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의 영어 어학연수지로, 장년층 이상에게는 휴양지로 알려지며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필리핀. 한때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잘사는 나라였지만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가운데 빈곤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기 힘든 질곡의 땅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저자 문권익 선교사는 2005년부터 청소년들을 위한 사역에 전념해 왔다. 이 책은 저자가 필리핀 이바Iba의 사역 현장―‘선교지의 강江들’이라고 비유하는―에서 맞닥뜨린 고난과 시련, 그리고 그것들이 지나간 뒤 무지개처럼 나타난 은혜와 사랑의 자취를 담은 것이다. ‘도강기(渡江記)’라고 명명한 이 책에서 저자는 기쁨보다는 눈물로 건넌 강이 더 많고, 눈물의 강일수록 보석 같은 은혜와 교훈이 강물보다 더 많았음을 고백한다. 필리핀의 다음 세대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눈물과 땀으로 교회를 이끌어온 그는 현지인에게 모든 것을 이양하고 필리핀의 다른 지역에서 또 다른 소명의 길을 찾고 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1, 2부에 해당하는 “보이는 음성, 들리는 생명”과 “달빛이 덮은 개똥”은 사역현장에서 겪은 이야기가 중심이고, 3부에 해당하는 “그 피는 다시 눈물이 되어”는 저자의 성장기와 가족사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한국어 교육, 음악, 스포츠(축구) 등 젊은이들을 위한 여러 사역 가운데 현지에서 부딪치며 문화적 차이,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한 시행착오와 실수, 그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안고 가는 가운데서의 깨달음과 하나님이 임재하시고 베푸신 은혜의 자취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한국 선교 역사의 허리’에 해당하는 7080 선교사. 그의 성장 과정과 선교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들도 내 이야기, 친구와 이웃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며 감동을 준다. 가감 없이 진솔하게 풀어내는 삶의 다양한 편린들과 어우러져 있고 깊은 고민과 성찰이 담긴 그의 글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주며, 선교를 꿈꾸는 이들뿐만 아니라 일상 가운데 십자가의 길을 따르며 실천하려는 크리스천에게도 믿음의 주춧돌을 다시금 두드려보게 하면서 도전과 힘을 준다(책에 실린 사진은 모두 저자가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