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당신이 우리를 데려가는 목적지가 대체 어디입니까?
그 목적지가 삶을 바쳐도 될 만큼 가치 있습니까?”
-절망에 빠진 현대 지성에 전하는 카를 하임의 복음주의적 변증-
자연과학은 눈부시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다. 인간의 지성도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바벨탑을 쌓아 올린다. 역사는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과 사상에 의해 진보하는 듯하다. 이런 시대에 과연 신앙이, 자연과학과 지성에 ‘폭력’을 가하지 않고 인간의 타락, 구원, 계시를 말할 수 있는가?
《카를 하임의 성경의 세계상Die Weltanschauung der Bibel》은 카를 하임이 1919년 초여름 베스트팔렌 뮌스터 개신 교회 장로회의 요청으로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카를 하임Karl Heim(1874-1958)은 현대 문명이 표방하는 세계상과 사상들이 무너뜨린 기독교를 더 확고한 토대 위에 세우는 것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긴 독일 신학자다.
1918년 독일의 항복으로 끝난 1차 대전은 독일 국민들에게 허무와 절망만을 안겨 주었다. “어찌하여 내가 태에서 나와서 고생과 슬픔을 보며 나의 날을 부끄러움으로 보내는고” 하고 탄식하던 시편 기자처럼 독일 국민들은 신과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의문을 제기했다. 역사 속에 하나님이 과연 존재하시는지, 온 세상을 창조한 신이 왜 악을 허락하시는지, 불확실한 현실에서 인간의 운명은 어찌되는지, 혼란에 휩싸였다. 독일의 저명한 신학자 카를 하임은 이런 독일 국민들에게 성경이 제시하는 세계관, 인생관을 명확하게 설파한다. “오히려 신을 믿음으로써 전쟁과 빈곤 문제들이 벌어진다”고 하며 신이 없음을 주장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에 뚜렷이 반박할 대답을 갖추지 못한 우리에게도 그것은 적실하다.
카를 하임은 총 네 편의 강연을 통해 확고한 성경적 세계상을 제시한다. 먼저 1장 <하나님이 모든 피조물과 함께 나를 창조하셨음을 믿습니다>에서는 하나님이 세상과 온 인류를 창조하심이야말로 학문이 반박할 수 없는 확신임을 이야기한다. “그 영이 생각하는 형상은 곧장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그 영이 생각하는 형상은 스스로 만들어진 재료로부터 창조되고 만들어지며 건설됩니다. 하나님의 생각은 곧 행동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이런 창조에 관하여 단지 더듬거리는 말로 이야기할 수 있을 뿐입니다”(37쪽).
2장 <타락 그리고 죄의 유전>에서는 피조물의 원原타락을 설명하며 비극적 운명에 처한 인간이 절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소망을 품을 수 있음을 설파한다. “이 순간, 운명의 속박이 끊어집니다. 이제는 소망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의 삶에 일어난 위대한 전환입니다. 이 순간, 그는 진정 하나님 앞에서 위대한 사람입니다. 그는 이제 비극의 주인공으로서 굴복하려고 했던 이전보다 훨씬 더 위대합니다”(84쪽).
3장 <십자가의 말씀>에서는 우리에게 하나님께 나아갈 길을 막아버린 돌무더기들을 치울 힘이 전혀 없음을 뼈저리게 파헤친다. “그러므로 인간의 모든 생각과 비유는 여기서 단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저 할 수 있는 말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그리스도가 행하셨다”는 것뿐입니다. 우리의 타락은 하나님과 인류 사이에 깊은 협곡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스도는 이 협곡으로 당신 자신을 내던지셨습니다. 그 뒤로 모든 죄인은 아버지의 품으로 자유로이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식으로는 이 사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110~111쪽).
4장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한 소망>에서는 어떻게 임할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이 분명하게 드러날 그날을 소망한다. “우리의 현존 형태가 완전히 바뀌면 틀림없이 모든 경쟁 관계가 피조 세계에서 제거될 것이며, 생존 수단을 둘러싼 싸움 때문에 한 존재가 다른 존재의 발전을 방해하는 일은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존재는 끝없는 창조 활동 속에서 자신을 펼쳐갈 수 있고, 자신의 현존재가 지닌 깊이를 한껏 퍼 올릴 수 있습니다”(156쪽).
이렇듯 카를 하임은 창조, 타락, 구속 그리고 마침내 도래할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비전까지, 우리가 붙들어야 할 진리를 단호한 어조로 설파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경은 우리가 향하고 있는 새 땅의 모습 전체를 확실하게 보여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극히 높은 망대에 선 예언자도 다만 멀리서 빛나는 해안을 볼 뿐”인 것이다. 모든 것을 말해 줄 것 같지만, 인간의 탄생 근원과 죽음 뒤의 세계에 대해 결코 말하지 못하는 허약한 지성과 과학에 카를 하임은 확고하고도 명확한 진리로 답한다. 그러기에 이 책은 절망에 휩싸여 갈 바를 알지 못하던 독일 국민에게만이 아니라 “색깔 하나하나, 선 하나하나를 구별해 낼 수 있는 형상이 아니”기에 진리가 무엇인지 불확실한 현실의 우리에게도 인생의 방향키를 재조정하도록 해주는 길잡이가 되어 준다.
부록에 실린 고린도후서 4장 17절에서 5장 10절 강해인 <죽음 뒤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우리를 긴장시키는 세상사 속에서도 무엇을 붙잡고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조용히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대 문명에 맞서 빗장을 닫아걸기보다 현대 문명과 대화하며 성경을 토대로 기독교의 확실성을 설득력 있게 변증한 한 복음주의 신학자의 가슴 울리는 변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