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들도 아름다운 옷을 입고 안락한 집에 살고 싶어 할까?
곤충들이 고통 속에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결하고 없어져야 할 생명이 있을까?
생명은 왜 빛을 좋아하고 생을 노래할까?
본능과 이성, 성(性), 노동, 고통과 죽음, 생태계, 종의 다양성, 과학 이론 등
하찮아 보이는 곤충들을 통해 파브르가 전하는 생명의 의미
파브르가 곤충들을 연구했던 당시에는 곤충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쓸모없는 생명이라 여기며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런 곤충들을 평생 관찰하며 살았던 파브르에게도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생명에 대한 사랑과 인내의 결실은 4,000여 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곤충기⟫이다. 이 책에는 곤충을 통해 생명은 무엇인가를 파헤친 파브르의 고찰이 담겨 있다. 《내 신앙에 과학이 대답할 줄이야》에서 과학으로 깊어지는 신앙하기를 전한 성영은 교수는 이번에는 《파브르의 안경》을 통해 곤충들의 작고 오묘한 세계에서 발견한 생명의 의미와 그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포도밭의 메뚜기가 우리에게 보여 준 그 아주 작은 깊은 구석에 어떻게 이런 힘과 이런 지혜와 풀 수 없는 완전함이 들어 있는가! _본문 중에서
파브르의 안경 너머 곤충이 그리는 생의 장면과 노래
파브르가 관찰한 곤충들은 생을 노래하고 빛을 좋아한다. 생육하고 번성하며 아름다운 옷을 입고 안락한 집을 지어 살고 있었다. 1부에서는 하찮아 보이는 곤충들의 세계에 나타난 생명 활동의 신비를 보여 준다. 이토록 아름다운 생명이지만, 생존의 현장에서는 잔인하고 비극적인 장면이 훨씬 많았다. 곤충들이 고통 속에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2부에서는 곤충들의 고통의 문제를 다룬다. 3부에서는 생태계의 순환에서 곤충이 하는 주된 역할과 정체성을 발견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생명과 생명을 다루는 과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말한다. 저자는 파브르를 통해 생명을 사랑하는 길은 무엇보다 생명의 창조 위상을 찾아 주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주요 관점은 다윈과 동시대를 살았던 파브르가 과학자 대 과학자로 서로를 존중하고 토론하며 교류했던 사실들을 확인하는 것이다. 파브르는 자신이 관찰한 과학적 결과를 가지고 진화론에 반하는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다윈의 이론은 비판했지만, 서로 존중하며 함께 과학을 논하고 토론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파브르의 비판은 창조론과 진화론의 신앙 논쟁이 아닌 과학 논쟁이었다. 저자는 실험 결과에 따라 이론을 세우는 실험 과학과는 달리 생명의 기원에 관한 연구는 과학적 추론에 인문학적 상상력까지 더해야 비로소 설명할 수 있는 분야라고 한다. 그래서 특히 생명 이론은 불확실함에 대한 반증에 대해 열린 자세가 필요하며, 더 나은 과학적 생명 이론이 나오기를 바라는 공통의 출발점에서 파브르와 같은 과학적 태도를 추구해 나가기를 제안한다.