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충분한’
인생의 오후 에세이
결혼. 그곳은 완전히 새롭고 거칠고 낯선 땅이었다. 서툴고 버겁기만 한 일들이 그곳에 있었다. 외로운 광야였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자양분이 되어 나와 타인을 연결 짓는 법을 배웠고, 공감하게 했으며, 사랑으로 맺어지는 행복과 슬픔을 경험하게 했다. 성숙의 길이었다. 아픔을 가진 아이들에게 가기 위해 신학을 공부해 ‘못할 말 없는 친구’가 되어 그들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였고, 독립신문을 발행하여 읽고 쓰며 글에 대한 소명을 이어 갔다. 이 책은 고통조차도 놓칠 뻔했던 행복이었다 말하게 된 지금, 다가올 일들을 기다리며 기록한 인생의 오후 에세이다.
“남은 반원을 그린다”
저자는 인생을 원에 비유한다. 처음 반원을 그리는 동안에는 반대편 반원이 없었고 그래서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남은 반원을 그릴 땐, 이미 그려 놓았던 반원을 보면서 그리게 된다. 이미 그린 반원을 앞에 놓고 보면 그동안 걸어온 길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그동안의 삶이 달리 보이기도 한다. 멈춰 선 7년은 미리 그려 놓은 길을 바라보느라 멈춰 선 시간이었다. 고통스러운 시간, 멈춰 서서 새로운 관점으로 삶을 바라보게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그리기 시작한 남은 반원은 그야말로 작고 소소하고 소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