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금속공예가 김기안이 갤러리숍 ‘제3공간’에서 경험한 봄날의 소풍처럼 설레는 삶의 추억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추억 속에 자리하는 건 언제나 ‘사람’이다. 첫사랑 그녀도, 학창 시절 그 친구도, 여행지에서의 그이도……. 외국인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인사동에서 ‘제3공간’이라는 갤러리숍을 열어 세상과 소통하며 작품 활동을 해온 금속공예가 김기안의 추억에도 언제나 ‘사람’이 자리한다.
김기안은 30여 년간 동판을 부식해 색을 칠하고, 동판과 동선을 용접해 오브제를 만든 뒤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색을 입히는 작업을 해왔다. 그림을 그리니 화가라고도 하지만, 금속공예가임을 고집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금속, 특히 동에 색칠하는 것을 “충동적으로” 즐기기 때문이다.
“잘된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 부식이 일어나요. 원래의 색과는 다른 아주 신비스럽고 고풍스러운 진녹색으로 변하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싫증나지 않고, 빛바래지 않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게 동판 작업의 매력이에요.”
현대적인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고즈넉한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는 인사동 길목에서 15년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맞으며 ‘제3공간’의 주인장으로 살아온 그녀. 제3공간은 일상을 뒤로하고 잠깐 쉬어가는 곳, 작지만 소중한 한 조각의 정을 나눌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작품을 만나고, 반달눈 주인장을 만나고, 인연을 만나고, 추억을 만났다.
《제3공간의 인사동 추억》은 작가 김기안이 ‘제3공간’에서 경험한 에피소드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주 가까운 이웃에서부터 단 한 번 만난 외국인 관광객까지 작품을 통해 이어진 사람들과의 인연을 읽노라면, 우리 삶에 자리한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그 옛날 나의 선생님, 친구들, 버스 안 그 사람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