신앙을 후대에게 물려주어 불원간 찾아올 통일의 날을 준비해 가고 있다. 그렇게 생존해 있는 ‘남은 자들’이 있고, 통일의 날 기다리며 교회 재건을 꿈꾸는 이들이 있기에 여전히 희망 있음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 주인공 나오미 할머니 역시 북녘에 은밀히 존재하는 신앙의 그루터기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목숨 걸고 사수해 온 신앙을 하나뿐인 아들에게 유산으로 남겨 주고자 무모한 결단을 감행한다. 남한에서 믿음의 새 가정을 일군 남편의 후손들을 아들과 상봉시켜 주어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보여 주고자 했던 것이다. 여든 넘은 고령의 나이에 ‘정치범’ 전과를 가진 그녀가 정식으로 여권을 받아 중국까지 나오기란 불가능한 일인 데다, 남편의 후손들을 찾을 수 있다는 보장조차 없었지만 그녀는 평생 그래 왔던 것처럼 오직 기도에 매달려 불가능한 일들을 하나씩 이루어 나간다. 기적처럼 상봉한 삼대.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아님에도 ‘하나님’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모여 진정 ‘하나’가 된 그들은 신의주 땅 내다보이는 중국 단동의 압록강가에서 감격의 상봉을 이루어 함께 하나님을 예배한다. 그들의 만남을 오래전부터 준비하시고 경이로운 방법으로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생생히 읽어 나가는 동안 아직 오지 않았으나 이미 시작된 통일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