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내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1호, 하늘꿈학교
‘서울 송파구 가락동 196-16번지.’주소만으로 찾아가다 보면 학교인지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학교 하면 으레 번듯한 건물과 뛰어 놀 운동장을 생각하지만, 이 학교에는 번듯한 건물도 운동장도 없다. 허름한 상가 건물 2층, 낡은 계단을 올라가야 비로소 책상과 책들이 널려 있는 교실들이 보인다. 안을 들여다보면 여느 학교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최신 유행하는 스키니 진을 입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과 씨름하며 수업하는 선생님들, 왁자지껄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웃음소리…… 비로소 학교에 왔구나 싶다.
그런데 교실 앞에 붙어 있는 ‘초등반’, ‘중등반’, ‘고등반’, ‘대입반’…… 그렇다. 여기는 학년별로 공부하는 일반 학교가 아니라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이다.‘왜 남한 청소년들과 함께 공부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은 탈북 아이들을 이해할 때야 풀린다. 일반 학교에서 남한 학생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남북한의 교육과정은 매우 다르다. 학력차도 심하다. 또한 아이들 대부분이 탈북하고 제3국에서 지내다 오기 때문에 학업 단절로 인해 남한의 학습 진도를 따라가기 버거워한다. 이런 어려움으로 탈북 학생들은 대안학교를 선택하는데, 이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하늘꿈학교 말고도 서울에만 다섯 군데가 더 있다. 그중 하늘꿈학교는 국내 최초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1호이다.
2. 하늘꿈학교 아이들, 희망을 쏘다
여러 대안학교 중 왜 하늘꿈학교가 탈북 아이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을까? 그 의문은 하늘꿈 아이들을 만나면서 풀어진다.
어느 날 이 책의 저자인 박경희 작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온다. 어언 10년이 되어가는 하늘꿈학교에 대해 그리고 이곳 탈북 청소년들의 눈물과 회복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를 써달라는 학교의 청이었다. 저자는 고민 끝에 아이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기 위해 글쓰기 교사를 자청한다. 그렇게 저자는 3년 동안 하늘꿈학교의 글쓰기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만나 왔다.
배고픔에 집을 나와 꽃제비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아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감시의 눈을 피해 강을 넘어온 아이, 목숨 걸고 중국으로 넘어갔지만 공안의 감시에 숨죽여 살아야 했던 아이, 그리고 힘들게 남한에 왔지만 이곳에서의 삶도 결코 녹록치 않아 자살을 시도했던 아이, 북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남한에서도 마음 편히 잠들지 못하는 아이, 누구 하나 고생스런 삶을 거치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그런 고난과 아픔에 매여 울고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의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학업뿐 아니라 신앙과 인성을 함양하는 하늘꿈학교의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몸과 마음을 살찌우고 더 큰 미래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복음이 차단된 채 살아온 이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변화시킨 걸까?
3. 처녀엄마 ․ 총각아빠 선생님
하늘꿈학교 선생님은 두 이름으로 불린다. 낮에는 선생님, 그리고 밤에는‘엄마’,‘아빠’…… 저자는 한 명 한 명 시련과 아픔이 있음에도 점점 내면이 단단해지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 아이들의 뒤에 남모르게 헌신하는 하늘꿈 선생님들의 눈물과 기도가 있음을 깨닫는다.
하늘꿈학교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24시간 일상을 공유한다. 하늘꿈학교만의‘그룹홈’때문이다. 그룹홈은 일종의 가정으로,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선생님과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가르치고 집에서는 아이들을 돌보며 엄마 아빠가 되는 1인 2역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렇게 전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학생들과 선생님은 끈끈한 신뢰관계가 형성된다.
그래서였다. 탈북 아이들이 이 땅에서 꿈을 품고 내일을 향해 열심히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더 나아가 남북의 화해자를 꿈꿀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선생님들 덕분이었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들을 자식처럼 품고 늘 기도하며 함께 아파해 주고 도전을 주는 선생님들 말이다. 선생님들은 이렇게 하나님의 마음으로 탈북 아이들의 상처를 하나하나 동여매주고 싸매주고 계셨다.
4. 하늘꿈 품고 이 땅에 서다
이 책에는 하늘꿈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감동과 눈물의 사연으로 가득하다. 왠지 멀게만 느껴졌지만 우리와 같은 꿈을 꾸는 탈북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이들이 남한 사회의 소외 계층이 아니라‘남북 화해를 위해 하나님이 보내신 통일의 열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탈북 아이들의 소원은 한결같다. 바로 통일이다. 북에 두고 온 가족의 생사가 궁금하고, 옛 고향이 그립고, 아직도 굶주리는 북한 이웃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으로 인해 아파하는 하나님을 알기 때문이다. 통일은 멀리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보고 싶어 하고, 고난에 처한 사람을 긍휼히 여기는 아이들의 절실한 마음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하늘꿈학교는 꿈을 꾼다. 이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당당히 대한민국에 자리잡고, 다가오는 통일 시대에 각 영역의 리더로서 남북한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게 하는 꿈 말이다. 우리도 꿈을 꾼다. 어느덧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되어 있는 2,500여 명의 탈북자들. 이들이 더 이상 남이 아니라 함께 통일의 꿈을 꾸고 무너진 북한 교회를 세우는 데 한데 힘을 모으는 꿈 말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나와는 상관없는 노래가 아니라 진정한 내 기도가 되는 꿈, 이 책은 우리에게 진정 우리의 꿈이 무언지 조용히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