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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도란 무엇인가

9,000

정용섭
2011.11.2
무선 / 248 pages
9788936508852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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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기도 영성에서 찾는 한국 교회의 희망!

1. 지금 이 시대를 위한 주기도 강의
이 책은 마태복음 6장 9-13절(주기도문)을 그것이 이 시대에 주는 의미 중심으로 통찰한 인문학적 강의록이다. 이 시대를 자기에게 집중하는 시대, 기도를 도구화하는 시대로 진단하는 저자는 주기도를 공부함으로써 시대정신을 넘어 신앙의 중심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그중의 하나가 기도의 본질을 바르게 배우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기도 인플레이션이라 해도 좋을 만큼 기도에 매달리는 한국 교회가 신앙과 삶에서 바람직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기도의 본질을 모르거나 오해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가 아닌 ‘우리’가 드리는 형제애적 기도로서 주기도를 통찰하고 있다.

이 책은 강의용으로 먼저 집필되었고, ‘하오체’로 일관하고 있다. “일반 대중에게는 거북”스러울 수 있으나 “처음 글을 쓸 때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놓으려는 생각에서” 문투를 고치지 않았다. 부록으로 실린 ‘교회력에 따른 공동 기도문’은 저자가 직접 쓴 것으로, 대림절 첫째 주일부터 창조절 열두째 주일까지 52주 기도문에 성탄절을 포함하여 모두 53편이다. 사사로운 내용이 아닌 하나님의 구원 통치, 계시, 영광을 높이는 공동 기도의 좋은 예로 활용할 수 있다.

2. 하나님을 위한 간구, 인간을 위한 간구
1장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서 저자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약 30쪽에 걸쳐 집중적으로 서술한다. ‘우리’, ‘아버지’, ‘하늘’이라는 단어를 통찰하면서, “빈자리를 채워 달라”는 기도에 담긴 개교회 이기주의, 안식년·희년 제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경제 영역에서의 형제 관계 회복, 하나님 나라의 공적 영역 회복 등의 담론을 제시한다. 이후의 장은 크게 ‘하나님을 위한 간구(2, 3, 4장)’와 ‘인간을 위한 간구(5, 6, 7, 8장)’, 그리고 영광송으로 나뉜다. 2장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고’에서는 성서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과 경건 생활에 길들여지는 것을 구분한다. 이름 붙일 수 없는 하나님 앞에 서는 경험 없이 영접의 뜨거움, 감정의 고조 등에만 매달리는 한국 교회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지 질문하고 있다. 3, 4장 ‘당신의 나라가 임하시고’와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이다’에서는 교회 자체를 위해 짜인 교회 구조, 내 가족과 내 교회, 내 사업이 잘되기를 비는 기도에 담긴 세속성이 비판 대상이 된다. 역사 허무주의(하늘, 초월에만 집중)와 역사 낙관주의(땅, 내재에만 집중)를 넘어 ‘이미’와 ‘아직’의 긴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을 위한 간구인 5, 6, 7, 8장은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고’,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로 이루어져 있다. 일용할 양식이 절실하지 않은 세대, 가난한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시대정신, 오병이어와 성만찬의 현대적 의미 등이 다루어지고(5장), 생명의 근원을 외면하고 자기에게 집중하는 죄의 본질, 눈물·콧물을 다 쏟는 카타르시스적인 회개를 넘어 죄지은 자를 사하여 주는 용서의 장(場)으로 들어갈 것 등이 제안된다(6장). 생존의 공포를 심어 주는 신자유주의를 섬기는, 종말론적 신앙이 결여된 교회의 문제에 이어(7장),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에 왜 악이 존재하는지 신정론(神正論)의 관점에서 답변이 이어진다(8장). 마지막 영광송에서는 ‘나라’와 ‘권세’와 ‘영광’의 성서적 의미를 회복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크기 150 × 215 mm

저자

정용섭
1953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신학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 대학교를 거쳐, 1993년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판넨베르크의 계시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풍제일성결교회(1986~1997), 영천성결교회(1998~2000) 담임목사, 계명대학교, 대구대학교, 협성대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영남신학대학교에 출강하면서 대구성서아카데미(http://dabia.net) 원장, 샘터교회 담임목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말씀신학과 역사신학》, 《믿음으로 본 세상》, 《세상 인간 하나님》, 《세계 구원 교회 구원》, 《기독교를 말한다》, 《땅과 하늘》, 《사람 사랑 삶》, 《법과 자유》, 《속 빈 설교 꽉찬 설교》, 《설교와 선동 사이에서》, 《설교의 절망과 희망》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땅은 하나님의 것이다》, 《에큐메니칼 교회사 3》, 《사도신경 해설》, 《신학과 철학》, 《여기 계신 하나님》, 《조직신학 1》(공역)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6

하나님은 누구신가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9 
첫 번째 간구 –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고 41
두 번째 간구 – 당신의 나라가 임하시고 63
세 번째 간구 –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이다 89 
네 번째 간구 –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111
다섯 번째 간구 –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고 131 
여섯 번째 간구 –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 147
일곱 번째 간구 – 악에서 구하소서 165 
여덟 번째 간구 –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173

교회력에 따른 공동 기도문 193

책속에서

그런데 ‘주기도’는 일반적인 기도가 아니라 특별한 기도요. 개인이 아니라 공동의 기도요. 주기도는 모든 기도의 전범이오. 우리말 주기도는 이렇게 시작하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영어(our Father in heaven)와 독일어(unser Vater im Himmel) 어순을 따르면 “우리 아버지, 하늘에 계신”이오. ‘우리’로 시작하오. 주기도는 우리가 공동으로 드리는 기도라는 뜻이오. 그대는 개인적으로 기도를 드리는 경우라 하더라도 주기도에서 멀리 나가지 마시오. 개인적으로 특별한 기도의 내용이 있다 하더라도 곧 주기도로 돌아오시오. 그 모든 개인적인 기도의 내용도 주기도에 근거해야 하기 때문이오. 개인의 세속적인, 또는 종교적인 욕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기도의 오류를 주기도를 통해서 벗어날 수 있소. 이렇게 말해야겠소. 주기도는 모든 기도의 시금석이라고 말이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라는 것이오. ― 11~12쪽,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주기도의 구체적인 첫 간구는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요. 고대인들에게 이름은 특별한 의미가 있소이다. 그 사람의 전체 인격과 권위를 담보하는 것이오. 여기서 ‘당신의 이름’은 바로 하나님의 권위를 가리키오. 그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는다는 말은 그 권위가 그대로 드러나기를 바란다는 뜻이라 할 수 있소. 이것은 십계명의 제3계명과 상통하오.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이런 구절을 실감나게 듣는다는 것은 쉽지 않소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소. ― 45쪽,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고


지금 우리는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주기도의 내용을 함께 생각하고 있소. 솔직하게 말하시오. 그대의 뜻과 하나님의 뜻이 충돌할 때 어느 쪽을 택하겠소? 이것은 우문이오. 사람의 뜻과 하나님의 뜻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오. 정확히 말하면 내 뜻은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하나님의 뜻은 그렇지 못하오. 여기 수능을 앞둔 학생이 있소. 좋은 점수를 받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 있소. 그게 자신의 뜻이오. 그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아서 좋은 대학교에 가면 대신 다른 학생이 못 들어갈 수 있소. 또는 그 학생은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보다 다른 대학에 들어가는 게 나중에 더 좋을 수도 있소. 그 미래를 사람은 모르기 때문에 지금의 관점으로만 뭔가를 요구하는 거요. 어떤 게 하나님의 뜻이오? 자기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가 더 좋은 점수를 얻게 해달라고 이 학생이 기도할 수 있겠소? 이건 개인의 문제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국가 사이의 문제는 정말 심각한 거요. 전쟁을 하는 두 나라가 있소. 그대는 30년 전쟁에 대해 들어 보았을 거요. 개신교를 선택한 영주와 천주교를 고수한 영주들이 30년 동안 전쟁을 벌였소. 개신교 안에서도 루터파와 뮌처파가 원수처럼 싸웠소. 개신교를 따르는 영국과 천주교를 따르는 아일랜드 사이에도 그런 구원(舊怨)이 깊소. 어느 쪽의 기도가 하나님의 뜻이오? ― 95~96쪽,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이다


오늘 교회 현장에서는 이런 감정적인 접근이 많은 것 같소. 눈물이 너무 흔하오. 툭하면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신앙을 겨우 유지하고 있소. 소위 부흥회에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오. 온갖 종류의 죄 목록을 기억하면서 눈물을 흘릴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통곡도 마다하지 않소. 성찬식에 참여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소. 한숨처럼 ‘주여!’를 반복하기도 하오. 몇 년 전에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어느 목사의 설교를 동영상으로 시청한 적이 있소. 그는 툭하면 설교 중간이나 설교 끝에 눈물을 보였소. 10분 가까이 대성통곡하는 일도 있었소.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눈물이라는 사실은 분명할 거요. 그의 개인적인 영성을 제삼자인 내가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물론 왜 그런지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동의할 수는 없소. 목사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리고 그것이 반복된다는 것은 건강한 신앙이라고 할 수 없소. ― 143~144쪽,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