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의 공간 여행 판타지
C. S. 루이스의 《침묵의 행성 밖에서》,《페렐란드라》,《그 가공할 힘》을 ‘우주 3부작’이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공상)과학 소설SF로 분류된다. 그러나 과학이나 기술에 관해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으므로 엄격히 말하면 과학 소설이라기보다는 ‘공간 여행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Peter Schakel, “Out of the Silent Planet”, <The Literary Encyclopedia>, 27 June 2003.) 《침묵의 행성 밖에서》는 우리 자신의 세계에서 잠시 빠져나와 상상의 세계로 가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우리 세계를 돌아보고 우리에게 익숙한 삶과 가치들을 재평가하게 한다.
J. R. R. 톨킨과의 우정에서 나온 책
J. R. R. 톨킨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루이스의 <우주 3부작>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시중에 읽을거리가 적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톨킨이 “공간과 시간 이야기들은 ‘회복’과 ‘탈출’을 제공하지”라고 하자, 루이스가 “우리는 자네의 《호빗》 같은 이야기들이 필요하네. 우리 중 한 사람은 시간 여행 이야기를 쓰고 다른 사람은 공간 여행에 대해 쓰자”라고 제안했다. 루이스가 공간 여행으로 결정되어 쓴 책이 <우주 3부작>이다. 루이스는 《침묵의 행성 밖에서》를 써 나가면서 독서 클럽 ‘잉클링즈’에서 읽어 주었고, 회원인 톨킨은 들으면서 격려하고 조언해 주었다. 톨킨은 출판사에 이 책을 적극 추천하면서 “이 작품에 매료된 나머지 다 읽을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고 했으며, “언어 창조와 문헌학적으로 볼 때 이 작품은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다”라고 극찬했다.
공상과학 소설의 지위를 높여 준 소설
C. S. 루이스의 첫 소설 《침묵의 행성 밖에서》는 루이스가 어렸을 때 즐겨 읽은 라이더 해거드, H. G. 웰스와 같은 작가의 공상과학 소설에 대한 사랑에서 싹텄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루이스는 웰스의 작품 중 ‘영이 실재하는 다른 세계’를 암시하는 초기 작품만 좋아했다. 루이스의 <우주 3부작>은 공상과학 소설의 위상을 높여 준 소설로 평가된다.
“진정한 의미의 공상과학 소설은 19세기 말에 쥘 베른의 과학적 공상모험 소설과 사회를 비판하는 H. G. 웰스의 과학 지향적 소설로 시작되었고, 올더스 헉슬리와 C. S. 루이스, 조지 오웰, 커트 보니것처럼 일반 소설에 뛰어난 작가들이 이 장르에 뛰어들어 모험한 것도 공상과학소설의 지위를 높여 주었다.” -브리태니커 백과
흥미진진한 픽션으로 전하는 진리
“우리가 독자 중 1퍼센트만이라도 우주라는 개념을 천국이라는 개념으로 바꾸게 할 수 있다면, 발판은 마련하는 셈일 겁니다”라는 주인공의 말을 통해 저자 루이스의 의도가 드러난다. 상상력이 풍부한 루이스로서는 《고통의 문제》,《기적》과 같은 자신의 변증서로는 마음껏 표현할 수 없었던 천국에 대한 이미지를 픽션을 통해 풍부하게 전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천국과 지옥’, ‘이 세상을 지배하는 악한 영과의 싸움’ 등의 이야기가 ‘가상 현실’이 아니라 ‘진짜 현실’임을 실감하게 된다. 아무리 많은 설교를 들어도 이와 같은 영적 현실이 막연하게 느껴지는 크리스천들과, 영적 실재를 인정하지 않는 불신자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