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 영성에서 찾는 한국 교회의 희망!
1. 지금 이 시대를 위한 주기도 강의
이 책은 마태복음 6장 9-13절(주기도문)을 그것이 이 시대에 주는 의미 중심으로 통찰한 인문학적 강의록이다. 이 시대를 자기에게 집중하는 시대, 기도를 도구화하는 시대로 진단하는 저자는 주기도를 공부함으로써 시대정신을 넘어 신앙의 중심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그중의 하나가 기도의 본질을 바르게 배우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기도 인플레이션이라 해도 좋을 만큼 기도에 매달리는 한국 교회가 신앙과 삶에서 바람직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기도의 본질을 모르거나 오해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가 아닌 ‘우리’가 드리는 형제애적 기도로서 주기도를 통찰하고 있다.
이 책은 강의용으로 먼저 집필되었고, ‘하오체’로 일관하고 있다. “일반 대중에게는 거북”스러울 수 있으나 “처음 글을 쓸 때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놓으려는 생각에서” 문투를 고치지 않았다. 부록으로 실린 ‘교회력에 따른 공동 기도문’은 저자가 직접 쓴 것으로, 대림절 첫째 주일부터 창조절 열두째 주일까지 52주 기도문에 성탄절을 포함하여 모두 53편이다. 사사로운 내용이 아닌 하나님의 구원 통치, 계시, 영광을 높이는 공동 기도의 좋은 예로 활용할 수 있다.
2. 하나님을 위한 간구, 인간을 위한 간구
1장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서 저자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약 30쪽에 걸쳐 집중적으로 서술한다. ‘우리’, ‘아버지’, ‘하늘’이라는 단어를 통찰하면서, “빈자리를 채워 달라”는 기도에 담긴 개교회 이기주의, 안식년·희년 제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경제 영역에서의 형제 관계 회복, 하나님 나라의 공적 영역 회복 등의 담론을 제시한다. 이후의 장은 크게 ‘하나님을 위한 간구(2, 3, 4장)’와 ‘인간을 위한 간구(5, 6, 7, 8장)’, 그리고 영광송으로 나뉜다. 2장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고’에서는 성서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과 경건 생활에 길들여지는 것을 구분한다. 이름 붙일 수 없는 하나님 앞에 서는 경험 없이 영접의 뜨거움, 감정의 고조 등에만 매달리는 한국 교회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지 질문하고 있다. 3, 4장 ‘당신의 나라가 임하시고’와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이다’에서는 교회 자체를 위해 짜인 교회 구조, 내 가족과 내 교회, 내 사업이 잘되기를 비는 기도에 담긴 세속성이 비판 대상이 된다. 역사 허무주의(하늘, 초월에만 집중)와 역사 낙관주의(땅, 내재에만 집중)를 넘어 ‘이미’와 ‘아직’의 긴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을 위한 간구인 5, 6, 7, 8장은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고’,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로 이루어져 있다. 일용할 양식이 절실하지 않은 세대, 가난한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시대정신, 오병이어와 성만찬의 현대적 의미 등이 다루어지고(5장), 생명의 근원을 외면하고 자기에게 집중하는 죄의 본질, 눈물·콧물을 다 쏟는 카타르시스적인 회개를 넘어 죄지은 자를 사하여 주는 용서의 장(場)으로 들어갈 것 등이 제안된다(6장). 생존의 공포를 심어 주는 신자유주의를 섬기는, 종말론적 신앙이 결여된 교회의 문제에 이어(7장),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에 왜 악이 존재하는지 신정론(神正論)의 관점에서 답변이 이어진다(8장). 마지막 영광송에서는 ‘나라’와 ‘권세’와 ‘영광’의 성서적 의미를 회복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