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영에 조지 맥도널드보다 더 가까이 다가간 작가,
더 지속적으로 그 곁에 머문 작가를 나는 알지 못한다” _C.S. 루이스
C. S. 루이스 마니아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작가,
조지 맥도널드의 기독교 사상과 가르침
C. S. 루이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작가, 조지 맥도널드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사상가로 평가받는 C. S. 루이스는 자신이 쓴 모든 글은 조지 맥도널드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그를 자신의 스승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조지 맥도널드(1824~1905)는 오늘날 ‘판타지의 아버지’로 불리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 《브라운 신부》의 G. K. 체스터튼, 《반지의 제왕》의 J. R. R. 톨킨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소설, 동화, 시집, 설교집, 문학비평서 등 그가 쓴 책은 50여 권에 이른다. 이 책들은 사실주의 소설이 유행하던 빅토리아 시대의 한복판에서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엄격한 문화가 지배하고 사회적 차별이 만연하던 세상에 위로와 희망을 전했다.
긴 머리말을 통해 루이스는 맥도널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애정을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맥도널드는 모든 관계 중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가장 중심이 되는 종교를 가르칠 사람으로 비범하게 준비된 사람”이라며, “이 선집을 편집하면서 빚처럼 여겨지던 합당한 의무를 다했다”고 밝혔다.
직설적으로 표현된 조지 맥도널드의 기독교 사상, 국내 최초 소개
조지 맥도널드의 몇몇 동화 곧 《공주와 고블린》, 《공주와 커디》, 《북풍의 등에서》, 《황금 열쇠》, 《가벼운 공주》는 국내에 번역되었지만, 그의 기독교 사상이 직설적으로 드러난 글은 아직 소개된 바 없었다. 머리말에서 루이스는 이상의 동화들에 대해 “위대한 작품이자 그 자체로 대단히 훌륭하기에 따로 발췌할 것이 거의 없다”고 격찬하며 “거기서 분리해 낼 수 있는 장점들을 발견한다면 우연일 뿐”이라 전했다. 대신 루이스는 맥도널드의 글 가운데 특별히 기독교적 가르침이 담긴 내용을 선별해 엮었다. 맥도널드의 설교 모음집이자 루이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인 《전하지 않은 설교》에서 주로 발췌되었으며, 그 밖에 《조용한 이웃의 연대기》, 《해안 교구》, 《윌프레드 컴버미드》, 《내 것은 내 것》, 《판타스테스》, 《릴리스》, 《공주와 커디》 등에서 그의 기독교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구절들이 소개되어 있다.
조지 맥도널드와 C. S. 루이스
2000년 1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첫 책으로 하여 홍성사에서 펴낸 ‘정본 C.S. 루이스 클래식’ 시리즈가 어느덧 10년을 넘었고, 그간 한국에서도 루이스 마니아들이 생겨났다. 이후 홍성사는 ‘리본 잉클링즈’라는 시리즈 이름으로, 루이스의 철학과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책, 루이스가 즐겨 읽은 책, 루이스가 독자들에게 추천해 준 책을 내고 있다. 《조지 맥도널드 선집》은 2009년 출간된 《루이스의 서재》에 이은, 리본 잉클링즈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루이스의 서재》를 루이스의 영적 성장 과정을 보고자 펼친 지도라 한다면, 《조지 맥도널드 선집》은 그 지도를 따르는 첫 번째 내디딤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들로 볼 때 루이스는 맥도널드에 비해 기독교적 메시지를 이성적으로 풀어놓은 데 반해, 맥도널드는 동화와 비유를 즐겨 사용해 그것을 숨겨 전한다. 그래서인지 맥도널드의 글에는 알 수 없는 신비감이 흐른다. 남성적 문체를 견지하는 이 스승과 제자 사이는 그들의 인생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두 사람 모두 어렸을 적에 어머니를 여의었고, 나중에는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루이스는 거의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고 자녀도 없었으나, 맥도널드는 열한 명의 자녀를 낳아 길렀다. 이러한 삶을 배경 삼을 때 그들의 글은 더 큰 감동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굽힐 줄 모르는 사랑이 파도가 되어
맥도널드는 평소 결핵을 앓았고, 말 그대로 굶어 죽을 뻔한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의 평정과 유쾌함을 늘 잃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아닌 ‘거룩한 현재’에 안식한 결과였다. 그리고 평생토록 가난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환대를 베풀었다. 책에는 이처럼 행복한 가정 생활과 깊은 신앙심에서 우러나온 맥도널드의 ‘굽힐 줄 모르는 사랑’이 후렴구처럼 흐르고 있다. 간결하고 묵직하며 예리함을 갖춘 표현들에는 지혜가 넘치고 거룩함이라 부를 만한 광채가 어려 있다.
그간 맥도널드를 궁금히 여긴 독자들에게 이 책은 청량음료처럼 갈증을 해소해 주며, 루이스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맥도널드의 사상이 루이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어떻게 루이스에 의해 변주되었는지 확인하는 즐거움이 더할 것이다. 그 과정을 곰곰이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커다란 배움의 장이 됨은 물론이다. 우리는 루이스가 이성의 불을 밝혀 맥도널드에게서 황금을 캐내는 명철을 발견할 수 있고, 맥도널드의 응축된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풍요롭고 입체적인 책 읽기는 우리를 신앙적으로 수단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리본 잉클링즈Reborn Inklings’ 시리즈
암시라는 뜻의 ‘잉클링즈’는 루이스, 톨킨, 찰스 윌리엄스 등 20세기 옥스퍼드의 지성들이 친목을 다지던 모임이다. 루이스의 친구들과 그가 따른 영적 스승들은 그리스도교의 거대한 몸통 내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사조를 형성할 만큼 공통된 신념을 공유했다. 이 시리즈는 루이스가 자신의 철학과 삶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 책, 그가 즐겨 읽은 책, 그가 독자들에게 추천한 책을 선별하여 모은 것이다. 앞으로 조지 맥도널드의 《전하지 않은 설교Unspoken Sermons》, G. K. 체스터튼의 《영원한 사람The Everlasting Man》이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I 리본 잉클링즈 I
《루이스의 서재》 _C. S. 루이스를 만든 작가와 글
제임스 스튜어트 벨․앤서니 파머 도슨 엮음 / 강주헌 옮김 / 50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