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분열과 일치, 갈등과 협력의 발자취
당위와 현실의 괴리 속 한국 교회
그리스도인은 물론 비그리스도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에큐메니칼’. ‘사람이 사는 온 세상’을 뜻하는 헬라어 ‘오이쿠메네oikoumene’에서 온 이 말은 ‘하나님의 집에 사는 모든 식구들’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일치화’라는 기독교인의 궁극적인 과제와도 맞물려 오늘날엔 그 의미의 층차와 간극 그리고 양상에서 가톨릭 및 타 종교와 연관된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성서에 근거한 신학적 진리를 중심축으로 전개되는 일치운동은 기독교의 참모습으로 돌아가 본래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성서 번역, 찬송가 편찬 및 그 밖의 여러 전도 등을 통해 교파를 초월하여 연합하고 협동해 왔지만, 다양한 교파적 배경이 그대로 고수되어 왔을 뿐 아니라 ‘교리나 신조 문제로 분열만을 일삼는 교회’라는 비판을 받아오기까지 했다.
영원한 ‘Y맨’이 엮어 낸 한국 교회 연합운동 70여 년
이 책은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6·25전란에 이르는 시기에 전개된 기독교 연합운동의 양상을 담아냈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범국민적으로 고조되어 간 민족정신과 저항정신 속에서 기독교 연합운동이 토착적이고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띠어 간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암흑기로 일컬어지는 이 시기에 기독교인들은 세계 교회와의 유대관계를 이어 가면서 교회를 살리고 토착화하기 위해 힘썼으며, 보수-진보의 갈등이 불거지는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농촌선교와 각종 사업을 통해 활발한 사회 참여의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6·25전란의 참변을 딛고 각 교파는 단일교회를 향한 염원 속에 재건 운동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한국 교회의 이러한 민낯을 가감 없이 담아낸 이 책은 ‘한국 교회 연합운동의 새 역사의 첫 장’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저자 전택부 선생은 서울 YMCA에서 총무 등 여러 중책을 맡아 온 ‘Y맨’으로, 오랫동안 에큐메니칼 운동의 기수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전택부 선집〉제4권 《한국 기독교청년회 운동사》를 저술한 그는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의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역사’에 유념하면서 70여 년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의 자취를 엮었다.
본문에 수록된 다양한 통계자료는 일제강점기 한국 교회의 변천 과정을 소상히 보여 준다. 책 후반부에는 ‘부록’과 ‘별첨’에 많은 자료들을 수록했는데, 한국 교회의 연합협의체가 생겨가는 과정에서 있었던 각종 규칙과 헌법 및 헌장 그리고 1951년부터 1978년에 이르는 총회 회의록 등을 통해 당시 한국 교회의 흐름을 선도해간 이들이 함께 논의하고 심의하고 결의한 것들을 소상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